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대중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섬 3 - 현주가 엽서를 보냈다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그해 크리스마스 때였다. 일주일간의 휴가가 주어져 모두들 여행 계획을 짜느라 분주했다. 끼리끼리 어울려 인근의 섬이나 도시로 떠났다. 나도 절친하게 지내던 마카오 남자, 강으로 다이빙 하던 이디오피아 청년, 말레이시아 여자와 한 팀을 이루어 세부 섬으로 떠났다. 빼어나게 아름답기로 유명한 세부는 지금은 관광지가 되었지만 1986년 말 그때엔 사람의 때가 전혀 묻지 않은, 천연의 섬이었다.

태평양 위를 지나는 우리 배는 그날 밤 내내 극심한 태풍에 시달렸다. 큰 배인데도 파도를 못 이겨 밤새도록 좌우로 요동치듯 흔들렸다. 갑판 위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사람들이 밀려갔다 밀려오곤 했다. 우리도 그 틈에 끼어 갑판의 밧줄을 죽을 힘을 다해 붙잡고 있었다.

콜라병, 먹다버린 캔 구르는 소리, 아우성과 구토, 울음과 비명, 칠흑 같은 어둠, 검고 사나운 파도, 철렁철렁 내려앉는 가슴, 공포....다음 날 새벽에 도착한 세부 섬 부둣가의 신선함이란! 정갈한 바다 내음, 상쾌한 바람, 정박해 있는 어선들, 끼륵끼륵 날고 있는 갈매기....그곳에서의 몇시간 동안 우리가 무엇을 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느 수도원을 누군가의 안내로 방문했고 그곳에서 고상한 신부와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고 수도원의 창을 통해 세부 섬의 아름다운 풍광을 걸어올 때와는 다른 차원에서 느끼고 있었다는 것 외에는. 그리고 한적한 수도원을 걸어나와 세부 섬을 구체적으로 돌아다니려 했을 때 어디선가 작달만한 원주민 한명이 다가와 이곳보다 더 아름다운 섬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기에 귀를 기울였던 것 외에는.   

그 원주민이 말을 잘 했던지 아니면 우리들이 똑같이 그의 말에 솔깃하게 빠져들었는지 그 과정 역시 흐릿하지만 원주민이 신이 나서 어디론가 달려나가듯 걸어간 걸음걸이만큼은 또한 생생하다. 우리가 잠시 기다리는 동안 그가 끌고 온 배는 모터를 달아놓은 나룻배였다. 판때기를 듬성듬성 짜놓아 바닥 밑이 보일듯말듯한. 불안해 보이는 그 조그만 배에 우리 넷과 원주민이 올라탔다.

시퍼런 바다 위를 그는 무서운 속도로 몰아댔다. 칼날 같은 파도가 들이닥칠 때마다 배가 붕 떴다가 방향이 꺾여 물에 떨어지곤 했다. 그때마다 배는 뒤집힐듯 흔들렸고 우리는 두려움에 떨었다. 속도를 줄이자고 내가 소리 질렀더니, 속도를 줄이면 배가 물 속으로 빠질지 모른다고 오히려 큰소리쳐왔다. 아니나다를까 바닥 밑에서 물이 새어들고 있었다.

가라앉는 속도보다 더 빨리 무지막지하게 한 시간쯤 달려간 곳. 섬이 있었다. 온통 하얗다. 화이트 아일랜드라는 별명이 붙은 섬. 에게 해에 뜬 미코노스라는 아름다운 섬은 하얀 칠로 섬 전체를 도배해 하얗지만, 이 섬은 천연 그대로 하얗다. 하얀 모래들이 응결되어 만들어진 섬이란다. 바닷물에 휩쓸려가기 마련인 모래들이 어떻게 바다 한가운데 응결되었는지 알 수 없다는 신비의 섬.

그곳엔 우리 다섯밖에 없었다.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 없었다. 구름도 없었다. 하얀 땅과 파란 하늘뿐. 우린 맨발로 걸었다. 그러나 순간 발을 떼야 했다. 하얀 모래가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원색의 시뻘건 태양이 중천에 떠 있었다. 황홀한 광경이었다. 바다에 떠있는 새하얀 불사막. 그리고 내 곁에 걷고 있는 검은 친구, 중국인 청년, 무슬림 처녀, 까무잡잡한 원주민. 우리는 발을 불로 지지며 내달렸다.

바다. 백 미터 깊이까지는 족히 보일 것 같았다. 물 속 바닥 역시 하얀 모랫빛이었다. 무수한 물고기들이 그 푸르스름한 투명 속을 헤집고 다녔다. 서로 물을 끼얹고 달리고 넘어지고 쾌감의 비명을 지르며, 물보라치는 바다 속으로 태양을 안고 뛰어드는 우리들. 부서질듯한 배를 타고 몸서리치는 파도 위를 또다시 끔찍한 공포 속에 달려 돌아가야 하지만, 그런 생각은 나지도 않았다. 
민다나오에 오기 전 서울에서 몇 번 만난 적 있는 현주로부터 엽서가 날라온 것도 그 즈음이었다.

[관련키워드]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이번주 '李 정책 슈퍼위크' 주목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정부의 '정책 슈퍼위크'가 13일부터 시작된다. 이날 열리는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시작으로 부동산 정책 공개 토론회가 오는 14일부터 3일간 열리고, 정부 부처 대통령 업무보고도 15일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은 한 주 동안 '나라의 곳간'인 내년도 예산안 편성 방안과 '부동산 공화국' 탈피를 위한 정책 토론, 취임 1년 차 당시 점검했던 국정 과제 이행과 지적 사항을 점검한다. [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서울 청와대에서 열린 제28회 국무회의 겸 제13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6.06.30 photo@newspim.com ◆ 반도체 호황 추가 세수, '미래대응기금'으로 13일 청와대와 정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리는 '2026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참석한다. 이날 회의는 '미래대응기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미래대응기금은 반도체 호황으로 확보되는 추가 세수를 활용한 기금이다. 인공지능(AI) 국가전략과 3대 메가프로젝트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기금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기금은 국가 균형 발전과 청년 정책에도 활용된다. 오는 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 동안은 부동산 토론회가 잇달아 열린다. 14일은 국토교통부가 '부동산 공급 대책'을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 이어 15일 금융위원회의 '부동산 금융', 16일 재정경제부의 '부동산 세제'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각각 열린다. 사흘간의 부동산 토론회에서 언급되고 논의된 내용들은 오는 23일 이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부동산 대토론회'에서 구체화된다. 부동산 공급 대책의 경우 '공공 주도'와 '민간 공급'의 비율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정부의 부동산 공급 대책은 공공 주도가 핵심이었다. 그러나 민간 용적률 인센티브 확대,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대출 규제 완화 등의 시장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민간 공급 활성화 방안에 대한 요구도 토론회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 돌아온 잼플릭스…140개 공공기관 업무보고 모두 생중계 이번 토론회에서 논의되는 부동산 세제 개편안 내용은 오는 7월 말이나 8월 초 발표되는 '2026 세제 개편안'에 담길 예정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0일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세제는 2026년도 개편안 발표 시한이 있어 늦어도 7월 말이나 8월 초는 돼야 한다"며 "세제는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이고 재산권 문제라서 입법 예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잼플릭스(이재명+넷플릭스)'라고 불렸던 정부 부처 업무보고도 오는 15일부터 시작된다. 21일까지 9차례에 걸쳐 모두 생중계로 진행된다. 국무조정실을 비롯해 19부·6처·18청·7위원회를 포함한 140개 공공기관이 대상이다. 이번 업무보고는 지난해와 다르게 200여 명의 국민 참관단이 새로 참석한다. 이 대통령은 200여 명의 국민 참관단과 함께 지난해 말 첫 업무보고에서 제시된 각 부처의 정책과 과제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pcjay@newspim.com 2026-07-13 09:08
사진
전국 찜통더위에 전력수요 급증 [세종=뉴스핌] 최영수 선임기자 = 짧은 장마 이후 연일 폭염이 지속되면서 올여름 전력수요가 처음으로 90기가와트(GW)를 넘어설 전망이다. 정부가 발전설비를 총동원하고 있지만, 전력예비율이 올여름 들어 처음으로 10%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는 올여름 전력피크를 8월 셋째 주로 전망했지만, 때 이른 폭염으로 7월부터 전력피크에 도달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 저녁시간 94GW 전망…전력예비율 10%로 뚝 13일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6~7시 최대전력수요는 94GW로 전망됐다. 전력거래소는 최초 전망에서 최대전력수요를 91.8GW, 공급예비력 12.3GW(예비율 13.4%)로 전망했지만, 늘어난 전력수요를 반영해 수정했다. 전력거래소는 "이 시간대 예비력은 9383MW로 '정상' 상태"라며 "전력수급이 안정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2026년 7월 13일 최대전력수요 전망 [자료=전력거래소] 2026.07.13 dream@newspim.com 하지만, 이 시간대 공급예비력이 9.4GW 규모로 감소하면서 예비율도 10%로 뚝 떨어질 전망이다. 예비율이 10%까지 떨어진 것은 올여름 들어 처음이다. 정부가 가동할 수 있는 발전설비를 총동원해도 전력예비율이 10% 이하로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폭우나 태풍으로 인한 전력설비 불시고장, 역대급 폭염에 따른 비상 상황에 대비해 약 8.8GW의 예비자원을 추가로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정부, 8월 3주 전력피크 전망…7월 경신 가능성 지난해 여름에도 이른바 '마른장마'로 인해 7월 둘째 주부터 폭염에 시달렸다. 때 이른 폭염이 지속되면서 7일 8일 최대전력수요가 95.7GW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해 여름철 전력피크(96GW, 8월 25일)와 거의 유사한 수준이다. 기후부는 지난달 25일 올여름 최대전력수요가 8월 3주차에 94.1GW(기준)~98.8GW(상한)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때 공급능력은 107GW 규모이며, 예비력은 13.9GW(기준)~8.2GW(상한)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AI 일러스트=최영수 선임기자] 2026.06.25 dream@newspim.com 하지만 폭염 속 전력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미 7월부터 정부의 전망치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 특히 13일 공급능력이 103.4GW에 그치면서 운영예비력도 9.8GW(예비율 10%)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력거래소는 전망했다. 지난해 10월 1일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 처음 맞는 여름이어서 기후부 체제 하에서 전력수급 능력이 어떻게 달라질 지 첫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기후부는 전력피크가 예상되는 오후 6~7시 시간대 에너지 절약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기후부는 "대국민 에너지 절약 캠페인으로 수요관리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면서 "냉방온도 준수, 불필요한 조명 소등 등 에너지 절약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dream@newspim.com 2026-07-13 07:58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