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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진행된 김제동 토크콘서트 노브레이크 시즌6 기자간담회에 김제동이 참석했다. [사진=(주)디컴퍼니] |
[뉴스핌=이현경 기자] 방송인 김제동은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달변가다. 지난 2002년 KBS 2TV '러브레터' 사전 MC로 방송계에 입문한 김제동은 부담없는 외모(?)와 재치있는 말솜씨로 등장하자 마자 개그맨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이후 그는 수많은 프로그램을 섭렵하며 언어의 마술사 재능을 선보였고 2006년에는 KBS 연예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9년부터 김제동은 방송을 쉬고 싶다는 뜻을 여러번 내비쳤고 이후 시청자와 마주하는 횟수보다 관객과의 만남이 잦아졌다. 김제동의 방송출연이 뜸해지자 일부에서는 '타의에 의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었다.
방송계에서 살짝 발을 뺀 김제동은 지난 2009년 토크 콘서트를 시작했고 매회 매진 기록을 세웠다. 그런 토크 콘서트가 어느덧 200회를 맞았다. 김제동의 토크 콘서트 시즌6는 오는 12월4일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내년 2월까지 전주, 대구, 창원, 광주, 부산 등 전국 12개 도시에서 열린다.
1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열린 '김제동 토크콘서트 노브레이크 시즌6 '기자간담회에서 김제동은 자신의 공연을 찾았던 관객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덧붙여 토크 콘서트에서 풀어가는 세상사는 이야기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그간 김제동은 사회의 힘없는 자들의 대변인을 자처했다. 세월호 희생자 관련 행사, 고(故) 노무현 대통령 추모제 MC등을 맡으며 세상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혹자는 김제동에 대해 ‘소셜 테이너’(사회적 문제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연예인, Social+Entertainter)라고도 부른다. 좌파 세력 연예인, 정치 활동에 관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이날 토크 콘서트 기자간담회에서 김제동은 자신을 향한 정치색과 관련한 시선에 대한 생각을 말했다. 이와 함께 정치적 발언을 과감하게 하는데 있어서 걱정이 되는 부분도 있다면서도 담담하게 소신을 밝혔다. 대중이 바라본 소셜테이너로서의 김제동의 모습과 김제동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시즌6맞은 토크 콘서트, 사회적 이야기도 전해지나?
공연(토크콘서트)의 95%는 우리가 사는 이야기입니다. 제 이야기도 있고 제 주변 이야기도 있습니다. 제 옷을 챙겨주는 동생, 코디네이터라는 말은 제가 좋아하지 않아 쓰지 않겠습니다. 일하는 동생들 이야기도 있지요. 서로 투덜거린 이야기도 전할 거고요.
그런데 기본적으로 우리가 사는 이야기를 전할 때 사회적 이야기와 떼어 놓고 말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이야기를 하다보면 기본적으로 사회 이야기가 나오게 되는 거죠. 올해 세월호 사건이 있었는데 세월호는 사라졌고 아이들과 희생된 분들의 이야기만 남아 있습니다. 세월호가 있었는데 세월호가 사라졌고 아이들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사라졌습니다. 사라진 분들의 이야기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도 하죠. 이렇게 한다고 해서 살아 돌아올 것도 아니라면서요.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을 기억하고 되새기는 겁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동참해야할만한 건 아닙니다. 그것은 각자의 판단입니다. 그러나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하는 저는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 뿐인거죠. 이유가 뭐냐고 물으시면 답은 없습니다. 그냥 그렇게 하는 게 편할 뿐입니다.
#시즌 6까지 달려온 토크콘서트, 이야기의 원천은 어디서?
새로운 유머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합니다. 가수들은 히트곡으로 여러번 공연할 수 있는데 유머는 저작권이 없어 그러지 못하거든요.(웃음) 유튜브에서 400만 조회수를 기록한 유머 영상은 공연에서 써먹지도 못합니다. 모두가 다 아는 이야기라서요. 그래서 저는 제 친구인 이미나 작가(도서 '그 남자 그 여자' 작가)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김정운 교수와 통화하면서 새로운 것을 늘 개발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제 지인뿐만 아니라)많은 분들이 담당해 주십니다. 한국 사회에 일어나는 일이 매일 다르기 때문에 매번 다른 에피소드를 얻게 되죠. 레전드 급이라면 보온병을 보고 포탄이라고 한 일화가 있죠. 그리고 국회의사당에서 야한 사진을 보는 일 등 끊임없이 소재를 제공하는 정치와 사회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는 그냥 이야기해도 재미있는 일화입니다.
저도 이런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말씀드리기가 부담되고 정치 풍자를 할 때 조마조마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의 목소리를 내야할 때에는 좌, 우, 보수 등에 편향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를 해야 하죠. 그러나 지극히 상식적이라고 해서 기계적 중립은 하지 않을 겁니다. 그건 토크 콘서트이지 김제동의 토크콘서트는 아니니까요. 저는 김제동의 논리를 펼칠 겁니다. 그리고 제 이야기는 굉장히 명확할 겁니다. 세상은 좌우 막론하고 시민들이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면서 살기에는 치열한 사회이니까요.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더 잘 알 것 같습니다. 다만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가치는 돈을 벌어서 무엇을 할 건지, 권력을 잡아서 무얼 할 건지 이제는 생각해야할 때가 왔다고 봅니다. 힘을 가지는 게 목표였던 산업화 시대는 지났고 현재 민주화를 거쳐 왔다면 이제는 자신이 이룬 목표에 대한 가치를 잘 알아야 할 때 입니다.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중심에 서야한다는 게 제 가치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에 여러 가지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힘을 가진 사람들이 힘이 없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없는 거죠. 그런 예의, 사람이라면 가져야하는 마음말입니다. 누군가가 자기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울면 가서 그 손을 잡고 일으켜 주는 것은 배운다고 되는 게 아니라 본능적인 행동인거죠.
#정계에 진출할 생각은 있는가?
지금으로서는 생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의 인생이 어떻게 될지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이죠. 미리 정해놓고 살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저는 살아 숨 쉬고 이야기하는 것이 정치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이크를 들고 이야기하는 것은 고도의 정치죠. 어떤 이익에 이익이나 불이익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닙니다. 사실상 마이크를 들고 하는 게 정치 행위는 아니지만 제가 사람들과 별별 이야기를 다하고 다니면서 그게 정치적 행동이 아니라고 말하는 건 오히려 솔직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정치인을 할 자격이 안 됩니다. 정치인은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닌 거 같습니다. 거짓말도 잘 해야 하고 말도 잘 해야 합니다. 야한 사진 검색도 잘 해야 하고요. 저는 컴맹이라 검색도 잘 못하고 뻔뻔스럽지도 않고 기억력이 나쁜 편도 아닙니다. 이런 면에서는 자격 미달입니다.
지금 상황에서 문제는 ‘정치적’이라는 표현이 나쁜 쪽으로 규정돼 있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이런 말은 정치하는 사람들이 주로 말하죠. 학생은 공부만하고 장사하는 사람은 장사만 하라고요. 그러면 자신들은 정치권력으로 할 수 있는 횡포가 뭐든 독점하겠다는 의미인가요? 또 그들은 이런 상황을 두고 세 글자로 줄여 ‘민주화’라고 합니다. 그리고 정치라고 하죠. 경제에 대해서는 말해도 되는데 정치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합니다. 누구나 자유는 있고 이야기할 권리는 있습니다. 유명한 사람이 누구죠? 우리 모두 다입니다. 말 그대로 이름이 있는 사람이죠. 그리고 오직 유(唯)를 쓰면 당신이라는 의미입니다.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