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별 성과주의 지양하고 법령에 근거한 행정규제시스템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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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하지만 정권마다 되풀이되는 규제개혁의 '요요현상'을 과연 극복할 수 있을지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정부가 보여주기식 성과주의에 빠질 경우 포퓰리즘 규제개혁의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때문에 근본적인 규제개혁에 성공하려면 행정규제시스템을 개선해 공무원의 재량권을 최소화하고 중장기적으로 공무원 감축과 정부조직의 효율성 제고가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 숨겨진 행정규제 언제든 부활 가능
정부는 지난 3일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제2차 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 최근 5개월 남짓 추진해 온 규제개혁 성과를 밝혔다.
1차 회의 때 현장에서 건의된 과제 52건 중 49건을 수용했고, 이 중 31건은 관련 법령 개정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21건은 국회 국회심의와 지자체 인허가 등이 진행 중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손톱 밑 가시 과제 92건에 대해서도 90건은 조치가 완료됐는데, 이 중 11건은 국회심의가 진행 중이며, 나머지 2건도 '부분 완료' 상태다.
표면적으로는 산업계가 요구한 행정규제 대부분을 정부가 풀어준 셈이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개혁 추진과정을 보면 지난 8월 중순까지 완료된 과제는 17건뿐이다. 성과가 부진하자 지난달 20일 예정됐던 2차 회의를 연기됐고 기재부는 '실세 부총리'의 힘을 빌려 각 부처를 압박한 끝에 속도감 있게 성과를 만들어 냈다.
'벼락치기'라는 비판 속에서도 단기간 행정규제를 대폭 없앤 것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정부가 어떤 규제를 단기간에 없앨 수 있다는 것은 역으로 필요하면 언제든 다시 만들 수도 있다는 뜻이다.
대통령이나 장관이 바뀌고 실무 국·과장이 바뀌면 그들의 소신이나 철학에 따라 언제든지 규제가 양산될 수 있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 절차 무시한 규제개혁…포퓰리즘 행정 지적도
정부가 규제개혁에 대한 '조급증'으로 인해 적법한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생방송을 통해 여론몰이 식으로 규제완화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도 포퓰리즘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행정규제기본법(제20조)에 따르면 대통령소속 '규제개혁위원회'가 매년 규제정비정책(규제정비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국무회의와 대통령 보고를 거쳐 2월말까지 확정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법정기구인 규제개혁위원회 대신 규제개혁장관회의라는 임의기구가 규제개혁을 주도하면서 정부가 스스로 법절차를 무시하고 있는 셈이다. 2월말까지 공표해야 하는 규제정비종합계획도 법정기한이 6개월이 지나도록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김제남 의원은 "정부가 규제개혁을 관장하는 행정규제기본법과 시행령을 어기고 있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먼저 나서서 법치주의를 유린하는 방식으로 규제완화를 추진하는 것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규제완화를 빌미로 예비타당성 심사대상을 대폭 축소한 것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최근 기재부는 예타 심사대상을 현행 총 사업비 기준 500억원 이상에서 1000억원 이상으로 두 배로 확대할 방침이다.
예타 제도는 수요가 없거나 경제성이 낮은 사업의 무리한 추진을 방지하고, 예기치 않은 사업비 증액과 잦은 사업계획변경으로 인한 재정운영의 불확실성을 차단하기 위한 제도다.
환경운동연합 맹지연 생태사회팀 국장은 "사업의 경제성을 사전에 평가하는 예타를 거치치 않는 사업이 늘어날 경우 국가 부채만 증가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 '비대한' 공무원 조직개혁 병행돼야
정부가 궁극적인 규제개혁에 성공하려면 비대한 공무원 조직에 대해서도 '칼'을 대야 한다는 지적이다. 단기적으로 큰 폭의 감축이 어렵다면 정책수요 변화에 맞춰 부처별 정원을 조정해 조직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정부 조직이 늘어나면 조직의 존재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 소관법령을 근거로 각종 지침이나 고시(告示), 예규(例規)와 같은 하위 행정규제를 만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규제개혁'을 강하게 외치고 있는 박근혜정부도 과거 정권과 같이 공무원 수가 점차 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정부의 공무원 수는 100만 2772명으로 중앙정부 공무원 61만 9182명(61.7%), 지방공무원 35만 8792명(35.8%), 입법·사법부 등이 2만 4798명(2.5%)이다.
중앙정부 공무원만 보자면, 박근혜 정부 출범 전엔 2012년 말 61만 5487명에서 4387명이 늘어난 셈이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던 MB정부에서 '대못을 빼겠다'며 규제개혁을 외쳤지만, 공무원 수를 만명 가까이 늘리면서 공무원 감축에는 실패했다. 그 결과 국민들이 실감할 수 있는 규제개혁을 이루지 못하고 현 정부로 과제를 떠넘겼다.
공무원 정원을 관할하고 있는 안전행정부는 공무원 감축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실정이다. 다만 조직의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부처별 정원을 유기적으로 조정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일반직·기능직 공무원 정원의 약 1% 규모를 '통합정원제'로 운영해 부처의 경계를 넘나들며 효율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계산이다. 지난해 말 시범적으로 총 1042명의 보직을 재조정해 활용도를 높였다.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 불필요한 부분은 줄이고 부처간 정원을 재배치하는 인력효율화 작업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