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김양섭 이연춘 기자] 하계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주요그룹 총수들의 휴가에 관심이 쏠린다. 상반기 실적 부진을 겪은 그룹들이 많은데다 월드컵 특수도 기대만큼 이루어지지 않아 총수들의 고민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내수침체가 생각보다 심각하고 글로벌 마켓도 불확실성이 높아 대부분의 총수들은 휴식기간 동안 하반기 경영구상에 전념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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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줄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11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그룹 총수들은 대부분 국내에서 여름휴가를 보낼 예정이다. 내수침체가 이어지고 원화강세 기조도 쉽게 꺾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총수들이 앞장서 '내수 살리기'에 동참하겠다는 의지가 크다.
특히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내수침체 해소를 위해 국내 휴가를 권장하는 분위기다. 총수들도 이같은 움직임에 대부분 동참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우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특별한 휴가 계획을 잡지 않았다. 대신 국내 공장이 일제히 휴가에 돌입하는 7월 말에서 8월 초, 휴식을 겸해 자택에 머물며 하반기 경영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알려졌다. 원화강세 여파와 내수침체, 노사간 임단협 등 현안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다만 정 회장은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 때 요청했던 충칭(重慶)공장 건설 문제에 따라 휴식을 대신해 중국출장길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예년처럼 이달 말부터 다음 달초 휴가기간에 자택에 머물면서 경영구상에 나선다. 구 회장은 최근 개최한 7월 임원세미나에서 "면밀한 계획을 세우고 철저하고 집요하게 실천해 반드시 내실 있는 성장을 이끌어 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시장선도 구상에 매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경련 허창수 회장(GS그룹 회장)은 이달 23~26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리는 전경련 CEO 하계포럼에 참석한 뒤 2~3일간 휴식을 취하면서 하반기 구상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허 회장은 지난 3일 청계천 광장 앞에서 열린 '농촌 여름휴가 보내기 캠페인'에 참석, 거리에 나온 시민들에게 '농촌 여름휴가 보내기'를 직접 홍보하기도 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두산그룹 회장)도 이달 23일부터 26일까지 제주에서 열리는 대한상의 포럼에 참석한 뒤 자택에서 며칠 쉬며 하반기 경영구상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아직 구체적인 휴가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다만 정 부회장이 매년 휴가마다 집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 만큼 올해도 비슷한 계획을 짰을 것이라는 신세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올해 새로운 유통업태 발굴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연초에 밝힌 바 있어 휴가기간 후 하반기 어떤 경영구상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국내에서 머물려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휴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 회장의 성향상 휴가기간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하반기 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 잇따라 발생한 안전사고로 인해 백화점 안전관리를 비롯한 하반기 내실강화 계획을 고민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회사 내부는 보고 있다.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그룹들의 총수들은 대부분 휴가를 자진 반납하는 분위기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여름 휴가를 반납한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도 사실상 여름휴가를 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와병 중이어서 특별한 여름 휴가 일정을 챙기기 어려운 총수들도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지난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두달 넘게 치료를 받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사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 등 이 회장 일가 역시 특별한 여름휴가를 챙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올 여름 자택에 머물며 건강을 돌볼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은 배임 혐의로 구속 수감된 뒤 만성 폐질환으로 인한 호흡 곤란, 당뇨병, 우울증 등을 앓아왔다. 건강은 좋지 않지만 최근 법원의 사회봉사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도 가족이 있는 일본을 휴가지로 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올해 글로벌 진출과 관련해 광폭행보를 이어온 만큼 가족이 있는 일본에서 휴식을 취하며 하반기 글로벌 경영 구상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김양섭 이연춘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