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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명량' 최민식 "이순신 장군 동상도 못 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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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여기 올 때도 광화문 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쪽으로 안 왔어요. 도저히 못 오겠더라고요.”

영화 ‘명량’ 프로모션 인터뷰 차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근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배우 최민식(52)이 멋쩍은 미소로 웃었다. 동상을 피해온 이유에 대해 “맞을까 봐”라고 농을 던지면서도 표정은 어째 복잡해 보였다. 촬영이 끝난 지금도 여전히 이순신을 떨쳐버리지 못한 듯, 그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는 이순신 장군을 향한 존경심과 후손으로서의 죄스러움이 고스란히 묻어있었다.

오는 30일 개봉하는 영화 ‘명량’은 1597년 임진왜란 6년, 단 12척의 배로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공격에 맞서 싸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쟁 명량대첩을 소재로 한 전쟁 액션 영화다. 그리고 최민식은 두려움을 용기로 바꾼 조선 최고의 장군 삼도 수군통제사 이순신의 옷을 입고 스크린 한가운데 섰다.

“이런 위대한 분을 연기한다는 게 하나의 인격체로서의 초라해지더라고요. 만나보고 싶다는 망상이 일정도로(웃음). 매력이라는 표현이 경박스럽지만, 남자로서 인간으로서 정말 매력적인 분이죠. 실제 이런 상황이 왔을 때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몸을 받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되겠습니까. 근데 이 분은 진짜 몸을 날리셨고 이 전쟁은 사실이잖아요. 그래서 더욱 표현하기가 절망적이었죠. 내가 얼마나 정확하게 표현해낼 수 있는가, 미치게 답답했던 거예요. 그래서 아주 괴로웠고요. 하지만 분명한 건 다시없을 굉장히 의미 있는 경험이었죠.”

모두가 알다시피 이순신은 뛰어난 전략과 굳건한 신념, 군사를 이끄는 수장으로서의 리더십을 갖춘 조선 최고의 장군이다. 하지만 최민식은 이순신을 표현함에 있어 장군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살리려 애썼다. 어머니의 임종을 지킬 수 없었던 아들의 비통함, 6년 동안 함께 했던 부하의 목을 칠 수밖에 없었던 비애감 등 감정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

“전 이순신 장군의 외로움, 고독함을 많이 살리고 싶었어요. 장수가 아닌 아들, 사람으로서의 모습 말이죠. 어디서도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셨을 분이잖아요. 하지만 얼마나 고립감이 오고 속으로 곯아버렸겠어요. 분명 인간적인 회한과 죄책감도 있었을 테고 억울한 부분도 있으셨을 겁니다. 이 분이 슈퍼맨은 아니잖아요. 적어도 난중일기를 통해 제가 느낀 장군님은 원통해하고 분노하고 슬퍼할 줄 알고 때로는 강직함이 허물어질 줄도 아는 분이죠. 그걸 극복해 나간 과정, 그게 위대한 거고요. 그래서 더욱 인간적인 부분 살리고 싶었어요.”

최민식은 ‘명량’ 프로모션 자리에서 매번 “이순신 장군과 만나고 싶다”고 말해왔다. 여전히 “(이순신 장군과) 소주 한잔 하고 싶다. 십 분만 시간 내줬으면 하는 기분이다. 처소에서 밤늦게까지 촛불을 켜고 책을 보고 있지 않으시겠느냐”고 말하는 그에게 만약에 만난다면 무슨 이야기를 그리도 하고 싶은지 물었다.

“왜 싸우셨냐고 물어보고 싶어요. 그 상황에서 어떤 마음으로 전쟁에 임하셨느냐는 거죠. 왕과 조정으로부터 버림받고 백성은 자기 살길만 궁리하는데도 싸운 그 속내를 진짜 알고 싶은 겁니다. 보통의 인격체와 수양으로 그 절망적인 상황에서 행동이 옮겨지느냐는 거죠. 전 지금의 제 인격과 가치관을 총동원해도 이해가 안 되거든요. 그분의 행위와 신념, 업적, 인격 이 모든 것들이 ‘그냥 연기하면 된다’는 자유로움을 빼앗고 진짜로 어땠을까 하는 강박에 사로잡히게 했죠. 난중일기를 제외한 기록들이 있다 한들 그건 그들의 평가잖아요. 그래서 달러 빚을 내서라도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로 가보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제 영화는 개봉만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최민식에겐 아직 숙제가 남았다. 그는 개봉 후 흥행 결과에 상관없이 이순신 장군의 정신과 위업을 기리기 위해 충청남도 아산시에 위치한 현충사에 갈 예정이다. 묘소도 잊지 않고 찾아 인사를 꼭 드리고 싶다. “그때 가면 제게 뭐라고 이야기해주시려나”며 허공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이순신 장군을 향한 진심 어린 존경과 애착이 담겨있었다.

“시사회 후 현실과 결부시킨 해석들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건강한 해석이자 그만큼 현실이 답답하다는 이야기죠. 물론 반대로 지나친 애국주의에 기대는 국수주의 영화라고 불편하게 받아드리는 분도 있어요. 그런데 전 저희 영화로 이런 논란이 일어나는 게 좋습니다. 논란과 토론의 귀결점은 현실 아니겠습니까. 상업영화를 통해서 애국심, 조국, 희생, 극복, 충성 등 평소 우리 현실에서 동떨어졌던 단어들을 끄집어내서 현실을 보게 되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해요. 그런 가치를 끌어올릴 단초가 됐다면 성공한 거고요. 더군다나 팩트를 근거로 한 거니 교과서 같은 영화가 됐으면 합니다.”



지난 1989년 드라마 ‘야망의 세월’이 시작이니 어느새 데뷔 25년. 흘러간 세월이 무색할 만큼 스크린 속 배우 최민식은 여전히 폭발적 카리스마와 압도적인 연기력을 뿜어낸다. 그러나 사람 최민식은 확실히 여유가 생기고 부드러워졌다. 그런 평을 두고 그는 “야구공이 짬뽕공이 됐다”며 웃어 보였다.

“예전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다만 조금 유연해졌다는 거죠. 예전에는 딱딱한 야구공 같았다면 지금은 짬뽕공 같아졌어요. 근데 이게 결코 타락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그건 분명 경계해야 할 거고요. 

그저 사물, 인간 사물을 바라보는 데 있어서 유연해졌다는 겁니다. 뭐 나이가 들었다는 말이고 속된말론 꼰대가 됐다는 거죠(웃음). 제가 어깨에 힘주지 않고 자신을 열어 놓으면 상대도 분명 그걸 알죠. 그렇게 친해지는 거고요. 그걸 알고 난 후로는 푼수처럼 이야기하려고 하고 그럽니다(웃음).”

“이 나이에 어깨에 힘주면 뭐하겠어요?”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김학선 기자 (yooksa@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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