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의 규제 경쟁, 산업 발전 저해 초래
[뉴스핌=최주은 기자] “규제를 총괄하는 기관들이 오히려 규제 경쟁을 벌인다. 이는 강력한 정책을 발표해야 주목받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탓이다. 규제를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권헌영 광운대 교수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인터넷 규제 개선에 대한 정책 토론회’에서 부처의 규제 경쟁이 인터넷 산업 발전 저해를 초래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권 교수는 “현재 인터넷 관련 규제정책을 문화체육관광부,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보건복지부, 안전행정부, 여성가족부 등 수많은 정부 부처에서 담당하고 있다”며 “인터넷 규제를 시작하고 완결 지을 수 있는 책임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또 “동일 정책에 때문에 부처 간 중복 규제하고 있지 않은지, 국내외 기업과 온·오프라인 사업자 간에 동일한 규제가 적용되고 있는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처별 내놓는 각종 정책 때문에 기업들은 인력낭비와 기업 에너지 소모가 심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 발제자로 참여한 이경전 경희대 교수는 “국내·외 할 것 없이 전자상거래 시장은 지속 성장 추세인데 국내에는 아마존, 이베이, 알리바바와 같은 거대 쇼핑몰이 없다”면서 “현 상황을 제대로 알고 가야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한국 인터넷 산업의 글로벌 경쟁과 번영을 저해한 규제로 인터넷 실명제, 온라인 게임 셧다운제, 공인인증서, 전자상거래 사업자의 신용카드정보 보유 금지를 꼽았다.
이 교수는 “이러한 규제야 말로 외국인들이 ‘천송이 원피스’를 못 사게 만드는 요인”이라며 “국내 서비스의 해외 진출을 원칙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세번째 발표자인 황주성 교수는 ‘공공데이터 정책의 규제 요소-인터넷산업의 관점’을 논하며 “공익의 목적으로 데이터를 개방하고 활용해야 하지만 공공데이터에 대한 활용 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그는 “공공데이터 활용은 유사서비스 제공에 의한 매출감소, 공공에 의한 민간시장 침해 사례 등으로 귀결되고 있다”며 “공공데이터 개방 및 활용을 위해 민간 주도의 개방 중심으로 법제를 바꾸고 공공데이터법의 일반법적 지위를 확보하는 등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정책 토론회 내용을 모두 경청한 유승희 의원은 맺음말로 “규제 완화에 대해 합리적인 규제는 없다”라며 “정치적으로 눈치 보는 일을 더 이상 해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유 의원은 “인터넷을 규제하는 많은 규제에 대해 기업 스스로가 대항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며 “기업이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완전 경쟁 체제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정현철 미래창조과학부 네트워크기획과 과장은 “여러 부처가 얽혀 있는 규제가 많은 만큼 미래부의 역할은 업계의 얘기를 듣고 규제의 정당성과 목적을 살핀 뒤 합리적인 개선을 도출해나가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