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문화·연예 대중문화·연예일반

[변상문의 風流 여행기] 정통 국악의 대중화를 꿈꾸는 가야금 병창 김민정

기사입력 : 2015년05월04일 14:02

최종수정 : 2015년05월04일 14:02

 

운현궁을 찾는다. 노안당(老安堂) 마루에 앉아 뜰에 핀 철쭉을 본다. 시간의 흐름이 멈춘다. 흥타령 '꿈이로다. 꿈이로다. 모두가 다 꿈이로다. 너도 나도 꿈속이요. 이 것 저 것이 꿈이로다. 꿈에 나서 꿈에 살고 꿈에 죽어 가는 인생. 부질없다 깨려거든 꿈. 꿈을 꾸어 무엇허리' 이명(耳鳴)처럼 흥타령이 머물다가는 가고, 가다가는 다시 머물기를 반복했다. 정신이 아득했다. 거꾸로 매달려 있는 운현궁 솟을 대문 문고리를 매만진다. 근현대사가 손끝에서 찌릿하게 와 닿았다. 운현궁 담을 따라 국악거리 쪽으로 휘적휘적 걷는다. 운현궁 유치원 마당이 나타났다. 폐사지(廢寺地) 처럼 휑덩그렁하다. 흑백 TV화면이 돌아간다. 기사(棋士) 서봉수가 담배를 물고 장고(長考)한다. 그 옛날 운당여관 자리였던 유치원 마당에 하얀 햇살이 쏟아진다.

운당여관. 국악의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진 곳이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국악인들은 으레 이곳에서 머물렀다. 여관 주인이 가야금 병창 명인 향사 박귀희이기 때문이다. 향사 박귀희는 운당여관을 팔아 지금의 국립전통예술중고등학교를 설립했다. 민속악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기예를 연마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가야금 병창은 가야금 반주에 판소리 한 대목을 얹어 부르는 것이다. 조선시대 전라도 사람 김창조가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김창조-오수관-오태석(오수관 아들)-박귀희로 이어졌다. 박귀희는 녹음방초, 호남가, 백발가 등의 단가와 수궁가 중 고고천변(皐皐天邊 토끼가 별주부에게 수궁 밖 세상의 아름다움을 알려주는 대목), 홍부가 중 제비노정기(제비가 박씨를 물고 강남에서 한국으로 오는 여정을 노래한 대목)를 즐겨 불렀다. 가야금 병창을 듣고 있노라면 낙이불류 애이불비(樂以不流 哀以不悲 즐겁되 문란하지 않고, 슬프되 비통하지 않다)라는 우리 소리의 특징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가야금 병창 김민정. 봄을 애타게 기다리며 재 빛 겨울 날씨를 즐기며 충무로 어느 커피숍에서 그를 소개 받았다.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가 시원시원했다. 목소리에 걸맞게 성격도 시원시원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국악의 전통과 정통을 온전하게 전승하여 국악을 대중화시키고 싶다는 그의 말에서 당참을 느꼈다.

김민정은 서울 출신 개비(甲)이다. 어머니는 설장구를 쳤다. 아버지는 전남 화순 출생인데 대금, 아쟁을 연주했다. 서울 계상초등학교, 상계여자중학교,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한양대학교, 한양대학교대학원을 졸업했다. KBS '파랑새는 있다'라는 드라마에 출연한 바도 있다. 인물치레를 비롯해 소리꾼으로서 갖추어야 할 조건을 두루 갖춘 전형적인 국악인이다.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정의진 교수로부터 판소리 수궁가 완창을 배웠다. 이는 가야금 병창 전공자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이색적인 이력이다. 국립국악원에서 3년간 근무했다.

햇살 고운 봄 날 일요일 오후 그를 만났다. 차 한 잔으로 목을 축인 후 인터뷰에 들어갔다. “국립국악원하면 모든 국악인들이 근무하고 싶어 하는 직장인데 왜 그만두셨습니까?”

“국립국악원을 저 스스로 그만둔 것이 아닙니다. 국악원은 연수단원 1년, 준단원 2년을 거친 후 정단원이 됩니다. 정단원 선발에서 떨어져 그만 둔 것입니다.(웃음) 감독이 바뀔 때 마다 단원 선발제도가 바뀝니다. 감독에 따라 연희를 중요시하면 타악 단원이 뽑힙니다. 당연히 판소리, 가야금 병창 전공자는 선발에서 제외됩니다. 이런 식으로 단원을 선발하다 보니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는 요즘 <코트뮤>라는 예술단체를 설립해 이끌고 있다. 국립국악원에서 함께 근무했던 판소리 꾼 2명, 가야금 병창 2명으로 구성했다. 한국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한국문화의 집(코우스)에서 지난 4월 말 출범 공연을 했다. 전통과 정통을 온전하게 전승하여 국악을 대중화시키겠다는 당찬 포부를 안고 출발했다. “전통과 정통을 고집하면 관객이 외면할 텐데요 가능하겠습니까?” 아픈 곳을 찔러 질문했다.

“월급을 받으니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습니다. 저는 프리랜서가 좋습니다. 긴장되고 창조적인 것을 즐깁니다. 남이 만들어 놓은 것을 따라가는 것은 싫습니다. 요즘 퓨전국악이라는 말로 어설프게 공연하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전통도 아니고 정통도 아닌 것을 내 놓습니다. 원 뿌리는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창조가 나와야 하는데 그게 아닙니다. 전통과 정통은 세월이 흘러야 그 맛을 낼 수 있습니다. 요즘 들어 이런 이치가 조금씩 감으로 옵니다. 가야금과 판소리의 본 모습을 유지하면서 지금 이 시대의 문화를 표현하면 관객들로부터 사랑받을 것입니다. 마치 글을 쓰는데 있어 가슴으로 쓰지 않고 손끝으로 쓰면 감동이 전해 오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꾸미지 말고, 거짓하지 말고, 우리의 본 모습으로 이 시대의 기쁨과 아픔을 예술로 표현하면 분명히 대중들로부터 사랑받을 것 입니다.”

김민정은 12현 가야금을 고집한다. 25현 가야금을 즐기는 요즘 세태와는 분명 차별되는 태도다. 그런 그에게 가야금 산조를 부탁했다. 비스듬하게 앉은 자세로 열두 줄 현(絃)을 농(弄)한다. 진양조로 출발하여 자진모리 휘모리로 현(絃)을 몰아갔다. 오동나무의 텅 빔의 편안함이 차올랐다. 누에가 뽕 먹고 뽑아낸 무명실에서 세월의 무게가 춤을 췄다. 머리가 맑아지고 여유 없이 바쁘게 움직이던 몸 속 세포들이 하던 일을 멈췄다. 태고적 무극(無極)의 현묘(玄妙)가 뭉뭉한 공기를 밀어내고 있었다. 이어서 사랑가 대목을 불렀다. “사랑 사랑....” 가야금 줄에 사랑이 실렸다. 이슬 같은 맑음이 흘렀다. 비자나무 숲 속의 푸르른 향이 날렸다. 기토경금(己土庚金) 음양오행이 새로운 창조를 꿈꾸며 비상(飛上)했다. 창밖엔 하얀 봄빛이 포플러 나무 위로 내려앉았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소리, 마음을 울리는 깊이 있는 소리여야 한다. 잠깐 귀를, 눈을 기쁘게 하는 것은 또 하나의 소스 일 뿐입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던진 돌팔매 같은 이 말이 실현되는 전통과 정통의 국악 대중화 모습이 저만치 와 있었다.

변상문 국방국악문화진흥회 이사장 (02-794-8838,  sm2909@hanmail.net)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尹 지지율 35.2% 제자리걸음…'동해 석유' 발표 별무신통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소폭 상승해 30%대 중반을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3일 발표됐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업체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10~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에게 물은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는 35.2%로 집계됐다. 부정평가는 62.2%로 나타났다. '잘 모름'에 답한 비율은 2.6%다. 지난 조사 대비 긍정평가는 0.1%포인트(p) 상승했고 부정평가는 0.6%p 하락했다. 긍정평가와 부정평가 간 격차는 27.0%p다. 연령별로 보면 40대에서 긍·부정 평가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만 18세~29세에서 '잘함'은 26.5% '잘 못함' 72.1%였고, 30대에서는 '잘함' 32.3% '잘 못함' 64.4%였다. 40대는 '잘함' 22.5% '잘 못함' 75.3%, 50대는 '잘함' 32.3% '잘 못함' 66.5%로 집계됐다. 60대는 '잘함' 45.5% '잘 못함' 51.4%였고, 70대 이상에서는 '잘함'이 55.0%로 '잘 못함'(40.1%)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 '잘함' 37.0%, '잘 못함'은 60.1%로 집계됐다. 경기·인천 '잘함' 32.6% '잘 못함' 66.2%, 대전·충청·세종 '잘함' 34.8% '잘 못함' 63.6%, 부산·울산·경남 '잘함' 35.7% '잘 못함' 59.9%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은 '잘함' 51.9% '잘 못함' 45.6%, 전남·광주·전북 '잘함' 21.9% '잘 못함' 75.1%로 나타났다. 강원·제주는 '잘함' 38.0% '잘 못함' 54.6%로 집계됐다. 성별로도 남녀 모두 부정평가가 우세했다. 남성은 '잘함' 32.4% '잘 못함' 65.7%, 여성은 '잘함' 38.0% '잘 못함' 58.8%였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윤 대통령 지지율 결과에 대해 "포항 영일만 앞바다의 석유, 천연가스 매장 가능성 국정브리핑과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로 인한 9·19 군사합의 파기 등의 이슈를 거치면서 지지율 반등을 노릴 수 있었다"며 "그러나 액트지오사에 탐사 분석을 맡긴 배경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고, 육군 훈련병 영결식에 참석하는 대신 여당 워크숍에 가는 모습 등 때문에 민심이 움직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앞으로 큰 이슈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지지율은 떨어지지도, 올라가지도 않을 것 같다"며 "많은 국민이 기대도 하지 않고 그렇다고 아예 버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지지율이 올라가려면 획기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성·연령·지역별 인구비례 할당 추출 방식으로 추출된 표본을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100%) ARS 전화조사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응답률은 3.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통계보정은 2024년 1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 값을 부여(셀가중)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parksj@newspim.com 2024-06-13 06:00
사진
공매도 금지 내년 3월까지 연장...기관 상환기간 제한키로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당정이 기관 공매도의 대차 상환기간을 90일 단위로 최대 4번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제한하기로 했다. 아울러 불법 공매도 벌금이 현행 부당이득액의 3~5배에서 4~6배로 상향되는 등 제재도 강화된다. 공매도 금지조치는 '불법 공매도 중앙차단시스템'이 구축되는 내년 3월까지 연장된다.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13일 오전 국회에서 '공매도 제도개선' 민당정협의회를 가진 뒤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공매도 제도개선 민당정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06.13 leehs@newspim.com 당정은 우선 공매도 전산시스템을 구축해 무차입 공매도를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정 정책위의장은 "전체 공매도 거래의 92% 이상을 차지하는 기관투자자에게 무차입 공매도를 실시간 사전 차단하는 자체적인 기관내 잔고관리 시스템의 구축을 의무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한국거래소에 중앙점검시스템(NSDS)을 추가 구축해 기관투자자의 불법 공매도를 3일 내 전수점검하고 기관 내 잔고관리 시스템 유효성도 검증하겠다는 방침이다. 정 정책위의장은 또 "기관투자자 뿐만 아니라 모든 법인투자자는 무차입 공매도를 예방하기 위한 내부 통제기준을 마련해 운영해야 한다"면서 "증권사도 기관투자자의 공매도 전산시스템과 모든 기관, 법인투자자의 내부통제기준을 확인해야 하고, 확인된 투자자만 공매도 주문을 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정은 또 공매도를 위한 대차의 상환기간을 제한하고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을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공매도를 목적으로 빌린 주식은 90일 단위로 연장하되, 12개월 이내 상환하도록 제한하고 개인 대주의 현금 담보비율을 대차 수준인 10%로 인하, 코스피200 주식의 경우 기관보다 낮은 120%를 적용하기로 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공매도 제도개선 민당정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06.13 leehs@newspim.com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과 제재는 강화하기로 했다. 불법 공매도 벌금을 현행 부당이득액 3~5배에서 4~6배로 상향하고, 부당이득액 규모에 따라 징역을 가중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불법 공매도 거래자에 대한 금융투자상품 거래 제한과 임원선임 제한, 계좌 지급정지도 도입할 예정이다. 정 정책위의장은 "오늘 민당정협의는 공매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해 시장 질서를 확립해나가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며 "민당정은 협력체계를 지속해나가면서 오는 2025년 3월말까지 철저한 공매도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제도개선을 위한 법률 개정도 연내 처리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전산시스템이 완비되는 내년 3월 말까지 현재의 공매도 금지조치를 연장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날 협의회에는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정점식 정책위의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oneway@newspim.com 2024-06-13 12:06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