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라이프

속보

더보기

[이명훈의 4색 여행기] 동화작가와 함께 동화같은 풍경 속을…카파도키아2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여행은 누구와 가느냐에 따라 즐거움과 의미가 달라진다고 하는데 이번 여행에서도 운이 좋았다. 열댓 명의 일행과 두루 친했는데 그 중 스페인 남자는 아주 특이한 구석이 있었다. 키가 이 미터는 되어 보였으며 동화작가였다. 큰 키에 비해 얼굴은 작고 개구쟁이처럼 생겼으며 말을 속삭이듯이 잘 했다. 카파도키아의 또다른 명소인 파사바 계곡을 동화작가와 함께 투어하는 것은 딱 맞는 궁합이었다. 
“파사바 계곡은 개구쟁이 스머프의 배경이 된 곳이지요.”

봉고에서 우리를 내려준 기사 겸 가이드가 말했다. 정말 언젠가 본 적이 있는 그 영화의 배경 속으로 들어선 기분이었다. 버섯처럼 생긴 바위산들이 익살스런 모양으로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동화작가와 나는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기분 좋게 웃다가 바위를 타고 올라갔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 커다란 버섯 바위에 그와 나뿐이었다. 그도 나와 끼가 비슷한지 하늘을 우러러보더니 웃통을 벗기 시작했다. 동화작가 다웠다. 엊저녁 괴레메의 저녁 노을에 적셔질 때의 맛을 알고 있는 나도 웃통을 벗었다. 우리는 맨 몸으로 버섯 바위의 정상에서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맘껏 만끽하며 놀았다. 

“봉고 떠나. 내려와.”

그의 미모의 애인이 저 아래에서 웃으며 외친 것은 한참 후였다. 웬만한 곳은 동행하다가 이 바위산은 높고 가팔라 우리 둘만 오른 것이었다. 동화작가와 나는 웃옷을 서둘러 입고 봉고가 있는 것으로 달려 나갔다. 십 여분은 기다렸을 일행 중 단 한명도 핀잔을 주거나 얼굴을 찡그리지 않았다. 모두가 배려 깊은 미소를 지으며 다정하게 맞아주었다. 미안한 마음 속에 가슴이 따스하게 차올랐다.
진정한 배려가 주는 온기를 안은채 우리는 다시 절경 속을 달려나갔다. 그의 미모의 애인은  선글라스를 낀채 스머프가 뛰노는듯한 풍경을 즐기고 있었다. 한 시간 정도 달리자 ‘데린쿠유’라고 불리는 지하도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데린쿠유는 깊은 우물이라는 뜻이지요. 이 지하 도시는 깊이 55 미터에 지하 20층까지 있습니다. 입장이 허용되는 곳은 8층까지뿐이지요. 최대 이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답니다.”
지하 몇 층에선가 가이드가 한 말은 탄성과 동시에 공포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지하 20층이라면 나는 인공적인 빌딩에서 들어가본 적이 없다. 그처럼 깊은 지하 공간을 가진 빌딩이 실제로 있는 건지도 알지 못한다. 그런 단순한 비교에서 오는 섬찟함에다가 암반을 파고 들어가 그 깊이까지 삶의 공간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가세했기 때문일 것이다. 저 바깥은 삶을 유지하기엔 너무도 척박해 보인다. 암반을 달굴 듯 작열하는 태양과 헐벗은 황무지만 봐도 그렇다. 견딜 수 없는 혹독한 한계에 처해 지하로 파고 들어가기 시작했을 것이다.  

“이 지하도시를 처음 만든 것은 기원전 8세기에서 7세기까지 히타이트 족이라고 추정된답니다. 로마 시대와 비잔틴 시대를 거치면서 규모가 점점 확장되어 나가는 거죠.”
히타이트 인들은 대지 위의 괴암을 파들어가 사는 것으로 삶과 문명이 해결되지 않아 이 지하까지 삶의 공간을 넓힌다. 시대를 거쳐나가면서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 숙명적인 지독함이 텁텁한 돌내음 속에 혼곤한 울림을 주고 있었다. 

“초기 기독교인들도 박해를 피해 이곳에서도 많이 살았지요.”

진한 비애감과 함께 동굴 안을 돌아보니 교회 뿐 아니라 그에 딸린 식당, 강당, 주거지 용도의 공간이 어둑한 음영 속에 펼쳐져 있었다. 성경을 가르쳤을 학교 공간과 함께 밥을 해 먹은 흔적으로서의 연기 그을린 자국은 어제의 석굴 교회에서처럼 아리게 눈길을 끌었다. 이중삼중의 함정들을 설치해 놓은 곳도 있는데 가령 적이 쳐들어 올 것을 대비해 파놓은 첫번째 함정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에 또다시 대비한 치열함의 결과일 것이다. 생사가 오가는 궁극의 한계에선 그렇게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을 처절 앞에 먹먹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데린쿠유에서 진지한 시간을 보낸 다음 우리는 밖으로 나와 봉고에 실려 달려나갔다. 광활한 중부 대륙. 나무 한그루 없는 황량한 모래벌판이 모진 척박성을 드러내며 열을 달구고 있었다. 달리고 달려 어느 사원 앞에서 봉고는 멈췄다. 

“카멜 사원입니다. 실크로드가 이곳을 지나갔지요. 상인들과 낙타가 이곳에서 쉬다가 또다시 먼 길로 떠났곤 했지요.”

실크로드! 감개가 무량했다. 아득한 시대의 동과 서의 교류. 중국으로부터 로마까지 이르는 비단길이 바로 이곳을 지나는 것이다. 비단길. 그 말이 내게 주어온 끝 모를 풍성함이 새삼  밀려와 가슴을 두근거리며 서 있던 나는 동화작가와 함께 사원의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꼭대기에 서서 동쪽을 그 끝까지 바라보는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눈길을 돌려 서쪽 방향도 바라보았다. 아득한 시절부터 그 길을 오간 무수한 사람들의 삶의 내음이 조금은 만져지는 듯 했다. 동화작가도 무슨 상상을 속으로 펼치는지 아무 말 없이 사방을 둘러보고 있었다. 

오늘 아침엔 버섯 모양의 진귀한 바위들을 구경했고 그 후엔 끔찍함을 안고 있는 지하 도시를 본 탓에 더욱 불거진 바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 즐거웠던 대화도 일체 없이 황무지 속에 장구하게 뻗은 실크로드가 전해주는 무언의 소리에 귀를 마냥 기울이고 있었다. 저 육로의 길로 비단이 지나갈 때 저 너머 딱딱한 암반 속에선 밥을 짓고 적을 따돌리며 살림을 꾸려나갔을 것을 생각하니 석양빛보다도 붉은 격정마저 내 가슴에 솟구치는 듯했다. 뒤늦게 따라 올라온 동화작가의 미모 애인은 선글라스가 제공하는 검은 배경 속에 실크로드를 또다른 맛으로 음미하고 있었다.

이명훈 (소설 ′작약도′ 저자)

[관련키워드]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단독] 위례선 트램, 법 공방에 개통 '제동'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서울시가 위례선 노면전차(트램)를 둘러싼 법령 해석 논란과 관련해 서울경찰청을 상대로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트램 전용로에 도로교통법 적용 여부를 두고 양 기관의 해석이 엇갈리면서 교통안전심의 절차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번 행정심판 결과에 따라 올해 12월로 예정된 위례선 트램 개통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시는 서울경찰청을 상대로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위례선 트램 전용로가 교통안전심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서울경찰청의 결정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아직 양측에 심리기일이 통보되지 않은 상태다. 재결기간으로 지정된 7월 20일 전에 심리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램이란 도로 위에 레일을 깔고 달리는 전기 철도차량이다. 서울시가 조성 중인 위례선 트램은 마천역(5호선)을 출발해 복정역(수인분당선·8호선)과 남위례역(8호선)을 잇는 총연장 5.4㎞, 12개 정거장의 노면전차 노선이다. 2021년 착공에 돌입한 후 현재 공정률 96.1%다. 개통 목표는 올해 12월이다. 서울시는 트램 전용로 관련 횡단구간에 대한 신호기, 횡단보도 및 신호등 등 교통안전시설을 마련했다. '교통안전시설 등 설치·관리에 관한 규칙'에 따라 도로 교통사고 방지 및 교통소통 확보 목적으로 교통안전시설을 설치할 경우 각 관할 경찰청 교통안전시설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교통안전시설의 종류와 설치 기준 등은 도로교통법과 시행규칙을 따른다. 다만 서울시와 서울경찰청은 위례선 트램이 도로교통법 내 어떤 조항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도로교통법 제2조7의2를 위례선 트램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당 조항은 트램 전용로를 '도로에서 궤도를 설치하고 안전표지 또는 인공구조물로 경계를 표시하여 설치한 도로 또는 차로'로 규정한다. 시는 법이 이미 트램 전용로를 도로의 한 형태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경찰청이 위례선 트램 전용로 전 구간에 대한 교통안전심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서울경찰청은 도로교통법 제2조1를 근거로 내세운다. 해당 조항에서 정의한 도로(도로법에 따른 도로, 유료도로법에 따른 유료도로, 농어촌도로 정비법에 따른 농어촌도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 등이 통행할 수 있도록 공개된 곳으로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장소)에 위례선 트램 전용로가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례선 트램 전용로는 경찰청 교통안전심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에 트램 전용로 관련 교통안전시설에 대한 교통안전심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트램이 도로와 맞닿아 있는 만큼, 도로교통법과 철도안전법을 중복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로교통법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철도안전법만 충족하는 상태에서 교통안전시설을 설치·운영한다면, 향후 적법성을 두고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서울경찰청은 트램이 철도시설이며, 철도안전법에 따른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시각이다. 철도안전법 관할 부처인 국토교통부 소관 사항이라는 것이다. 결국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판단이 중요할 전망이다. 위원회 재결에 불복하는 기관은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소송이 시작될 경우 위례선 트램의 개통 일정이 밀릴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 관계자는 "행정심판 결과에 따라 향후 대응을 내부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며 "국토교통부 대도시광역교통위원회에 갈등 조정을 요청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트램은 52톤에 달하는 중량 철도차량으로 제동거리가 일반 차량에 비해 3배 이상 길고 궤도 운행으로 회피 기동이 불가능하다"며 "철도 지식이 없는 경찰이 심의할 경우 시민 안전을 담보할 수 없어 전문기관의 안전 심의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blue99@newspim.com 2026-07-01 10:51
사진
강훈식, 靑 뉴미디어풀단과 특별인터뷰 [서울=뉴스핌] 김미경 기자 =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1일 오후 3시 뉴스핌을 비롯한 청와대 뉴미디어풀단 9개 매체와 공동인터뷰를 한다. 청와대 춘추관 오픈스튜디오 개설을 기념해 마련한 '청와대 라이브' 특별인터뷰에 강 실장이 첫 게스트로 출연한다. 특별인터뷰는 뉴스핌 유튜브 채널 뉴스핌TV 등 뉴미디어풀단의 유튜브 채널에서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서울=뉴스핌] 류기찬 기자 =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4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무총리공관에서 열린 제8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6.04.22 ryuchan0925@newspim.com 뉴미디어풀단은 청와대가 변화하는 언론 환경에 발맞춰 청와대 출입과 취재 기회를 확대하고자 신설한 청와대 출입기자단이다.  현재 뉴스핌을 비롯해 고발뉴스, 굿모닝충청,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뉴스토마토, 삼프로TV, 시민언론 민들레, 시사인(IN), 장윤선의 취재편의점 9개 매체가 소속돼 있다.  뉴미디어풀단은 강 실장과 함께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성과와 향후 과제, 외교와 사회·문화, 경제 분야에 대한 심도 있는 인터뷰와 진단을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직접 공개한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비롯해 중동전쟁 상황에서 급박하게 진행된 원유 수급 전략 뒷이야기와 저출산 극복 대책 등 국정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을 한다.  뉴스핌은 청와대 뉴미디어풀단으로서 유튜브 뉴스핌TV 채널에서 국정 현안과 정책 이슈에 대한 이슈파이터, 정국진단 라이브를 통해 차별화되고 경쟁력 있는 방송을 하고 있다. 청와대 영상 콘텐츠도 1주 평균 30개 이상 제작 중이다. 이강혁 뉴스핌 편집국장은 "대통령의 국내외 일정부터 타운홀 미팅과 부처 업무보고, 청와대 정책과 현안 브리핑을 실시간 생중계와 쇼츠, 하이라이트의 다양한 편집본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뉴스핌은 현장 라이브와 오픈스튜디오 촬영, 24시간 방송이 가능한 전문성과 인력을 갖추고 있다"며 "간판 콘텐츠인 '이슈터미네이터' '긴급진단' 프로그램을 통해 담론을 형성하고 실질적인 정책·입법으로 이어지는 공익 언론의 뉴미디어 기능을 지속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the13ook@newspim.com 2026-07-01 08:52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