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라이프

속보

더보기

[이명훈의 4색 여행기] 롱지를 입은 마음

기사입력 : 2015년04월21일 12:37

최종수정 : 2015년05월28일 14:34


롱지(longyi)를 입은 남자의 모습이다. 칸도지 호수는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유명한데 앞의 풍경이 보기 좋아 셔터를 눌렀다. 나도 물론 롱지 즉 미얀마의 전통 의상인 치마를 입고 있다. 호텔에서 입을 때는 설레임이 일었는데 막상 입은채 시내로 나오려하니 쑥쓰러웠다. 용기를 내어 입고 나오자 선선한 바람이 마음 속으로 쳐들어오는듯 편함과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롱지를 입은 여자들의 모습 또한 아름답기 그지 없다. 쉐다곤 파고다나 보족 마켓, 양곤의 외곽을 도는 순환열차에서도 롱지를 입은 여자들의 자태가 내 눈을 절로 끌곤 했다.
고대엔 치마가 남녀 공용으로 입혀졌다고 한다. 바느질 기술이 발전되지 못한 것이 이유라고도 한다. 그러다가 바느질 기술이 늘어나고 남자들이 말을 타기 시작하면서 남자들은 치마 대신 바지를 입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역사적 사실이 떠오르자 미얀마에서 치마 형태인 롱지를 전통적으로 내내 입고 있는 것에 마음이 더 갔다. 물론 이 나라가 무덥기에 치마 형태가 훨씬 실용적이며 편한 바가 있을 것이다. 남태평양의 피지 섬에도 남자들이 치마를 입는다는데 그 이유를 잘은 모르지만 미얀마와 통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암튼 인류의 고대의 의복인 동시에 미얀마의 전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치마 입은 남자를 역시 치마를 입은 상태에서 바라보는 마음은 멋쩍기는 하지만 유쾌한 일이었다. 
]

롱지를 입고 버스를 타는 기분도 색달랐다. 이 나라의 버스 역시 순환열차와 마찬가지로 열악하지 짝이 없는데 나는 원시적인 의복을 입은 탓인지 그런 점이 오히려 반가웠다. 고물에는 첨단에 내포되지 않은 많은 것들이 들어 있다. 고물상은 그런 점에서 소위 첨단이라는 것에 누락된 것들의 백화점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고물상을 지날 때마다 저 고물들 속에 들어있는 보물들이 떠올려지곤 한다. 고물상을 그런 피상적인 환상으로 비약만 하는 것은 물론 무리이지만 말이다.
사진 속의 풍경은 물이 담긴 두 개의 양동이이다. 고물 버스의 차문 안에 놓여 있는 것이다. 눈에 띄자마자 시큼하면서도 애틋하게 밀려오는 아지랑이 같은 것에 마음이 향긋하게 소용돌이 쳐졌다.
버스에 오르기 전에 봤는데 버스에 열이 오르면 그 물양동이를 들고 가서 물을 끼얹어 식힌다. 어릴 적에 많이 본 풍경이다. 물론 버스에 두명씩이나 타고 있는 조수들의 몫이다. 우리나라에선 오래 전에 사라진 조수이며 물 양동이이기에 목전에서 반짝일 때 아찔함과 함께 과거의 찬란 속으로 풍덩 빠지는 느낌이었다. 롱지를 입어서였는지 더욱 그랬다.  


술레 파고다 부근의 정류장에 내렸다. 쉐다곤이나 보족 시장이 있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걸어간다. 더욱 걸으면 양곤 강이 펼쳐지며 그 너머에 섬이 존재하며 거기에도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사진은 그곳으로 향하는 길가의 풍경이다.
각종 열대 과일들이 풍성하게 진열되어 있어 내 마음도 열대과일처럼 싱그럽고 탱탱해진다.  물건들을 사라는 아우성 소리와 삶이 소음들도 그득하다. 날씨는 무더워 파라솔과 그 그늘이 빚어내는 광경도 일품이다.   


요란하고 떠들썩한 시장을 지나 강가로 가기 위해 육교 위에 올랐을 때 눈에 들어온 풍경이다.
방금 전의 풍경들과 대조되어 혼자만의 고독 속에 짐자전거를 타고 있어서인지 인상적으로 들어와 셔터를 눌렀다.
역시 롱지를 입고 있고 무더운 날씨 탓인지 밀집모자를 쓰고 있다. 앞으로 뻗은 길 앞에 횡으로 철로가 놓여 있어 길이 길을 가로막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저 막힌 길 앞에서 멈칫거리며 어딘가로 가야 한다.
짐칸에는 아무런 짐도 없어 마음이 허전할 것 같았다. 짐이 실리면 몸은 무거워지겠지만 무거운 삶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것이기에 마음은 가벼워질 것이다. 어떤 선택이 주어지든 무거움이야 벗어날 수 없겠지만 육체의 고단이 그나마 나을 것이다.
빈 짐칸을 거느린채 길이 가로막는 길 앞에서 어디론가 가야하는 중년 짐꾼의 고독한 모습. 그것이 미얀마의 현실로도 날카롭게 상징되기도 하지만 그처럼 국가니 사회니 하는 거대한 범주들로 난처하게 환원되는 것도 보기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저 곳에 한 고독한 인간이 서성거리는 것이다. 서성일수록 삶은 무거워지기만 하는 냉엄한 현실 속에서 무엇인가를 애타게 갈구하며 서성이는 것이다. 


요란한 시장과 고독한 한 인간의 모습을 경과한 자리에 한 여자가 멀리서 나타난다. 그녀의 얼굴엔 뭔가가 발라져 있다. 다나까라고 불리는 천연 선크림이다. 말린 나무를 갈아 낸 가루에 물을 타 얼굴에 바르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모습은 롱지와 함께 양곤의 곳곳에서 넘치도록 보아왔다. 다만 이 여자가 지금 순간 매우 아름답게 보여서 다나까를 바른 모습이 더욱 인상적으로 보였는지도 모른다.
이번은 짧은 일정이었기에 내일이면 미얀마를 떠난다. 나라는 미물이 떠난 후에도 미얀마는 여전히 롱지와 다나까로 찰랑대겠지만 세상을 할퀴는 속도와 효율 위주의 매서운 바람에 의해  점점 떠밀려나갈 것이다. 롱지를 입는 사람들이 벌써 많이 줄고 청바지 같은 서구 타입의 옷을 젊은이들이 많이 즐겨 입는다고 한다. 좋은 화장품들이 이 나라의 얼굴들에서 저 천연의 색감 역시 지워나갈 것이다. 롱지를 입은채 마치 원시적인 풍광 속을 바람처럼 유랑하는 기분. 딱딱한 한국 사회에 들어가면 무척이나 그리울 것 같은 것, 이 나라에서도 서서히 멀어져 애잔함 속에서나 추억될 지도 모르는 것. 이처럼 진한 아쉬움을 머금은 미얀마에서의 마지막 시간이 나만 그럴 것 같지가 않다. 무수한 사람들에게 소박한 질그릇 같은 여운을 주어온 서정의 시간이, 아시아의 오지라고 불리는 이 나라에서도 점점 쇠약해지는 것 같아 양곤 강을 향해 마지막 시간을 걷는 발길이 잘 떨어지질 않는다.

이명훈 (소설 ′작약도′ 저자)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3초안에 13가지 암 찾는다" [서울=뉴스핌] 김용석 기자 = 혈액 검사 데이터만으로 3초 안에 13가지 조기 암을 찾아내는 시대가 열렸다. 미국 식약청(FDA)은 12일(한국시간) AI를 활용한 의료 시범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하고, 전 부문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마틴 A. 마카리 FDA 박사가 이끄는 이번 계획은 올 6월 30일까지 모든 FDA 센터에 AI를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 뉴스핌 DB] FDA에 따르면 AI의료 혁신은 단순히 진단만 하는 게 아니라, 유전자 수준에서 향후 5년간 암 발생 확률을 예측할수 있게 됐다. 이 시스템에는 '거짓말 필터'가 내장돼 있어, 환자가 숨긴 병력도 감지할 수 있을 정도다. 특히 혈액 검사 데이터만으로 3초 안에 13가지 조기 암을 찾아낼 수 있으며, 정확도는 대형병원 의사를 능가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진료 비용은 인간 의사의 1/20에 불과하며. 다만, 매년 999달러의 'AI 사용 연회비'를 내야 한다. 마카리 박사는 "AI 시범 사업 성공에 큰 감명을 받았다. 검토 과정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비생산적인 반복 작업을 줄일수 있다. AI혁신 의료 기술은 새로운 치료법 검토 시간을 가속화하는 데 큰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라고 밝혔다. FDA의 신약평가연구센터(CDER) 신약평가과학국 부국장인 진중(진) 리우는 "이는 게임 체인저 기술이다. 3일 걸리던 작업을 몇분 만에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새 AI의료 혁신은 FDA의 패스트트랙(그린 채널)을 통과해 다음 주부터 뉴욕 장로회 병원에서 시험 운영된다. fineview@newspim.com 2025-05-12 11:48
사진
와이스 호투...한화 12연승 날다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독수리가 마침내 12연승까지 날아올랐다. 김광현은 양현종과의 '레전드 매치'에서 웃었지만 김도영에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화장한 날씨를 보인 이날 더블헤더를 포함해 8경기에 총 14만7708명의 관중이 입장해 역대 일일 최다 관중 신기록을 세웠다. 종전 일일 최다 관중은 지난해 6월 23일 역시 8경기에서 기록한 14만 2660명이었다. 단독 선두 한화는 1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방문 경기에서 라이언 와이스의 호투를 발판 삼아 8-0으로 승리했다. 와이스는 8이닝 동안 삼진 9개를 뽑으며 1안타 무실점으로 키움 타선을 봉쇄했다. 라이언 와이스(왼쪽)와 노시환. [사진=한화] 한화가 12연승을 거둔 것은 빙그레 시절이던 1992년 5월 이후 33년 만이다. 당시 빙그레는 14연승까지 거뒀다. 한화는 3회초 2사 1, 3루에서 키움 포수 김재현의 2루 악송구 때 3루 주자가 홈을 밟아 1-0으로 앞섰다. 5회에는 2사 2, 3루에서 키움 선발 김윤하의 폭투로 1점을 추가한 뒤 노시환이 유격수 강습 중전 적시타를 때려 3-0으로 달아났다. 6회에는 이진영의 솔로 홈런과 이도윤의 적시타로 2점을 추가해 5-0으로 점수 차를 벌렸다. 한화는 9회초에도 3점을 보태 쐐기를 박았다. 대구에서는 문성주가 혼자 4타점을 뽑은 LG가 삼성을 7-4로 꺾었다. LG는 전날 더블헤더 1, 2차전을 포함해 3연승을 달린 반면 삼성은 8연패의 늪에 빠졌다. 1-3으로 끌려가던 삼성은 6회말 선두타자 구자욱이 좌중간 2루타로 포문을 열자 김영웅이 좌월 투런 홈런을 쏘아 올려 3-3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르윈 디아즈는 우측 외야 스탠드 상단에 꽂히는 백투백 홈런을 터뜨려 4-3으로 역전시켰다. 문성주. [사진=LG] 하지만 LG는 7회초 2사 만루에서 문성주가 좌측 펜스 상단을 때리는 3타점 2루타를 터뜨려 단숨에 6-4로 다시 뒤집었다. 8회초에는 2사 만루에서 홍창기가 밀어내기 볼넷으로 1점을 보태 승부를 결정지었다. 더블헤더가 펼쳐진 인천에서는 SSG가 1차전에서 KIA를 8-4로 꺾었다. SSG는 4-1로 앞선 4회말에는 조형우의 적시타와 최지훈의 3루타 등으로 3점을 추가해 7-1로 달아났다. KIA는 5회초 최형우가 투런홈런을 날렸으나 더는 추격하지 못했다. KIA 선발 제임스 네일은 4이닝 동안 개인 최다인 7실점하고 무너졌다. 김광현과 양현종이 선발 대결을 펼친 2차전에서도 SSG가 5-1로 승리했다. KIA는 4회초 김도영이 좌중월 솔로홈런을 날려 선취점을 뽑았다. SSG는 6회말 채현우의 3루타 등 4안타와 볼넷 4개를 묶어 대거 5점을 뽑아 전세를 뒤집었다. 7이닝 1안타 1실점으로 호투한 김광현은 승리투수가 됐고 5.1이닝 3안타와 볼넷 2개로 3실점 한 양현종은 패전투수가 됐다. 김광현. [사진=SSG] 잠실에서는 NC가 두산을 맞아 더블헤더 1차전을 11-5로 이긴 뒤 2차전마저 5-2로 승리했다. NC는 7연승을 달리며 4위로 뛰어올랐다. 두산은 1차전 1회말 상대 실책 속에 양석환의 2루타와 볼넷 3개를 묶어 먼저 4점을 뽑았다. 그러나 NC는 2회초 두산 선발 콜 어빈의 제구가 흔들리는 사이 3안타와 4사사구로 6점을 뽑아 전세를 뒤집었다. 3회에는 안중열의 2루타로 2점을 추가한 NC는 4회에도 1점을 보태 9-4로 달아나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천재환. [사진=NC] 2차전에서 NC는 2회초 천재환이 선제 솔로홈런을 날렸으나 두산은 2회말 1사 만루에서 김기연이 2타점 우전안타를 날려 전세를 뒤집었다. 그러나 NC는 3회초 4안타와 볼넷 2개로 4점을 뽑아 5-2로 재역전했다. 수원구장 더블헤더 1차전은 롯데가 6-1로 승리했으나 2차전은 kt와 1-1로 비겼다. 롯데는 1차전 1회초 전준우의 투런홈런 등으로 먼저 3점을 뽑았다. kt가 1회말 실책을 틈타 1점을 만회했으나 롯데는 3회초 전준우가 희생플라이로 다시 1점을 보탰다. 박세웅. [사진=롯데] 승기를 잡은 롯데는 6회와 9회에도 1점씩 보태며 승부를 갈랐다. 롯데 선발 박세웅은 6.1이닝을 4안타 1실점(비자책)으로 막고 시즌 8승(1패)째를 거둬 다승 단독 선두로 나섰다. 2차전에서 kt는 1회 안현민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으나 롯데는 4회초 안타 없이 사사구 4개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양 팀이 점수를 뽑지 못하면서 무승부가 됐다. psoq1337@newspim.com 2025-05-11 22:32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