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점포 시너지 무의미" vs "갈등 해결 대안 안돼"
[뉴스핌=전선형 기자] 보험업계가 소란스럽다. 복합점포 내 보험사 입점을 두고 은행·비은행계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탓이다.
여기에 국회에서 ‘복합점포 내 보장성보험 판매 제한’ 추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은행계 보험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복합점포 내 보험사의 보장성보험 판매를 제한한다는 의견에 은행·비은행계 보험사 모두가 시큰둥한 반응이다. 특히 복합점포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노리려던 은행계 보험사들은 ‘반쪽짜리 대안’이라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월 5일 서울 광화문에 오픈한 은행-증권사 간 첫 복합점포인 `NH농협금융 PLUS+센터`. <사진=김학선 기자> |
은행계 보험사들은 ‘보험사의 수입, 건전성 측면에서 월등한 보장성보험을 판매하지 못하다면 보험 점포로서 의미가 없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현재 은행계 보험사들은 계열은행을 통해 저축성보험 위주로 보험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방카슈랑스 25%룰(특정 금융사에서 한 보험사 판매실적이 전체 판매 중 25%를 넘기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 때문에 규모를 크게 늘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복합점포 내 보험사 입점이 허용되면 방카슈랑스 25%룰에 관여하지 않고 다양한 보험을 팔 수 있어, 단기간 규모를 확대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은행계 보험사 관계자는 “현재 방카슈랑스를 통해 판매하는 상품이 대부분 저축성보험이다. 판매가 쉽고, 은행의 이익 확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보장성보험은 다르다. 상품 내용은 다소 복잡하지만 보험료 규모도 크고, 판매가 증가할수록 보험사 건전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보장성보험을 판매하지 못하면 차라리 복합점포에 입점하지 않는 게 낫다”며 “만약 은행을 찾은 고객이 저축성보험에 들겠다고 한다면, 은행직원이 방카슈랑스를 통해 가입시키면 된다. 굳이 은행이 보험사로 저축성보험 계약을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은행계 보험사의 반응도 시큰둥하긴 마찬가지다. 보장성보험이 ‘복합점포 갈등 해결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비은행계 보험사 관계자는 "일단 복합점포에 보험사가 포함된다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 영업 형평성에 어긋나는 제도"라며 "허용되는 순간 25%룰은 무너지고, 보장성보험을 제외한다고 해도 은행계 보험사들의 저축성보험 판매 규모가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5%룰을 적용받지 않는 농협생명만 봐도 알 수 있다”며 “설계사들도 저축성보험 일종인 변액보험을 상당수 판매하고 있다. 복합점포는 설계사들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기 때문에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출범한 NH농협생명은 방카슈랑스 25%룰을 적용받지 않아, 은행 지점을 가진 농협은행을 통해 저축성보험을 판매 중이다. 때문에 NH농협생명의 저축성보험 규모(신계약 누적보험료)는 지난해 12월 말 14조1600억원으로 보장성보험(15조8220억원)와 비슷하다. 일반적으로 생명보험사들은 보장성보험이 저축성보험보다 2배 이상 규모가 크다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판매 규모다.
[뉴스핌 Newspim] 전선형 기자 (inthera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