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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훈의 4색 여행기] 폐허와 성지의 파토스적 공명, 터키의 에페소스

기사입력 : 2015년05월11일 18:51

최종수정 : 2015년05월11일 18:51

얼마나 깊은 동경을 품어왔는지. 에게 해를 둘러싼 문명들. 서구 문명의 모태에 해당되는 그것들에 대해 말이다.
에머럴드 빛의 에게 해의 크레타 섬. 그곳에서 느낀 벅찬 감동들을 따로 말할 기회가 있을진 모르지만 여기선 간단한 언급으로 그쳐야 할 것 같다. 아래 사진은 그 섬에 있는 크노소스 궁전이다.  

영국의 에반스가 그 궁전을 발굴한 점은 높이 사지만 그는 그 역사적인 유적지를 콘크리이트로 복원하는 바람에 미지의 파토스를 유실시켰다. 그리스 문명의 시원에 해당되는 미노스 문명의 최고 걸작품에 대해 어찌 감히 콘크리이트를 처바를 생각을 했을까. 명색이 고고학자라는 사람이 말이다. 그의 탁월한 치적에 묻히곤 하지만 나는 그 중차대한 실수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유년시절에 잃은 어머니를 찾아 오랜 시절을 헤맨 끝에 만났는데 성형을 한 모습이라고 할까 그 비슷한 불쾌감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궁전 내부의 벽화가 보여주듯 알 수 없는 미로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은 어쩔 수 없었다. 시원은 모습이 다소 일그러졌다하더라도 자체의 묘한 매혹을 지니는 모양이다. 신비의 베일에 가린 미노스 문명은 그 후의 미케네 문명에 영향을 주고 도리어 먹혀 멸절되고 만다. 그러니까 나는 사라진 문명의 폐허, 그 아름다운 침묵 위를 걷고 있는 셈이다.
미케네 문명 역시 그 후의 그리스 문명에게 영향을 주고 사라진다. 그리스는 점점 세력을 키워 대제국인 페르시아와도 전쟁을 벌이게 된다. 페르시아는 패하게 되고 그 이후 알렉산더의 손을 거쳐 역사에서 사라지게 된다.
내가 지금 막 발을 디딘 터키는 당시에 페르시아 제국의 일부였다. 항구 도시인 쿠사다시에서 뜨거운 차를 마시며 에게 해 투어에서 받은 감격들을 잠재우고는 돌무치라고 불리는 미니버스를 타고 에페소스로 향했다.
에페소스에 도착하기 몇 킬로 미터 전에 이견이 있긴 하지만 예수의 생모인 마리아가 살던 집으로 알려진 곳이 있다. 그 집에 당도하자 베들레헴의 마굿간부터 연상의 필름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성자의 어머니의 체취가 묻어 있다고 생각되니 이천년 전의 시간의 물결이 눈 앞에서 찰랑대는 것 같았다. 성경에 나오듯 마리아는 예수의 죽음 직전에 예수에 의해 제자인 요한에게 맡겨진다. 요한은 마리아와 이 지역에 와서 마리아가 죽을 때까지 모시다가 자신도 죽어 이 부근에 묻힌다. 녹음에 덮힌 성모 마리아의 집은 영기가 서린듯 성스럽기 그지없었다. 안에 들어서자 짙은 밀도의 적요 속에 경건의 향기가 물씬했다. 


성스러운 감화를 입은채 초기 기독교인들이 참혹하게 학살당했다는 원형 극장을 탐방하는 동안 가슴이 아려왔다. 사도 바울을 생각하자 더욱 그러했다. 예수의 사후 생모인 마리아가 이 지역으로 모셔졌다면 바을은 그의 성령을 입어 유대교에서 기독교로 극적인 회심을 하게 된다. 그런 후 전도 여행을 떠나는데 터키가 주요 지역이었고 이곳 에페소스는 가장 중요한 장소에 속한다. 이 원형 극장은 바로 그가 복음을 외치다가 끌려간 곳이다. 이천년 남짓 전에 저 돌바닥 어디쯤에서 온몸으로 부르짖다가 박해를 당하는 장면이 어른거려 아찔함 속에 절로 숙연해졌다.  
이처럼 기독교의 성지인 에페소스는 원래 소아시아 땅이지만 이곳까지 진출한 고대 그리스 문명에 의해 식민도시로 재탄생하게 된다. 그 후 로마에 위해 점령되어 로마의 주요 도시로 화려하게 성장한다. 바닷가에 위치한 항구 도시였던 이곳은 항구에 토사가 쌓이기 시작하더니 물이 끊어지게 된다. 항구 도시가 더 이상 아니게 되고 모기도 많아져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둥 몰락하게 된다. 화려한 융성에 이은 어이없는 몰락이어서인지 폐허 속을 거니는 동안 씁쓸한 애잔함이 계속 밀려들어 왔다. 


몰락의 이유로서 이같은 지질학적인 관점 외에도 여럿 있지만 어느 것이 정확한 것인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이 폐허의 공간에 목욕탕, 병원, 약국, 도서관 등 당시의 삶을 가늠할 수 있는 것들이 훼손된채 산재해 있다. 목욕탕은 열탕, 온탕, 냉탕의 구조를 갖추고 열을 다루는 하부 시설까지 되어 있어 당시의 과학적인 면모를 볼 수 있는 동시에 귀족들의 질탕한 향연을 위해 연신 불을 때던 화부들의 삶마저 엿볼 수 있다. 도서관 곁에 눈길을 끄는 문양이 있어 발걸음을 멈췄다. 


당시의 발자국 형상이다.
“저쪽에 매음굴이 있었어요. 이 사이즈보다 발이 큰 사람은 입장이 허용되었지요.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싫증난 귀족의 자제들이 욕정을 참지 못해 들락거렸을 거라고 추정된답니다.”
어떤 팀의 가이드가 하는 말을 귀동냥으로 들으면서 이천 년 전의 발자국을 바라보는 동안 웃음이 절로 나고 있었다. 인간의 감정 특히 성적 충동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 차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사이즈를 정해 그런대로 성에 대한 윤리 및 사회적 질서를 정한 고대인의 지혜가 차라리 소박한 듯 다가오는 면도 있었다.
 

당시의 일상 생활들과 성풍속의 일부까지 머금고 있는 유적들은 침묵 속에 무수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것 같았다. 기독교 성지이자 황폐한 폐허로서의 이 도시는 그 두 이질적인 것의 공존으로 인해 묘한 파토스를 지니고 있었다. 성스러움의 극한과 세속의 바닥을 동시에 품고 있어서일 것이다. 내 가슴엔 공명이 계속 일어나고 있었다.

이명훈 (소설 ′작약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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