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GDP 대비 국가 채무 수준 '양호'
[뉴스핌=노종빈 기자] 지난 십여년간 글로벌 경제가 보였던 낮은 성장률의 배경에는 각국의 재정적자 관련 정책이 밀접히 관련돼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위기 이후 과도한 부채가 성장을 가로막은 요인이란 판단을 받아들인 나라는 부채비율을 줄이는데 주력한 반면, 케인지언 수요관리 노선을 따른 나라는 재정적자 줄이기 속도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에서 초저금리와 막대한 공공투자 등으로 경기 부양에 나서는 등 팽팽하게 대립했다.
지난 2일 국제통화기금(IMF) 소속 연구원들은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양극의 움직임을 벗어나 "고도의 부채가 있더라도 이를 감내하고 살아가는 방법이 있다는 것은 그 동안 무시돼왔다"면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이들은 "조달시장 접근이 제한되지 않는 나라는 국가 부채를 줄여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채무 줄이기보다는 먼저 재정 지출을 늘려 성장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당장 부채비율을 유지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 이른바 '재정적 여유공간'이 충분한 나라는 당분간 높은 부채를 감내하면서 살고, 적자는 경제 성장을 통해 유기적으로 줄어나갈 수 있도록 하면 된다는 것.
높은 부채가 성장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를 급격한 속도로 줄이면서 경제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 채무 크게 팽창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이나 신흥국이나 할 것없이 국가 채무 수준이 크게 팽창해 있다. 선진국 공공부채는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최고 비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같이 국가 채무가 과도에 상황에 대한 특별한 해결책은 없는 상황.
주요 선진국들은 자국 금융업종 등에 대한 공적자금의 투입과 재정 적자 확대 및 경기 부양 정책을 통해 경기 회복을 유도하고 있으나 실물 경기는 침체를 지속하고 생산도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
조나단 오스트리 IMF 리서치조사 부문 부대표는 "최근 글로벌 각국 정부가 채무를 먼저 해소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전통적인 경제학 이론으로는 국가 채무 부담은 빠르게 해소돼야 한다. 지난 2010년 유럽 재정위기에서 보여준 것처럼 채무가 확대되면 투자 신뢰도가 떨어지고 또한 각국의 자금 조달 비용도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미래에 나타날 수 있는 경제 위기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기 어렵게 된다.
특히 국가 채무가 과도하게 발생하면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기업이나 투자자들은 투자를 하지 않고 현금을 쌓아두게 된다.
◆ IMF, 사회간접자본 투자 늘려 경제 성장 촉구
이 때문에 주요20개국(G20) 국가들은 지난 2010년 재정적자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채무 비율을 낮추는 방안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IMF는 글로벌 각국 정부에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지출을 늘림으로써 경제 성장을 촉진하라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미국 정부 역시 독일을 비롯한 여타 국가들에게 경제 성장 확대를 위해 재정 지출을 늘리라고 강조하고 있다.
네이선 시츠 미국 재무부 국제문제 담당 차관은 "유럽 각국이 정부차원에서 국가 경제를 지속 가능하도록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따라서 IMF의 이같은 관측은 미국 정부가 각국에 자본지출을 확대하라는 요구와 상통하고 있다.
하지만 브래드 드롱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교수는 "정부의 재정 지출은 경제 성장을 유도하는 데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 한국, 매우 안전한 재정 공간 확보재정 여유공간 비교 <출처=무디스애널리틱스(2014 May)>
이 가운데 한국의 정부 채무 상황은 매우 안정적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해 5월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채무 대비 국내총생산(GDP) 비율이 241%에 달해 노르웨이(246%)나 뉴질랜드(228%) 등과 함께 가장 여유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무디스의 분석에 따르면 채무 대비 GDP 비율이 120%를 넘어서면 건전한 것으로 분류하는데, 현재 미국(165%)과 독일(167%)도 다소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IMF의 연구진은 채무 수준을 급격히 낮추는 것은 재정 긴축과 세금 증대 등의 정책을 필요로 하고 이는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국가 채무 수준을 줄이는 것보다 그대로 유지한다면 성장을 좀 더 빠르게 유도할 수 있고, 경제 성장이 이뤄지면 투자와 매출이 증가하면서 채무 부담은 점차 해소될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IMF는 이번 보고서에서 "이런 권고는 각국의 상황에 맞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재정 조달이 당장 어려운 나라에게는 이런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