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세혁 기자] 삼성라이온즈와 넥센히어로즈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7일 3차전을 갖는다. 앞서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1, 2차전에서 1-1 동률을 이룬 두 팀의 대결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지만 어째 야구팬들의 관심은 다른 쪽에 가 있는 듯하다. 실제로 포털사이트 검색어 차트에는 한국시리즈 관련 키워드가 전무하다. 2차전까지 치렀지만 기사 역시 예년처럼 쏟아지지 않는다. 대신 롯데자이언츠의 내홍과 한화이글스 김성근 감독 등 새 사령탑에 야구팬들의 눈과 귀가 쏠린다. 한국시리즈보다 더 흥미진진한 야구판 이슈들을 짚어봤다.
■위기의 롯데, 해결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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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자이언츠 신임 이종운 감독. 내년 시즌 그의 어깨가 무겁다. [사진=뉴시스] |
가장 최근인 6일 최하진 사장이 사의를 표명했고 앞서 배재후 단장도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하진 사장은 이른바 선수단 CCTV 사찰의 책임론에 시달렸다. CCTV 영상으로 선수단을 감시한 것은 정치권에서도 주목한 전무후무한 사태다.
롯데 프런트 등 구단 측과 선수단 사이에 형성된 갈등의 골은 꽤 깊다. 지난 5월 말 선수들은 권두조 수석코치 사임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선수들은 구단이 자신들을 감시하기 위해 CCTV를 이용했다고 주장했고, 이는 결국 반년 만에 사실로 드러났다. 8월에는 구단이 김시진 감독을 사퇴시키고 공필성 수비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앉히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달 17일 김시진 감독이 성적부진을 이유로 자진사퇴한 후 공필성 코치가 새 사령탑으로 물망에 올랐다. 선수단은 최하진 사장을 만나 공필성 코치와 운동할 수 없다는 뜻을 전해 파장이 일었다.
구단과 선수단의 갈등에 가장 뿔이 난 것은 롯데 팬들이다. 격분한 팬들도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지난달 말 사직구장과 제2롯데월드 앞에는 때 아닌 근조화환이 들어섰다. 팬클럽 회원들 100여명이 사직구장 앞에서 구단 정상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건강한 야구를 원하는 롯데 팬 일부는 커다란 팻말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섰다.
팬들이 간절히 원하는 롯데의 정상화가 언제쯤 이뤄질지는 미지수지만, 구단과 선수단의 화해가 절실한 건 자명한 사실이다. 때문에 신임 이종운 감독의 어깨가 무겁다. 내홍을 의식한 듯 “선수들과 일하겠다”는 출사표를 던진 이종운 감독이 이끄는 롯데가 내년 시즌 어떻게 변모할지 야구팬들의 시선이 쏠려있다.
■‘야신’ 김성근의 복귀…한화의 도약이 기대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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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지난달 말 한화이글스 감독 취임식장에서 손을 맞잡은 김성근 감독(왼쪽)과 주포 김태균 [사진=뉴시스] |
우선 지는 데 관대했던 ‘보살’ 한화팬들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다. 사실 흥미로운 것은, 사실상 김성근을 한화 감독 자리에 앉힌 것이 팬심이라는 점. 김응용 감독 퇴임 결정 이후 한화이글스 팬페이지 톡(talk)수리 코너에는 김성근 감독을 모셔달라는 청원이 빗발쳤다. 결국 팬들의 염원대로 김성근 감독이 부임하자 팬들은 “(김승연)회장님”을 외치며 환호했다. 김승연 회장은 한화이글스 구단주이기도 하다.
한화 팬들이 김성근 감독을 환영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SK와이번스 시절 김성근 감독이 보여준 지독하리만큼 강한 리더십이다. SK는 김성근 감독 체제이던 2007년부터 내리 4회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세 차례나 우승했다.
두 번째 이유는 김성근 감독의 혹독한 지옥훈련이다. 팬들은 패배의식 탓에 어이없는 경기로 실망을 안겼던 선수단의 ‘정신머리’를 김성근 감독이 철저하게 뜯어고쳐줄 것으로 기대한다. 인터넷에는 “군대 두 번 간다” “절이 싫어 중이 떠났는데 절이 찾아왔다” 등 김성근 감독과 두 차례 만난 정근우를 빗댄 우스갯소리가 유행하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히로시마 카프 황금기 부동의 2번 쇼다 코조를 비롯해 니시모토 타카시, 후루쿠보 켄지, 다테이시 미쓰오 등 각 구단에서 시대를 풍미한 일본 출신 코치진을 꾸려 기대를 더한다.
■선동열, 초유의 재계약 후 자진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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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약 6일 만에 자진사퇴한 선동열 전 KIA타이거즈 감독 [사진=뉴시스] |
시즌을 8위로 마친 선동열 감독은 지난달 19일 KIA와 3년간 재계약에 합의했다. 그러나 불과 6일 만인 25일 전격 자진사퇴해 충격을 줬다. 재계약에 성공한 감독이 자진해 하차한 것은 선동열 감독이 최초다.
선동열 감독은 비록 스스로 물러났지만 사실상 팬들이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 3년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선동열 감독이 다시 3년간 KIA를 지휘한다는 소식에 인터넷이 들끓었다. KIA팬들은 “3년간 또 암흑기가 찾아왔다”며 탄식했다. 다른 구단 팬들조차 “KIA가 불쌍해서 못보겠다”며 거들었다.
선동열 감독이 팀 개조를 다짐하며 팬들 다독이기에 나섰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돌아선 팬심을 의식한 듯 선동열 감독은 자진사퇴하며 팀을 떠났다. 화려했던 선수시설과 너무나 다른 선동열 감독의 퇴장에 일본 언론들조차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 유난히 거셌던 감독 교체바람 올 시즌 포스트시즌 직후 야구계에는 예년보다 훨씬 거센 감독 교체 바람이 몰아쳤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1~4위팀을 제외한 다섯 개 구단이 전격 사령탑을 바꾸며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잡음이 일었다. 우선 앞서 언급한 한화와 롯데가 김성근, 이종운 감독을 선임했다. 최근 몇 해 동안 하위라인을 형성해온 두 팀이 내년 시즌 어떤 변화를 맞을지가 야구팬 전체의 관심거리다. LG에서 물러난 김기태 감독은 선동열 감독을 대신해 KIA 지휘봉을 잡았다. 이만수 감독과 재계약에 나서지 않은 SK는 김용희 감독과 손을 잡았다. 최근 감독 교체시기가 짧은 두산은 김태형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맞았다. 이들 중 눈길이 가는 인물은 김성근과 이종운, 그리고 김기태 감독이다. 특히 김성근 감독의 스파르타식 지휘가 꼴찌팀 한화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귀추가 주목된다. 잡음 끝에 자진사퇴한 선동열 감독을 대신할 김기태 감독의 지도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여러모로 선수들 기량만큼이나 감독들의 리더십이 커다란 관심을 모으는 내년 시즌이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성근, 이종운, 김태형, 김기태, 김용희 감독) [사진=뉴시스] |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