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천문학적인 재산을 소유한 마카오 카지노 그룹의 회장을 사로잡아 전 재산을 상속받아라. 단, 조건은 그 재산의 절반만 가질 수 있다. 위험한 제안이다. 그것도 아빠 뻘인 남자를 유혹하라니.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빚에 쪼들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신세니 되레 거절할 이유가 없다. 어쨌든 그에게 이건 남는 장사다.
배우 임수정(36)이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지난 4일 신작 ‘은밀한 유혹’을 선보인 것. 카트린 아를레의 ‘지푸라기 여자’를 원작으로 한 영화는 현대판 신데렐라 스토리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절박한 상황에 부닥친 여자 지연과 인생을 완벽하게 바꿀 제안을 한 남자 성열의 위험한 거래를 그렸다. 임수정은 지연 역을 맡아 회장 이경영, 성열 유연석과 호흡을 맞췄다.
“시나리오 받았을 때부터 단박에 출연하고 싶다고 했어요. 감독님 글이 아주 좋았죠. 게다가 저를 염두에 두고 쓰셨다고 해서 애정도 더 갖고요. 물론 연기는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죠. 시나리오에서도 복잡한 감정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촬영장에서도 사실 캐릭터의 상황과 무게에 짓눌려 외롭고 힘들었죠. 근데 그래서인지 완성품을 보니 더 애틋하네요. 어려운 캐릭터를 하고 나니 연기적, 개인적으로 많이 성장한 느낌이고요(웃음).”
극중 임수정이 열연한 지연은 인생을 바꾸고 싶은 간절한 여자다.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해 사채업자들에게 쫓기던 그는 성열의 제안으로 초호화 요트에 오른다. 그리고 결심을 하는 그 순간부터 줄곧 외적, 내적인 변화를 겪는다. 지연의 옷을 입은 임수정은 불안함과 두려움은 물론, 회장에게 인간적으로 끌리고 성열에게 남자로서 끌리게 되는 지연의 마음을 온전히 그려낸다.
“이번에는 즉흥적으로 했어요. 미리 준비해 간 것도 일부러 다 버리고 현장에서 느껴지는 대로 임했죠. 오감을 다 열어놓고 자연스럽게 본능이 이끄는 대로 움직인 거예요. 힘들면 힘든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그대로 담았죠. 사실 영화 전반부는 고전적 매력과 클래식함이 흘러서 호흡이 좀 느렸어요. 극도의 감정신이 몰려있는 건 후반부였죠. 그래서 더 힘들었고 그만큼 몰입도는 더 좋았고요.”
(원작을 접하지 못한 관객이라는 전제하에) 개봉 전 공개된 영화 예고편이나 스틸 컷, 그리고 “카지노 회장을 유혹한다”는 설정만 본다면 지연은 팜므파탈을 연상하게 한다. 도발적이고 섹시한 매력이 물씬 풍기는 여자랄까. 하지만 의외로 스크린 속 지연은 고전적이고 단아한 매력이 돋보인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임수정과 지연의 접점이기도 하다.
“원작 소설에도 워낙 클래식한 상황이 잘 담겨있었죠. 여기에 제가 가지고 있는 면들이 캐릭터에 녹았고요. 저 자신도 고전적으로 느낌이 있는 배우라고 생각하고요. 감독님 역시 그간 제 작품들 속에서 본 여리여리하고 위태로운 모습, 또 강단 있고 위기 상황에도 포기하지 않는, 악바리처럼 끈기 있는 모습을 보셨나 봐요(웃음).”
그간 이런 유혹이 온다면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 숱하게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한 그에게 조금 다른 질문을 던졌다. 만약 어느 날, 성열 혹은 회장처럼 누군가가 나타나 “원하는 걸 다 들어주겠다”고 한다면 무엇을 말할까. 한참을 생각하던 그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시나리오 많이 만들어주세요. 작품 많이 제작해주세요”라고 외쳤다.
“물론 예전보다 캐릭터가 많이 다양해졌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앞으로 더 다양한 캐릭터 더 많이 나오면 더 좋겠다는 마음이죠(웃음). 개인적으로는 분명하고 확실한 캐릭터들, 그것도 좀 더 성숙한 캐릭터들을 해보고 싶어요. 특히나 이제는 제 모습을 자주 보여드려야 할 듯해요. 작품도 많이 할 생각이고요.”
작품을 많이 하겠다는 게 빈말은 아니다. 이미 “이제 일 년에 한두 작품을 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바. 배우로서 책임감과 압박으로 현장을 즐기지 못했던 과거와는 확실히 달려졌다. 무엇보다 임수정은 이제 연기하는 진짜 즐거움을 알게 됐다. 노력하는 자,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고 했던가. “아! 이제야, 삼십 대 중반이 넘어서 알아버렸다”고 장난스레 푸념하는 그의 얼굴이 유난히 반짝였다.
“제 직업은 배우고, 배우는 현장에서 연기하는 사람이잖아요. 이제는 배우라는 본연의 일의 집중 해서 많은 작품을 자주자주 하고 싶어요. 그래서 빠르면 올 하반기,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촬영현장에 있고 싶죠. 물론 좋은 작품을 잘 선택해서 촬영하고 싶은 마음이고요. 드라마도 상관없어요. ‘미안하다 사랑한다’처럼 저를 탁 건드리는 작품을 항상 기다리고 있거든요. 우선 그 전에 ‘시간이탈자’로 먼저 찾아뵐게요(웃음).”
임수정, 그것이 알고 싶다!…“3년 동안 뭐했냐고요?” ‘은밀한 유혹’이 관객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임수정의 3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2년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 이후 대중은 연기하는 임수정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간 재밌는 작품으로 관객을 즐겁게 해준 배우였던지라 그의 빈자리는 클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는 영화 촬영으로 정신없이 보냈어요. ‘은밀한 유혹’과 ‘시간이탈자’를 찍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2013년 여름부터 촬영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은밀한 유혹’ 준비에 한창이었죠. 언어, 수영, 왈츠를 배웠죠. 일종의 준비과정을 보낸 거죠. 그리고 그보다 앞선 1년 반쯤은 휴식기를 가졌어요. 휴식할 때는 저 역시 보통의 일상을 보냈죠. 취미생활도 하고요. 가장 오래된 취미는 기타 연주, 올해는 꽃꽂이도 배웠네요(웃음). 독서, 음악과 영화 감상은 물론, 공연장이나 전시회도 찾았죠. 그냥 좋아하는 것들을 하면서 평범한 일상을 보냈는데 드러나지 않는 일이 아니다 보니 팬들 입장에서는 공백기로 느꼈을 거예요. 사실 그래서 SNS에 대한 고민을 하긴 해요. 그동안은 성향상 안했는데 소통해 대한 고민이 계속되니까요. 그런데 이왕이면 제 성향에 맞는 소통 방법을 찾고 싶어요. 사실 제가 좀 아날로그적인 성향이 있거든요(웃음). 즉각적인 소통보다는 편지나 메일링을 아직도 더 선호하죠. 요즘에는 책으로 소통하는 거에 대해 생각해보고 있고요.” |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