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양섭 우동환 이보람 기자] 코스닥 지수가 장중 한 때 5% 이상 급락하면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일각에선 불안한 심리가 퍼지기도 했지만 시장은 1시간 내에 ‘안정’을 되찾았다. 증권가에서 지목한 지수 급락 배경은 거시적인 변수가 아닌 개별종목 ‘내츄럴엔도텍’이었다. 시가총액 1조4000억원 규모의 종목 하나가 전체 시장을 뒤흔든 셈이다.

22일 코스닥 지수는 오후 1시까지 강세를 유지했지만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매물을 쏟아내면서 1시 20분께 하락 반전한 뒤 빠른 속도로 낙폭을 키워 장중 한 때 5% 이상 급락했다. 이후 낙폭을 줄여 코스닥 지수는 결국 전일대비 11.18p(1.56%) 내린 703.34에 마감됐다.

코스닥 지수가 빠르게 낙폭을 줄여 1%대 하락세에 그쳤지만, 장중 한 때 '조정론'이 팽배했다는 전언이다. 전업투자자 A씨는 "몇년 만에 한 번 오는 조정장의 서막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불암감이 있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한 운용사의 중소형주펀드 매니저 B씨도 "코스닥 조정의 시작일 가능성 있다"면서 "오늘 급락은 어닝시즌, 기관 매도, 내츄럴엔도텍 영향이 다 겹쳐서 변동성이 커진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츄럴엔도텍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으면 기업 실적을 추정하는데 신뢰감이 떨어지게 되고, 종목별 변동성이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 PER 아닌 PSR로 보는 '중국 화장품, 바이오' 테마주들

헬스케어 바이오 기업인 내츄럴엔도텍은 가짜 원료 사용 논란에 휩싸이면서 하한가로 추락했다. 내츄럴엔도텍으로 촉발된 개별주들의 급락으로 주가매출비율(PSR, Price Sale Ratio)이라는 용어가 재차 회자됐다.

PSR은 기업의 매출과 주가를 비교해 밸류에이션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간단하게 시가총액을 연간 매출액으로 나눈 값이다. 매출액을 투자의 주요 지표로 본다는 것은 '성장성'에 높은 비중을 뒀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애널리스트 C씨는  "최근엔 기업의 성장성 위주로 판단하는 경우가 늘면서 PSR 지표를 보는 경향이 생겼다"고 말했다.

내츄럴엔도텍은 지난해 매출액이 1241억원에 시가총액이 1조4000억원이 넘는, PSR이 13.5배 종목이다. 주가수익배율(PER)는 무려 80배가 넘어 일반적인 종목들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런 종목은  당장 눈에 보이는 실적보다는 향후 성장세를 보고 투자한다. 

비슷한 예로 바이로메드의 PER와 PSR은 각각 8863배, 206배로 일반 상식을 가진 투자자들의 판단을 넘어서 있다. 주가순자산배율(PBR)이 30배에 육박하는 산성앨엔에스 같은 종목도 가치 판단이 힘든 종목에 속한다.

그 외에도 코스온의 PER는 945배, 뒤이어 경남제약, 에이블씨앤씨, 제닉, 산성앨엔에스 등 최근 승승장구하는 화장품이나 바이오업종에 속하는 여러 종목이 100배 넘는 PER를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 종목은 약 10배에서 20배 수준인 PSR을 이용해 성장성을 놓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참고로 코스피 대형주인 현대차의 경우 PSR은 불과 0.4배 수준이며, 삼성전자의 PSR은 1배가 약간 넘는데 그친다. 더이상 빠른 성장성을 기대하기 힘든 종목의 경우다.

이와 같은 고평가 종목들이 코스닥시장에 하나 둘 등장한 것은, 풍부해진 유동성과 함께 중국, 화장품, 바이오 시장의 성장 기대감이 맞물려 만들어낸 결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내츄럴엔도텍의 악재만으로 코스닥 시장 전체가 하락할 것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지만, 지나치게 성장세만 믿고 투자했던 투자자들에게 어느 정도 경고를 줬다는 분석을 내놨다.
 
윤지호 이베스트증권 센터장은 "오늘 사건은 고(高) 밸류에이션 종목에 대한 일종의 경고를 준 하나의 해프닝"이라며 "다만 모든 종목이 다 똑같을 순 없고 고밸류에이션이 정당화된 종목도 분명히 있기 때문에 코스닥 상승세가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기업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과도하게 주가가 올라 PSR이나 PER이 너무 높으면, 아무리 좋은 종목이라고해도 과대평가돼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저항선에서 나온 경고 사인… 옥석가리기 불가피

전체적인 시장은 장중 폭락 양상에서 신속하게 회복했다. 개별 종목 이슈로 완전히 흔들릴 정도의 체력은 분명히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 긍정적인 흐름은 이어가겠지만 시장에서의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졌다.

허문욱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상승세를 주도했던 업종 가운데 PSR을 기준으로 밸류에이션 평가가 이뤄진 것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PSR은 분명 이익은 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손익계산서에 당장 영업이익 등 수치가 구체화되지 않아 자기자본이익률(ROE)이나 주당순이익(EPS)으로 계산할 수 없는 종목을 해석할 때 활용되는 지표"라며 "향후 PSR로 보여주는 업종이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내츄럴엔도텍처럼 고PSR 개별주들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투매 현상이 벌어졌다.

송상훈 BN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날 개별종목중에 내츄럴엔도텍의 악재가 심리적으로 개별종목들의 투매를 불러일으키는 트리거(방아쇠)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이 재차 발생할 수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조윤남 대신증권 센터장은 "일부 종목에서 매물이 나온 게 원인으로 단기적으로 빠졌다는 건 차익실현 욕구들이 일시에 분출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 센터장은 "그동안 많이 올랐던 종목에 대해 투매 현상이 벌어진 것"이라면서 "코스닥 지수 720선이 저항선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22일 코스닥 지수 1분봉 차트 <자료출처=키움증권HTS>

한편, 이날 한국소비자원은 서울서부지방검찰청·경기도특별사법경찰단과 공동으로 시중에 유통 중인 32개 백수오 제품의 원료 진위여부를 조사한 결과, 실제로 백수오를 원료로 사용한 제품은 3개 제품에 불과했다고 발표했다. 

또 경기도특별사법경찰단과 함께 6개 업체에 ‘백수오등복합추출물’을 공급하는 내츄럴엔도텍의 이천공장에 보관 중인 가공 전 백수오 원료(원물)를 수거하여 시험검사한 결과 이엽우피소가 검출되었다는 내용도 밝혔다.

이에 대해 내츄럴엔도텍 측은 반박 자료를 통해 “한국소비자원은 당사가 요청한 조사결과 데이터 공개 요청에 응하지 않는 것은 물론 당사와의 공동 검사나 제3의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 의한 재검사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사는 이후 백수오 제품에서 ‘이엽우 피소’가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에 대해 조사결과공표금지가처분신청, 민사소송 및 형사고소를 제기했다고 공시했다.

[뉴스핌 Newspim] 김양섭 기자 (ssup82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