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창균 기자] 포털업계가 게임사업을 잇따라 분리시키고 있다. 지난 수년간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을 조금이나마 벗어나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평가다.
21일 포털과 게임업계에 따르면 대형포털사업자들이 태생적인 배경이 한몸인 게임사업을 잇따라 분리하고 나섰다. 그동안 포털사업자들은 검색서비스와 게임서비스를 양축으로 성장날개를 펼쳤다. 특히 두 사업 모두 산업성장기와 맞아 떨어지면서 승승장구했다.
이러한 성장구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바로 정부의 규제정책다. 정부의 연이은 규제정책은 결국 한지붕 아래에 살던 게임사업을 출가시키는 결정을 내리게 했다.
◆ 분가시키는 게임사업
국내 포털업계 2위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이달 중순 게임사업부문을 분리키로 했다. 다음은 게임부문을 오는 7월 분리하고 독립 법인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신규 법인은 다음의 100% 자회사가 된다.
홍성주 다음게임부문장은 "게임사업 부문의 분사를 통해 경영진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독립경영을 통한 권한과 책임을 확대, 공격적으로 게임사업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CBT 등을 통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검은사막’‘플래닛사이드2’‘위닝펏’ 등의 라인업을 분사법인을 통해 성공적으로 게임시장에 안착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네이버와 NHN엔터테인먼트도 분리된 사례이다.
두 사업자는 당초 분리이전에는 NHN이라는 한지붕 아래에 있었다.
지난해 6월 NHN은 포털사업과 게임사업을 분리하기로 결정하고 같은해 8월 1일부터 포털 사업은 네이버로, 게임 사업은 NHN엔터테인먼트로 분할했다.
NHN서 게임 사업을 주관하고 있던 한게임은 판교에 플레이뮤지엄이라 명명한 사옥을 새롭게 건설하고 NHN엔터테인먼트라는 새 이름으로 독립하게 됐으며 이후 한게임 브랜드와 함께 글로벌 브랜드인 토스트를 런칭, 본격적인 온라인 및 모바일 게임 사업에 나섰다. 이번 분사는 지난 2000년 네이버컴과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이 합병한지 13년만에 다시 나눠진 것이다.
지난 2011년 SK커뮤니케이션즈도 자회사 SK아이미디어를 매각, 온라인게임 사업에서 철수한 바 있다. 당시 SK아이미디어 매각과 함께 SK그룹 게임사업은 전부 정리됐다.
국내시장에서 철수한 야후코리아 역시 게임 서비스를 맡아 온 게임사업부문을 별개의 법인으로 분가시킨 바 있다.
◆ 정부, 게임규제 '탓'
이처럼 국내 대표적인 포털사업자들이 잇따라 게임사업을 분리한 배경에는 정부의 규제정책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포털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산업 자체를 사행성 산업으로 낙인찍힌 상황에서 게임사업을 같이 가기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었다"며 "정부의 여러 규제 장치가 작동하면서 포털사업자들도 게임사업분리라는 초강수를 두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고스톱과 포커 등을 소재로 하는 웹보드 게임에 대한 정부 규제안이 지난 2월 23일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다.
해당 법안은 이용자 1명이 한 달에 살 수 있는 게임머니와 게임아이템 등 한도를 월 30만원으로 묶고 게임 1회에 사용할 수 있는 게임머니를 3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또 이용자가 하루 동안 처음 가지고 있던 게임머니를 기준으로 10만원 이상을 잃으면 24시간 동안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내용도 담았다.
이러한 여파는 곧바로 1분기 게임업계 실적에 직격탄 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NHN엔터테인먼트이다.
NHN엔터는 올해 1분기 연결 영업이익이 223억원으로 전기대비 16.8% 하락했다. NHN엔터의 1분기 영업이익은 시장예상치 290억원과 비교시 크게 떨어진 결과이다. 웹보드게임 유료 이용자와 무료 게임 이용자가 각각 40%, 50% 감소했으며, 웹보드게임 매출도 60% 급감했다.
게임업계에서는 추가적인 게임 규제법안이 나올 것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4월 24일 헌법재판소가 밤 12시부터 아침 6시까지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금지하는 조항, 일명 '강제셧다운제'를 합헌으로 판결하면서 게임과 관련된 규제 법안들이 추가적으로 발의될 것이란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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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양창균 기자 (yang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