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라이프

속보

더보기

[이명훈의 4색 여행기] 미얀마 양곤의 빛과 둘레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세상의 어느 도시든 명과 암으로 나뉠 수 있겠지만 양곤은 유독 그럴 것 같다. 양극화를 말하는 것만은 아니다. 이 도시의 중심가에 있는 쉐다곤(Shwedagon Pagoda) 파고다. 밝음과 은은함, 아름다움이 너무도 강렬해서 그 안에 있는 동안 바깥에 즐비한 어둠들을 아예 망각한 듯한 기분이었다. 

높이 100 미터에 둘레 426 미터. 이곳에 들어오면 절로 그렇게 되는 것인지 모두들 천천히 걷기에 나도 그렇게 따라 걸었는데 한 바퀴에 한 시간은 족히 걸릴 듯 했다. 노란 빛과 맑은 기운에 감응되어 걷는 동안 마음은 마냥 숙연해지고 정갈해져갔다. 충분히 감상했음에도 떠나고 싶지 않아 순례객들이 주욱 앉은 자리에 나도 앉았다. 
탑 꼭대기에 73 캐럿의 다이아몬드를 포함해 총 5448개의 다이아몬드, 2317개의 루비와 사파이어, 대형 에머럴드가 부착되어 있다는 사실이 그 자리에 머물게 한 것은 아니었다. 불탑의 기단 부근에 64개의 화려한 작은 불탑들이 에워싸고 있어서도 아니었다.

얼굴과 몸짓에 진실한 불심이 가득한 순례객들은 자리를 떠날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마냥 잠겨 내면의 호수에 피어오르는 연꽃을 바라보는듯한 표정들. 나는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이런 것을 좋아한다. 하긴 누군들 그렇지 않을까. 예외도 있겠지만.
1453년인 페구왕조 때 몬족이 세웠다는 쉐다곤 파고다. 불교 국가인 미얀마의 상징물이자 세계 불자들의 성지 순례지라는 말에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외형적인 풍부함 속에 내면적인 정화의 느낌을 물씬 안겨주고 있었다. 석가가 보리수 아래 득도를 한 인도의 마하보디 사원을 참관한 적이 있는데 내면이 한껏 정화되었었다. 십년도 넘은 그때 받은 감화가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마음에 점화된 듯 했다. 대승불교 이후 건립이 활성화된 탑이나 절 같은 외형에 의해서도 불심의 감화는 이렇듯 이루어지는데 수행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내면의 감응의 세계는 얼마나 깊을지 나같은 범부로서는 상상 자체가 결례일 것 같았다. 

그런 감상을 안고 앉아 있는 동안 젊은 선남선녀들이 빗자루를 들고 청소를 해 나가고 있었다. 얼굴들이 하나같이 밝고 따스한 마음들이 배어나와서인지, 게다가 성전 바닥을 쓰는 것이 상징처럼 들어와서인지 그들의 청소가 물리적 행위 이상으로 보였다. 아직 정화가 덜 된 내 마음의 바닥을 쓸고 있는 느낌도 물론 들었다. 마음 세계에서의 수행도 저런 빗자루 질이 매일 매순간 일어나는 작업인 것같아 보였다. 

그 은은한 아름다움으로 양곤과 미얀마가 채워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텐데 선한 불심만으로 세상을 어쩌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다음날 나는 이 도시의 순환열차를 탔다.
차창 밖으로 본 풍경이다. 얼굴들이 밝긴 하지만 현실적인 삶의 무게는 이들을 짓누르고 있을 것이다. 플랫폼에까지 삶의 매대를 펼쳐야 하는 이 나라의 현실은 낙관하고는 거리가 멀다. 

어린 꼬마가 머리 위에 물통을 이고 걷고 있고 그 앞엔 아낙네가 손에 얼음을 쥐고 걷고 있었다. 냉장고의 보급이 없거나 적던 시절, 우리나라 사람들도 얼음을 사 손에 들고 다녔다. 나의 어머니도 얼음 장사를 한 적이 있기에 저 여인의 모습은 아린 추억을 자극하며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날씨가 뜨거워서인지 여인의 발걸음은 빠르기만 했다. 얼음이 녹는 만큼 가계 생활에서 뭔가가 빠져나가는 듯한 압박감도 작용할 것 같았다. 

얼음에 대한 추억과 아직도 그 시절을 살고 있는 여인을 뒤로 한 채 열차는 달려나갔다.     
“순환열차를 타면 미얀마 서민들의 삶을 꽤나 깊숙히 볼 수 있지.”
쉐다곤은 혼자 보는 것이 나을 거라며 어젠 혼자의 시간을 주었고 오늘은 동행 해준 배려심 깊은 친구의 말마따나 그런 풍경들이 적나라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어제 만끽한 환한 빛을 무색케 할 정도로 어둠에 쌓인 곳도 많았다. 

순환 열차로 한 바퀴 돈 후에 우리는 칸도지(Kandawgyi) 호숫가에 있는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맛있는 전통 음식과 함께 미얀마 맥주를 비우기 시작했다. 밤은 깊어가고 우리는 알딸딸하게 취해갔다. 화장실에 다녀왔는데 그 안에서 일하는 한 어린 아이가 마음을 아리게 흔들어 놓고 있었다. 

예닐곱 살 되었을까? 냄새 나는 화장실 안에서 손님들에게 문을 열어주고 일을 끝내고 나와 손을 씻으면 휴지를 쥐어주는 서비스를 한다. 팁 얼마를 손에 쥐어 주었지만 벌써 삶의 고단을 알아버렸는지 웃음조차 없다. 어린 나이임에도 노인 같은 그늘이 깃든 표정이 가슴을 후벼 팠다. 쉐다곤 파고다 안의 환한 노란빛은 이 어린 꼬마의 가슴에까지 스며들려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 꼬마는 그리 멀지 않은 쉐다곤이 멀기만 할 것 같았다.    

이명훈 (소설 ′작약도′ 저자)

[관련키워드]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위약금 면제… KT, 하루새 1만명 이탈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KT의 한시적 위약금 면제 조치가 시작되자 가입자 이동이 본격화됐다. 면제 적용 첫날 KT 망 이탈자는 1만명을 넘어섰고, 전체 번호이동 규모도 평소의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권희근 Customer 부문 마케팅혁신본부장이 KT침해사고 관련 대고객 사과와 정보보안 혁신방안 기자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29 gdlee@newspim.com 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전날 KT 망에서 이탈한 가입자는 총 1만142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5784명은 SK텔레콤으로, 1880명은 LG유플러스로 이동했다. 알뜰폰 사업자로 옮긴 가입자는 2478명이었다. 알뜰폰을 제외하고 이동통신 3사 간 번호이동만 보면 같은 날 KT를 떠난 가입자는 5886명이다. 이 중 4661명이 SK텔레콤으로, 1225명이 LG유플러스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전체로 보면 번호이동 규모도 크게 늘었다. 알뜰폰을 포함한 전체 번호이동 건수는 3만5595건으로, 평소 하루 평균 1만5000여 건 수준과 비교해 두 배를 훌쩍 넘었다. 업계는 KT의 위약금 면제 조치로 해지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데다 연말·연초를 앞두고 유통망을 중심으로 마케팅 경쟁이 격화되면서 이동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KT는 지난 12월 3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달 13일까지 이동통신 서비스 계약 해지를 원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환급 방식으로 위약금을 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9월 1일부터 이미 해지한 고객도 소급 적용된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6-01-01 12:00
사진
'누적수익률 610만%' 버핏 바통 넘겨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미국의 전설적 투자자 워런 버핏이 버크셔 해서웨이 CEO에서 공식 퇴임하며 60년 경영의 막을 내렸다. 버핏은 회장직을 유지하며 새 CEO 체제를 지원할 예정이다. 워런 버핏 [사진=블룸버그] 1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워런 버핏이 60년간 이끌어온 버크셔 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버핏이 후계자로 지목한 그레그 에이블(63) 부회장이 새해부터 버크셔 CEO로 취임했다. 버핏은 CEO직에서는 내려왔지만 회장직은 유지하며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있는 본사에 출근해 에이블 CEO의 경영을 도울 계획이다. 에이블 신임 CEO는 2000년 버크셔가 당시 미드아메리칸 에너지(현 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를 인수할 당시 회사에 합류했다. 이후 2018년부터 버크셔의 비(非)보험 사업을 총괄하는 부회장을 맡아왔다. 버핏은 지난해 5월 연례 주주총회에서 2025년 말 은퇴 계획을 전격 발표한 바 있다. 그의 CEO 재임 마지막 날인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버크셔 A주 주가는 75만4800달러, B주는 502.65달러로 각각 소폭 하락 마감했다. 버핏이 회사를 인수한 1965년 이후 버크셔 주식을 보유해온 투자자들은 약 60년간 누적 수익률 610만%에 이르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기간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배당 포함 수익률 약 4만6000%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버크셔는 보험사 가이코, 철도회사 벌링턴 노던 산타페(BNSF), 외식·소비재 기업 등 다양한 자회사를 거느린 지주사로 성장했다. 지난해 9월 30일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817억달러(한화 약 552조원), 주식 자산은 2832억달러(약 410조원)에 달한다. 주요 투자 종목으로는 애플,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코카콜라, 셰브런 등이 꼽힌다. 버크셔 측은 포트폴리오 운용을 총괄할 투자 책임자 인선은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기준 버핏의 자산은 약 1500억달러(약 217조원)로, 그는 재산의 상당 부분을 사회에 환원해 왔다. 버핏의 퇴임과 함께 매년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아온 연례 주주서한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그의 주주서한은 오랜 기간 비즈니스와 투자 철학을 담은 지침서로 평가돼 왔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6-01-01 13:44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