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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훈의 4색 여행기] 비어 있는 밀도

기사입력 : 2015년04월02일 09:46

최종수정 : 2015년04월02일 09:46

에티오피아는 역사의 모자이크라는 말로도 부족할 것이다. 하긴 그 어느 나라도 그럴테지만 이 나라는 특히 그럴 것 같다. 그 어떤 수식어에도 충분히 담기지 않을 것 같다.
달리 말하면 채워지지 않는 곳들이 훨씬 더 많을 거라는 것이다. 도시와 마을, 왕국과 제국, 기독교와 무슬림, 다채로운 문화적인 것들로 풍요롭다고 하더라도 맨살 그대로의 대자연이 그 어느 것에도 침범되지 않은채 원시와 야성을 빛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곤다르를 떠나면서도 그런 생각이 한결 강해졌는데 나일강을 품은 대광야 못지 않은 황무지가 도처에 널려 있는 것이다. 황홀한 압도감 속에 서너 시간 달려 가파른 길을 올라서 뒤돌아 보자 우리가 지나온 길이 저 아래에 한 폭의 그림으로 뉘어 있었다. 

해발 2800미터 고지에 랄리벨라(Lalibela)가 있다. 이 도시의 신비를 알기 위해선 최소한의 예비 지식이 필요하다.
유대의 솔로몬 왕과 이 나라의 시바 여왕 사이의 러브 스토리에서 비롯되었다는 고대 악숨 왕국은 7세기 경에 쇠락하게 된다. 4세기에 들어와 왕성해진 기독교도 그 즈음 약해지게 된다. 홍해 건너의 아라비아 반도에서 시작된 무슬림이 이집트와 수단을 넘어 이 지역으로도 세력을 넓혀 오는 것이다. 악숨 왕국이 무너진 후 에티오피아는 긴 암흑기를 거쳐 13 세기가 되어서야 새로운 기독교 왕국으로 부활된다. 자구에 왕국이 그것인데 랄리벨라가 그 수도로 삼아지게 된다. 랄리벨라는 그곳으로 천도한 왕의 이름이기도 하다. 

랄리벨라 왕은 기상천외의 일을 벌인다 예루살렘을 본떠 교회를 짓는데 지상에 하지 않고 거대한 암반을 파들어가 한다. 붉은 응회암을 11 미터 깊이로 파 총 11개의 교회를 지었는데 그 규모도 놀랍거니와 모양 또한 장엄하면서도 정교하다. 무슬림 세력에 의해 예루살렘으로의 순례가 어려워지자 제 2의 예루살렘을 건설하고자 암굴로 지었다는 말이 정설로 통한다. 에티오피아에선 가장 거룩한 성지로 여겨진다. 

그 내부로 들어섰다. 4만명의 이집트와 팔레스타인 기술자들을 동원해 120년에 걸쳐 만들었다하니 종교가 너무 잔인한 것인가 하는 회의가 들면서도 결과로서의 건축물은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맨발이 원칙이라고 해서 나는 신발을 벗고 걸어다녔다. 돌에서 끼쳐오는 습한 냄새에다 천년 남짓 지난 세월의 내음이 마음을 스산하게 물들였다. 이 나라의 정교회 신도들이 매년 성스러움을 안고 온다고 하니 경건함이 깊어져갔다.

11개의 교회 중에 별도로 동떨어져 지어진 것으로 가장 나중에 됨과 동시에 가장 우수한 건축물로 뽑힌다. 기오르기스 교회(Bet Giyorgis)이다. 가로와 세로 12 미터, 깊이 12 미터로 건물 꼭대기에는 십자가가 세 겹으로 조각되어 있다.
위에서 내려보는데 마침 비가 오기 시작했다. 바람도 심하게 불어왔다. 자칫 바람에 쏠려 빗길에 미끌어지면 12 미터 아래로 곤두박질 치는 것이다. 순례객들로 넘쳐날 때 혹 그런 사고가 일어나진 않았을까 불안케 할 정도로 이 교회는 압도감이 컸다. 감상하는 것이 이 정도이니 암반을 깎아 내려갔던 일꾼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고국에서 멀리 떠나와 고원의 땡볕 속에 기약 없이 노동을 해나가면서 말이다.
마감시간이 되었기에 우리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떠났다. 작은 마을인 이곳 어디에 민속 공연을 하는 곳이 있다고 해서 잔비를 맞으며 뛰어갔다. 

들어서자 훅 열기가 끼쳐옴과 동시에 에티오피아 여가수에 의한 민속 가무가 펼쳐진다. 그녀의 노래는 들어본 바 없는 가락을 따라 내 가슴의 야성을 두드리고 있었다.
에티오피아 하면 악숨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인데 이번 여행에 나는 가지 못할 것이다. 고대 악숨 왕국의 중심지인 북부 도시 악숨. 시바 여왕의 왕궁터가 있고 수많은 오벨리스크들이 퍼져 있다는 도시. 모세의 십계명을 보관한 법궤가 있다고 전해지는 시온 성 메리 교회가 있는 미지의 신비로움의 도시.
가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지만 마음을 빼앗긴 곳이 이 나라에 너무 많아 제한된 시간을 미처 할애하지 못했다. 아쉬움의 끝까지 다다르는 순간 어느새 내 가슴에 여운이 생겨나고 있다. 원시성으로 터질듯한 저 노래의 덕택만은 아닐 것이다. 비워냄으로서 두드러진 성지의 매혹 때문만도 아닐 것이다. 에티오피아.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을 고스란히 지닌채 숨은 진주처럼 은은히 빛나는 이 나라를 구석구석 다니는 동안 절로 얻어져 결정화된 과실일 것이다. 그러나 에티오피아를 여전히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 어느 나라, 그 어떤 사물, 아니 미물일지라도 그러할진대 보이지 않는 보물들을 넘치도록 지닌 이 나라는 그 모든 해석 너머에 있다. 에티오피아의 밤이 이 나라의 그 모든 밤들의 신비를 껴안고 음악 속에 깊어간다.

이명훈 (소설 ′작약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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