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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훈의 4색 여행기] 미얀마 양곤의 빛과 둘레

기사입력 : 2015년04월17일 11:08

최종수정 : 2015년04월21일 12:23

세상의 어느 도시든 명과 암으로 나뉠 수 있겠지만 양곤은 유독 그럴 것 같다. 양극화를 말하는 것만은 아니다. 이 도시의 중심가에 있는 쉐다곤(Shwedagon Pagoda) 파고다. 밝음과 은은함, 아름다움이 너무도 강렬해서 그 안에 있는 동안 바깥에 즐비한 어둠들을 아예 망각한 듯한 기분이었다. 

높이 100 미터에 둘레 426 미터. 이곳에 들어오면 절로 그렇게 되는 것인지 모두들 천천히 걷기에 나도 그렇게 따라 걸었는데 한 바퀴에 한 시간은 족히 걸릴 듯 했다. 노란 빛과 맑은 기운에 감응되어 걷는 동안 마음은 마냥 숙연해지고 정갈해져갔다. 충분히 감상했음에도 떠나고 싶지 않아 순례객들이 주욱 앉은 자리에 나도 앉았다. 
탑 꼭대기에 73 캐럿의 다이아몬드를 포함해 총 5448개의 다이아몬드, 2317개의 루비와 사파이어, 대형 에머럴드가 부착되어 있다는 사실이 그 자리에 머물게 한 것은 아니었다. 불탑의 기단 부근에 64개의 화려한 작은 불탑들이 에워싸고 있어서도 아니었다.

얼굴과 몸짓에 진실한 불심이 가득한 순례객들은 자리를 떠날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마냥 잠겨 내면의 호수에 피어오르는 연꽃을 바라보는듯한 표정들. 나는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이런 것을 좋아한다. 하긴 누군들 그렇지 않을까. 예외도 있겠지만.
1453년인 페구왕조 때 몬족이 세웠다는 쉐다곤 파고다. 불교 국가인 미얀마의 상징물이자 세계 불자들의 성지 순례지라는 말에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외형적인 풍부함 속에 내면적인 정화의 느낌을 물씬 안겨주고 있었다. 석가가 보리수 아래 득도를 한 인도의 마하보디 사원을 참관한 적이 있는데 내면이 한껏 정화되었었다. 십년도 넘은 그때 받은 감화가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마음에 점화된 듯 했다. 대승불교 이후 건립이 활성화된 탑이나 절 같은 외형에 의해서도 불심의 감화는 이렇듯 이루어지는데 수행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내면의 감응의 세계는 얼마나 깊을지 나같은 범부로서는 상상 자체가 결례일 것 같았다. 

그런 감상을 안고 앉아 있는 동안 젊은 선남선녀들이 빗자루를 들고 청소를 해 나가고 있었다. 얼굴들이 하나같이 밝고 따스한 마음들이 배어나와서인지, 게다가 성전 바닥을 쓰는 것이 상징처럼 들어와서인지 그들의 청소가 물리적 행위 이상으로 보였다. 아직 정화가 덜 된 내 마음의 바닥을 쓸고 있는 느낌도 물론 들었다. 마음 세계에서의 수행도 저런 빗자루 질이 매일 매순간 일어나는 작업인 것같아 보였다. 

그 은은한 아름다움으로 양곤과 미얀마가 채워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텐데 선한 불심만으로 세상을 어쩌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다음날 나는 이 도시의 순환열차를 탔다.
차창 밖으로 본 풍경이다. 얼굴들이 밝긴 하지만 현실적인 삶의 무게는 이들을 짓누르고 있을 것이다. 플랫폼에까지 삶의 매대를 펼쳐야 하는 이 나라의 현실은 낙관하고는 거리가 멀다. 

어린 꼬마가 머리 위에 물통을 이고 걷고 있고 그 앞엔 아낙네가 손에 얼음을 쥐고 걷고 있었다. 냉장고의 보급이 없거나 적던 시절, 우리나라 사람들도 얼음을 사 손에 들고 다녔다. 나의 어머니도 얼음 장사를 한 적이 있기에 저 여인의 모습은 아린 추억을 자극하며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날씨가 뜨거워서인지 여인의 발걸음은 빠르기만 했다. 얼음이 녹는 만큼 가계 생활에서 뭔가가 빠져나가는 듯한 압박감도 작용할 것 같았다. 

얼음에 대한 추억과 아직도 그 시절을 살고 있는 여인을 뒤로 한 채 열차는 달려나갔다.     
“순환열차를 타면 미얀마 서민들의 삶을 꽤나 깊숙히 볼 수 있지.”
쉐다곤은 혼자 보는 것이 나을 거라며 어젠 혼자의 시간을 주었고 오늘은 동행 해준 배려심 깊은 친구의 말마따나 그런 풍경들이 적나라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어제 만끽한 환한 빛을 무색케 할 정도로 어둠에 쌓인 곳도 많았다. 

순환 열차로 한 바퀴 돈 후에 우리는 칸도지(Kandawgyi) 호숫가에 있는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맛있는 전통 음식과 함께 미얀마 맥주를 비우기 시작했다. 밤은 깊어가고 우리는 알딸딸하게 취해갔다. 화장실에 다녀왔는데 그 안에서 일하는 한 어린 아이가 마음을 아리게 흔들어 놓고 있었다. 

예닐곱 살 되었을까? 냄새 나는 화장실 안에서 손님들에게 문을 열어주고 일을 끝내고 나와 손을 씻으면 휴지를 쥐어주는 서비스를 한다. 팁 얼마를 손에 쥐어 주었지만 벌써 삶의 고단을 알아버렸는지 웃음조차 없다. 어린 나이임에도 노인 같은 그늘이 깃든 표정이 가슴을 후벼 팠다. 쉐다곤 파고다 안의 환한 노란빛은 이 어린 꼬마의 가슴에까지 스며들려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 꼬마는 그리 멀지 않은 쉐다곤이 멀기만 할 것 같았다.    

이명훈 (소설 ′작약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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