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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훈의 4색 여행기] 먼 곳에서 오는 향기

기사입력 : 2015년03월12일 12:05

최종수정 : 2015년03월25일 09:45

에티오피아의 북쪽을 향하는 관문에 드넓은 호수가 있다. 타나(Tana) 호수이다. 펠리컨들이 저공 비행을 하고 하마가 한가하게 떠 있기도 한다.

경관이 빼어난 이 호수는 나일강의 발원지로도 유명하다. 세계에서 가장 긴 강인 나일강은 백나일과 청나일이 합쳐져 지중해로 흐르는데 백나일이 우간다의 빅토리아 호수에서 발원하는 반면 청나일은 바로 이 호수에서 발원하는 것이다.

나룻배를 타고 나일강의 기원이 되는 호수를 유람하면서 아디스아바바의 국립박물관에서 본  루시(Lucy)가 떠올랐는데 아마 기원이란 말 때문일 것이다. 인류의 기원 혹은 최초의 인류라고 일컬어지는 루시. 인류학자인 조핸슨이 천재일우로 발견해 비틀즈의 노래인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에서 이름을 따 붙였다는 유골.

318만 년 전이라고 유리함 아래에 적혀 있었다. 정확한 학명으로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그 이후에 도구를 사용하는 호모 하빌루스, 호모 에렉투스를 거쳐 현생 인류의 모태가 되는 호모 사피엔스로 이어지는 것을 생각하며 들여다봤을 때 경외감으로 가슴이 차올랐다. 318만 년이란 장구한 세월 저 너머에 현재의 우리의 뿌리 격인 존재가 저런 골격으로 살아간 것이다. 뇌는 유인원의 크기이지만 직립 보행을 했다고 밝혀졌다. 유인원으로부터 인간이 진화되었다는 진화론을 증명하는 실증 자료가 된다. 뇌가 커짐으로서 직립 보행이 시작되었다는 종래의 학설을 뒤집어 직립 보행을 하면서부터 뇌가 커져 인지가 발전하게 되었다는 새로운 학설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에티오피아 산지에서 루시가 발견된 이후 고인류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해 440만 년 전의 아르디, 700만 년 전의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루시는 인류학에 섬광같은 존재가 된다.

루시를 내 눈으로 직접 봐서인지 국립박물관 밖의 어느 식당에서 본 이 여자에 대해서도 상상이 마구 피어올랐다. 320만 년쯤 전에 실제로 살아 움직였던 저 유리함 속의 소녀로부터 비롯된 것일까? 물을 긷다가 잠시 멈춰 미소 짓고 있는 저 여자의 근원을 거슬러 오르고 오르면 분명히 320만 년 전의 어떤 존재에 닿을 것이다. 후에 루시라고 명명된 어떤 소녀도 그 당시에 분명히 살고 있었다. 그 두 생명체 사이의 거리감은 과연 얼만큼일까? 그 섬뜩한 공간 역시 무한한 상상 속으로 나를 빠뜨리고 있었다.

타나 호수를 떠나 당도한 청나일 폭포도 나일강의 기원에 속한다. 이곳을 출발한 물줄기가 흐르고 흘러 백나일과 수단의 하트툼에서 만나 하류에 삼각주를 빚는 것이다.
그 삼각주에 이집트 문명이 태어날 수 있었던 것도 나일강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고대 이집트 문명의 상류를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루시로 인해 물 긷는 에티오피아 여인에 이어 현재의 인류에 대한 생각으로 깊어졌었다. 그렇듯 청나일 폭포로 인해 이집트 문명에 이어 문명 전체에 대한 생각으로 깊어지는 것은 지나친 망상일까? 그러나 자연과 문명은 긴 시간을 두고 치밀하게 서로 엮여져 나갔을 것이다. 자연과 생명이 그러하듯.
청나일 폭포를 마주하며 한동안 서 있었다. 문명이나 역사 같은 것이 저 아래에 장난감처럼 작게 웅크려 있어 보였다. 오만한 도취인지도 모르지만 아프리카 특히 에티오피아는 그런 기분을 물씬 안겨준다. 실제로 아프리카가 인류의 발상지라고 인정받는 추세이며 그 중 에티오피아는 특별하게 주목받고 있다. 어떤 전문 서적에선 에티오피아 전역에 선사시대의 유적이 가득 그려진 지도를 소개하고 있다. 하라르 부족의 성인식 축제도 그런 선사시대의 흔적을 품고 있을 것이다.
청나일 폭포를 떠나 어느 정도 지나자 차창 밖에 나일강의 상류를 품은 대자연이 숨이 멎을 정도로 찬란한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인적도 없는 광야에 오직 강 하나만이 도저하게 흐르고 있었다.

장구한 선사시대가 그리 먼 것 같지 않았다. 루시 이전에 시작되었을 인류의 선구자들 중 어떤 무리는 저 험산을 너머 저 강을 따라 걸어가기도 했을 것이다. 하류의 삼각주에 문명이 빚어지기 훨씬 이전에 말이다. 단지 문자가 없기에 역사 시대와 비교해 선사 시대라고 호칭되는 시절. 대자연만이 준엄하게 빛나는 저곳을 두리번거리며, 살피며 걸어갔을 것이다.
그들이 걸어갔음직한 곳을 벅찬 감격 속에 지그시 바라보는 일은 치명적으로 매혹적이다 못해 무섭기까지 했다. 지구의 환경 변화로 인해 그간에 변형되었을 것을 감안하니 더욱 그러해진다. 인간은 어디서 비롯되어 어디로 가는 것일까. 진부해질대로 진부해진 말임에도 그 안엔 영원히 낯선 대지가 빛을 뿜고 있다.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비틀즈의 그 노래가 내 가슴에 보랏빛 강물로 흐르고 있었다. 

이명훈 (소설 '작약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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