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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2 - 절망속에 빛나던 신념

기사입력 : 2014년05월19일 08:00

최종수정 : 2014년05월12일 09:06

가끔씩 악어들이 멀리서 다가오곤 했다. 다시 하류로 되돌아올 땐 공포와 경외가 깃든 그 강 속으로 이디오피아에서 온 연수생 동기가 다이빙을 했다. 우리가 탄 나룻배 곁에서 수영을 하며 보조를 맞췄는데 수영 솜씨가 기가 막혔다. 악어들이 기습해 저 몸을 물어갈까봐 조마조마했지만 그는 아랑곳 없이 유유히 헤엄쳐 내려왔다. 그 역시 악어의 존재를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강의 상태나 악어의 성격을 이미 파악한 것인지 그는 전혀 동요하는 낌새가 없었다. 내게선 엄두도 낼 수 없는 행동을 눈부시게 하던 그의 모습 역시 그 인상적인 강의 풍경과 함께 내 기억 속에서 아마 영원할 것이다.

우리 연수생들은 각자 기숙사 독방을 썼는데, 팔뚝만한 도마뱀이 내 방 벽에 달라붙어 있곤 했다. 처음엔 기겁을 했지만, 나중엔 친근해졌다. 죽 이어진 방들에 기거한 연수생들은 모두가 친구였다.

나이가 적든 많든. 무슬림이건 불교건 바하이교건. 흑인이건 수녀건. 인도, 스리랑카,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네팔,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중국, 홍콩, 마카오, 피지, 케냐, 나이지리아, 탄자니아. 파푸아 뉴기니아....하나하나 친했다. 그들과 나눈 끈적끈적한 삶의 이야기들. 같이 마신 독한 필리핀 술. 함께 다닌 이 빈곤한 도시의 병원, 주민들의 집, 야자로 만드는 엉성한 비누 공장, 장터, 시골학교, 바다....

이 섬에서 가장 비천한 오지 농촌을 함께 탐방한 기억 역시 생생하다. 차창 유리도 없는 버스로 이동해, 발이 푹푹 빠지는 뻘건 진흙밭을 몇시간이나 걸었는지 모른다. 낡아빠진 집들이 서너채 남아있는 폐허 직전의 촌락이 나타났다. 거기서도 그곳을 끝까지 지키려는 젊은 농촌지도자가 있었다.

대나무들로 얼기설기 엮어 집 형태를 이루고, 맨흙 위에 모포 한장 깔아놓은 것이 방이었다. 밤이 깊어질수록 차가운 한기가 올라오는 그 땅바닥 방에서, 그 농촌지도자는 그 마을의 암담한 현실에 대해 속내를 털어놓았다. 농촌이 대부분인 필리핀에서 농촌 문제는 아마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도록 구조적 모순에 봉착해 있는 듯했다. 더욱이 그 마을은 낙후된 오지이며 빈곤의 바닥에 있는 듯해서 문제의 심각성은 외지인인 나에게도 피부에 달라붙는 듯했다.
그 모순의 한복판에 젊은 농촌지도자는 죽어라 버티고 있는 것이며 혼신의 불을 태우는 것 같았다. 그의 눈에는 절망의 빛 역시 배여 있었다. 그럼에도 짙은 파토스를 머금은 모습. 어둠 속에서 강렬하게 타오르던 그의 눈빛과 신념을 잊을 수 없다.

세미나는 세미나대로 열의 있게 진행되었다. 매일매일의 오전 시간. 제3세계의 제반 문제 즉 그 오지 농촌의 문제 같은 빈곤 문제, 물, 종교 갈등, 인권, 공동체 개발 등의 테마들이 구체적인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논의되었다.

인도 할렘가에서 봉사활동을 전개하는 인도 남자는 그곳의 빈곤과 질병을 심도 있게 다루었고, 사람 좋아 보이는 나이지리아 목사는 아프리카의 물 부족과 오염, 인종 간의 갈등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나갔다. 네팔에서 온 아리따운 처녀는 네팔 산지의 여성 인권 문제를 들고 나왔다. 가부장적인 그늘 아래 평생 짐승처럼 일만 하면서도 남자들에 의해 모진 학대와 억압을 받는 여인들의 모습을 슬라이드를 통해 생생히 보여주었다.

한 장면 한 장면 설명해가는 그녀의 목소리는 울음에 젖어가고 있었다. 가슴 깊히 우러나오는 호소력 짙은 설명에 의해 슬라이드를 바라보는 우리 모두의 눈시울이 함께 붉어지던 시간이었다. 태평양에 떠 있는 작은 섬에서 벌어진 실화를 담은 기록영화를 관람한 적도 있었다. 얼굴이 뭉개진 아이, 팔다리가 잘려나간 남자, 가슴이 흉칙하게 파인 여자...미국의 원폭 실험 때문에 생긴 피해 사례였다. 경악을 금치 못할 장면들을 보면서 너나없이 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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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민주 이미 해리스 후보 추대 움직임"...러닝메이트도 거론 [뉴욕=뉴스핌] 김근철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후보 사퇴를 거부하고 버티고 있지만, 민주당 안팎에선 이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교체 후보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NN 방송은 5일(현지시간) 해리스 부통령이 그동안 자신의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고,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유지를 지지하는 행보를 보여왔지만 민주당은 이미 그녀를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민주당 관계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 사퇴와 함께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밝히고, 오는 8월 시카고 전당대회에서 대의원이 이 같은 결정을 따라주기를 설득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CNN 방송은 전했다. 이들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민주당 출신 전직 대통과 당의 고위관계자들도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이후 내분과 표 분산을 막기 위해 이 같은 구상을 지지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방송은 소개했다. 실제로 해리스 부통령이 교체 후보가 돼야, 바이든 선거 캠프의 막대한 규모의 정치자금과 선거조직도 잡음 없이 승계돼기 때문에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다만 문제는 해리스 부통령이 나서더라도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패배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실제로 해리스 부통령이 나서더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압도하기 힘들 것이란 분석도 만만치 않다.  지난 2일 발표된 CNN 방송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상 대결할 경우 45% 대 47%의 지지율을 보였다. 오차범위 내 박방이지만 해리스 부통령이 2%포인트(p) 뒤지는 결과다.  이에 따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 그룹은 정치자금 큰손 등을 대상으로 해리스 부통령의 본선 경쟁력을 설득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CNN 방송은 민주당 일각에서 심지어 해리스 부통령의 후보 승계를 기정사실화하고 그와 함께 대선을 치를 러닝 메이트 후보들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흑인 여성' 해리스 부통령의 러닝메이트로는 로이 쿠퍼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와 앤디 베시어 켄터키 주지사가 유력 후보이고,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주 주지사와 J.B. 프리츠커 주지사 등도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는 전언이다.  힌편 트럼프 전 대통령측은 해리스 부통령의 후보 승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준 타격에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해리스 부통령을 거론하며 '래핑(laffin') 카멀라 해리스'라고 조롱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자주 크게 웃고 있으며 '실없는' 모습을 보인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위기 위한 포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동안 정적들의 약점을 파고들어 이를 별명으로 붙여 깍아내리고 공격하는 데 탁월한 수완을 보여왔고, 실제로 상당한 효과를 본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TV 대선 토론 직후 바이든 교체론이 불거지자, 민주당 '대한 후보'들을 비판하면서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선 "아예 논의 대상도 안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kckim100@newspim.com 2024-07-06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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