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시인 두목의 청명절 노래
당나라의 시선(詩仙) 이백(李白)은 월하독작(月下獨酌)이란 시에서 술에 대해 이렇게 노래한다.
"듣기에 청주는 성인과 같고 탁주는 일러 현인과 같다. 성현을 이미 다 마신 후에 신선을 더 구하여 무엇하리. 석 잔 술에 큰 도에 통하고, 한 말 술에 자연과 하나가 된다" *
* 已聞淸比聖 復道濁如賢 賢聖旣已飮 何必求神仙 三杯通大道 一斗合自然
시는 자연과 인생을 노래하고 이백의 시 처럼 술은 자연의 이치에 합치되는 것이니, 우리 전통주를 연구하는 '향음인'(鄕飮人)이라면 모름지기 술자리에 어울리는 시 몇 수는 늘 머리에 담고 있어야 금상첨화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시에 일가견이 없는 필자이지만 연구하는 자세로 술과 어울리는 시들을 찾아 시간 나는 대로 소개해 보기로 한다.
술과 관련된 시 하면 앞 서 언급한 이백의 '월하독작'(月下獨酌)이나 '장진주'(將進酒)가 먼저 떠오르기는 하나 처음부터 너무 술타령을 하는 시를 소개하기는 다소 부담스런 면이 없지 않다.
하여 '향음'의 출발시기와 비슷한 시절을 노래하면서 비 오는 날 술 맛 당기게 하는 안주꺼리 정도가 될 수 있는 시를 찾다보니 당나라 후기 시인 '두목'(杜牧)의 '청명'이라는 시가 후보로 떠 올랐다. 한 번 살펴 보자.
< 淸明 >
淸明時節雨紛紛
路上行人欲斷魂
借問酒家何處有
牧童遙指杏花村
청명절에 비가 주룩주룩 내리니,
길 가는 나그네의 가슴은 찢어지네.
주막이 어디 있는가 물으니,
목동은 멀리 살구꽃 핀 마을을 가리키네.
청명은 양력으로 4월 5,6일 무렵으로 보통 한식(寒食)의 하루 전날이거나 한식과 같은 날이다.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청명을 기하여 봄일을 시작하고 한식날 성묘(省墓, 掃墓)를 한다.
그런데 이런 저런 사연으로 고향을 떠나 오랜 세월이 지나도 돌아갈 기약 없는 이들은 이 시기가 되면 마음이 착잡해진다.
더구나 봄비가 주루주룩 내리는데(雨紛紛) 길조차 낯설은 나그네의 심정은 마치 혼백이 몸에서 분리되는 듯한 심한 아픔을 느낄 것(欲斷魂)이다.
비는 옷에 젖어 들고 술 한잔 생각 간절한데 주막은 어디 있는지 모르니 마음은 더 답답해진다.
마침 소 탄 목동이 지나가기에 술집이 어디 있냐고 물어보니(借問酒家何處有) 손가락으로 저 멀리 살구꽃 흐드러지게 핀 마을(杏花村)을 가르킨다는 내용이다.
이 시는 당 후기의 천재 시인 두목(杜牧)이 어느 봄날 산시성(山西省) 펀양현(汾阳县) 싱화촌(杏花村, 행화촌)을 지나 현종 시기의 공신 곽자의(郭子儀)의 고택을 찾아가던 중 지은 시라 한다.
여담이지만 이 시의 유명세를 탄 것일까, 싱화촌(杏花村, 행화촌)에서 생산되는 싱화촌 펀쥬(汾酒, 분주)*는 중국의 10대 명주최고로 꼽히며 색, 향, 맛이 뛰어나 3절(絶)이라 불리울 정도로 유명하다. 역사도 수천년에 이른다.
* 汾酒 : 백주의 일종으로 45~65도의 독한 술이다. 주원료는 수수이며, 밀과 완두콩을 이용한 누룩으로 발효시킨다.
두목의 청명 시를 떠올리면서 기회 있으면 한 번 마셔보기를 권한다.
필자가 잘 아는 중국전문기자(최헌규, 뉴스핌 국장)는 언젠가 이 시와 펀쥬의 관계에 대해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 두목의 시 청명은 싱화촌 펀쥬와 함께 유명해져 술과 관련한 고사를 논할 때 어느 자리에서나 빠지는 적이 없다. 이 시 한 수로 인해 산시의 싱화촌은 대번에 중국 미주(美酒) 산지의 대명사가 됐다. 하지만 이 고장 사람들은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들은 시로 인해 싱화촌 펀쥬가 유명해진 게 아니라 오히려 펀쥬 때문에 두목의 시 청명이 유명해졌다고 주장한다. 광고(시) 때문에 상품(펀쥬)이 유명해진게 아니라, 상품이 워낙 유명해서 거꾸로 광고를 유명하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후세인들은 이 에피소드에 대해 천재 시인 두목을 폄하하는 얘기라기 보다는 수천년의 역사를 가진 명주에 바치는 헌사쯤으로 여기고 닭과 달걀의 선후 논쟁 처럼 굳이 시시비비를 가리려 하지 않는다."
혹시 '淸明'을 중국어 발음으로 소리 높혀 읊어 보고자 하는 분들을 위해 성조가 표시된 간자체 시문을 첨부해본다.
[글= 향음 이철성이사]
![](http://img.newspim.com/content/image/2014/05/15/20140515000164_0.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