"추경을 포함한 15조 이상의 재정보강" 두루뭉술
[세종=뉴스핌 곽도흔 기자] 추가경정예산(추경) 앞에서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달초까지 추경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다 최근에야 추진으로 돌아섰다. 또 추경규모를 어느 정도로 할 지, 확보된 재정을 어디에 쓸 지에 대해서도 준비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결국 새누리당과의 당정협의가 당초 예정됐던 25일에서 다음달 초순으로 미뤄졌다. '묻지마 추경'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경환 부총리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능성을 처음 언급한 것은 지난 10일이다. 최 부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1차 경제관계장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불안심리 확산이 경제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 점검해 필요시 추가적인 경기보완방안 마련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전에 부정적이던 입장에서 돌아선 것.
이날로부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한 25일까지 열흘이 넘는 기간 동안 기재부는 추경 규모를 결국 확정하지 못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에서 '추경을 포함한 15조원 이상의 재정보강을 추진하겠다'는 두루뭉술한 표현을 썼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25일 국회에서 2015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관련해 당정협의를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
추경을 준비하는 기재부 예산실은 하루 전인 24일까지도 추경을 한 예산을 어디에 쓸지 확정하지 못했다. 최 부총리는 어디에 쓸지도 모르는 추경을 한다고 발표한 셈이 되버렸다.
이는 예고된 것이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4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기재부가 전날 추경 총액 규모를 10조원+α로 보고했다"고 말하면서다.
유 원내대표는 "메르스 관련 추경에 대해 (정부가) 어디에 얼마나 돈을 쓸지 아직 세출 리스트가 준비가 안 돼 있는 상태"라면서 "세출 리스트가 준비도 안 된 상황에서 총액 규모를 섣불리 정하는 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또 유 원내대표는 "기재부에서 세출리스트는 다음달 10일은 돼야 (준비가) 된다고 답했다"며 "추경 편성 관련 당정은 다음 달 초에 별도로 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재부는 이날까지 출입기자들에게는 추경 규모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히고서 국회가서는 규모를 얘기했다. 그나마 추경해서 어디에 쓸지도 정하지 않고 왔다고 혼난 셈이 됐다.
더 황당한 것은 '방문규 기재부 2차관이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추경 규모를 보고했다'는 언론보도에 대한 기재부 해명자료였다. 기재부는 '방문규 차관은 하루종일 세종청사에서 근무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누가 국회에 가서 추경 규모를 보고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최 부총리는 25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에서 "추경은 메르스, 가뭄 등 재난에 대응하고 수출, 청년고용 등 서민생활안정을 위한 사업을 중심으로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정부는 메르스 대응을 위한 추경이라고 밝혔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본격적인 경기부양대책으로 선회한 것이다. 여기에 '세입결손 보전'이라는 목적도 끼워넣었다. 이는 야당이 반대하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추경 규모를 발표해야 하는 25일 바로 전날까지도 추경에 따른 세출예산을 어디에 써야 할지 거의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며 "추경 편성이 너무 갑자기 정해져서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