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엄친아, 서울대학교, 남자 김태희, 국민 사위. 배우 이상윤(33)을 읽는 키워드다. 실수하나 하지 않을 듯한 반듯한 이미지, 그러면서도 한없이 곱고 부드러울 것 같은 성품. 브라운관 속 이상윤의 모습은 언제나 그랬다.
그런데 그런 그가 달라졌다. 영화 ‘산타바바라’에서 이상윤은 여기저기 빈틈도 많고 어째 조금 지질하다. 사람 냄새라고 하자니 너무 미화시킨 표현이라 망설여진다. 고민 끝에 마주한 그에게 낭만적이긴 하나 프로답지 못하다는 캐릭터 평을 건넸다. 대번에 “어떤 분은 이런 남자랑 안 사귀고 싶다더라”며 환하게 웃었다.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2010) ‘내 딸 서영이’(2012) ‘엔젤아이즈’(2014) 등을 통해 국민 훈남으로 사랑받았던 이상윤이 스크린으로 눈을 돌렸다. 그가 첫 주연을 맡은 ‘산타바바라’는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를 배경으로 한 영화. 일에서만큼은 완벽한 광고쟁이 수경(윤진서)과 감성 충만한 낭만주의 음악감독 정우(이상윤)의 달콤짜릿한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주연작에 대한 부담감은 물론 있죠. 사실 그동안 드라마나 영화, 장르를 가린 건 아니었어요. 아무래도 두 장르 운영이 다르게 되다 보니 드라마 쪽에서 많이 찾더라고요. 영화에 대한 생각이 있었는데 마침 감독님께서 제 드라마를 좋게 보시고 제안을 해주셨죠. 여러모로 더없이 소중한 영화입니다. 물론 한편으론 잔잔한 영화라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 걱정도 있지만요(웃음).”
영화 ‘산타바바라’에서 낭만주의 음악감독 정우를 열연한 배우 이상윤 [사진=나이너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
“영화 찍고 드라마 ‘불의 여신 정의’에 참여했는데 막 의욕이 넘치더라고요(웃음). 사실 그해 3월 초에 ‘내 딸 서영이’를 끝내놓고 나니 뭔가 소진된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이 작품을 하면서 빠져나간 감정, 에너지가 많이 채워졌죠. 박차고 나갈 준비를 마친 경마장 말처럼 다음 작품을 향해 뛰어 나가고 싶은 상태였어요. 게다가 산타바바라가 아주 아름다워서 절로 힐링이 되더라고요(웃음). 날씨와 한적한 분위기, 화목하고 평온한 느낌이었죠.”
그의 말처럼 산타바바라의 아름다운 풍광은 러닝타임(99분)동안 관객의 마음을 요동치게 한다. 하지만 그보다 강하게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게 있으니, 단연 이상윤의 기타연주다. 음악감독 정우를 위해 이상윤은 캐릭터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언니네이발관 기타리스트 이능룡에게 직접 기타 레슨을 받았다.
“소리는 못 따라가니까 자세 위주로 배웠어요(웃음). 실제로는 기타를 전혀 못 쳐요. 할 줄 아는 악기는 피아노? 중학교 3학년까지 10년 정도 쳤어요. 근데 너무 어릴 때 쳐서 막연한 거부감이 생겼죠. 그러다 보니 피아노 연주를 하지 않은지도 오래됐어요. 물론 나이가 들수록 다시 잘 치고 싶다는 생각은 해요. 기타도 차근차근 배워보고 싶고요. 선생님 치는 걸 보니 은근 욕심나라고요.”
순간 피아노를 치는 이상윤을 상상하니 이건 너무하다(?)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평소 농구를 즐기는 걸로 알려진 그가 악기까지 다룰 줄이야. 이건 진정한 엄친아의 표본이 아닌가. 내친김에 어디 들어나 보자는 심정으로 또 다른 취미가 있는지 물었다. 역시나 새로 생겼다는 취미도 남달랐다.
“새로운 취미라 함은 LP 듣기? ‘엔젤아이즈’ 하면서 LP를 처음 접했는데 충격을 받았어요. 뭔가 모르게 전율이 왔죠. 무슨 노래인지도 모르고 들었는데 묘한 찌릿함을 느꼈어요. 나중에 들었는데 LP에는 녹음할 때 모든 소리가 다 들어간다더라고요. 귀에는 들리지 않아도 몸이 느끼나 봐요. 아무튼, 되게 호기심이 많이 생겼죠. 안 그래도 지인이 오래된 LP 플레이어가 있다고 해서 받으러 가려고요(웃음).”
인터뷰 내내 몇 번이고 그에게 ‘진정한 엄친아’라는 말을 칭찬 삼아 (물론 진심으로)건넸다. 그런데 어째 본인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 한 가지 이미지로 각인된다는 게 배우로서 달갑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차곡차곡 제 생각을 말하던 그는 “의외로 차갑고 냉정한 면이 있어 악역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금세 눈꼬리가 휘어지게 웃는 이상윤에게 “이렇게 예쁘게 웃으면서 어떻게 악역을 하느냐”고 장난 섞인 타박을 줬다. “선한 인상이 되레 악역을 하는 게 더 무섭다”는 게 그의 반론(?)이다.
“전체적으로 저에 대해 구축된 이미지가 실제와는 많이 달라요. 절 좋은 사람, 혹은 젠틀한 사람으로 아시는데 전혀 그렇지 않죠. 지질한 면도 있고요(웃음). 전 어떤 하나에 갇혀 있는 게 아니라 타이틀이 자꾸 바뀔 수 있는 배우를 꿈꿔요. 개인적으로 훌륭한 연기력을 갖춘 연기자들은 뭔가 어떤 한 단어로 규정하기가 힘든 듯해요. 저 역시 그런 연기자가 되고 싶고요. 삼사십 년 넘게 한 가지 색깔을 연기해야 한다면 너무 재미없지 않겠어요? 이 색깔도 저 색깔도 담을 수 있는 게 연기의 즐거움이니까요(웃음).”
결혼은 글쎄요. 지금은 솔직히 일하는 게 재밌어서 일에 욕심이 많이 나요. 다만 사람을 만날 기회나, 누구를 소개받을 기회가 오면 마다하지는 않으려고요. 최근 들어 친한 친구들이 많이 장가를 가더라고요. 알콩달콩 사는 걸 보면 부럽기도 하죠. 언젠가 (결혼을)하긴 해야겠는데…(웃음). 그래도 아직은 일이 우선이에요.” |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 (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