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진영 기자] 의심할 여지 없이 풍부한 가창력과 감성을 자랑하는 디바 박정현이 다른 뮤지션들과 만나, 장르를 믹스하는 이색적인 합작으로 '싱크로퓨전'을 만들어냈다. 그는 윤종신이 이끌고 있는 작곡진 TEAM89와 작업을 주축으로 한 타이틀곡 '더블키스'에서 완전히 새로운 박정현으로 다시 태어났다.
박정현은 이번 신보 '싱크로퓨전'에서 데뷔 후 최초로 선보이는 '빠른 템포'의 타이틀곡 '더블키스(DOUBLE KISS)'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와 함께 영어 가사로 쓰인 '드림스피어(DREAM SPHERE)', 윤종신 작사·황성제 작곡의 기존의 박정현이 선보였던 곡의 연장선상에 있는 곡 '그 다음해'도 함께 실었다.
"싱크로퓨전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봤는데, 좀 낯선 용어죠. 콜라보레이션이 정규 앨범에서 못해봤던 시도인데, 최근에 다양한 경험을 하다보니 재밌더라고요. 음악적으로 제 것도 아니고 상대의 것도 아닌,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색깔을 발견할 수 있었거든요. 또 제가 판타지적인 것을 좋아해서, 콜라보로 혼자서는 못했을 새로운 것을 실현한다는 의미를 담아 지어봤죠."
기존에 박정현은 여러 가수들과 듀엣곡 작업은 여러 차례 해왔던 터였다. 하지만 박정현은 "듀엣이나 피처링은 이번 콜라보와는 개념이 상당히 다르다"고 새로운 방식의 합작이 이뤄졌음을 암시했다. 과연 어떤 방법으로 '싱크로퓨전'된 앨범일 지 벌써부터 궁금해졌다.
"듀엣이나 피처링은 두 뮤지션이 이미 제작된 작품에 참여하는 것이라면, 싱크로 퓨전은 처음부터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에요. 첫 만남에서부터 모든 단계를 구체화하고 색깔을 만들어가는 작업이죠. 상대를 고른 기준은, 시도 자체가 약간 모험적이라고 생각해서 친숙한 사람들을 우선으로 했어요. TEAM89 분들은 제가 윤종신 씨와도 인연이 깊고 그 중 포스티노라는 친구는 오래 지켜봐왔기도 했고, 함께 작업도 해봤었죠. 선배로서 그의 음악을 참 좋아하기도 하고요."
특히 TEAM89와 박정현이 만나 처음 만든 곡이라는 타이틀곡 '더블키스'는 빠른 템포 탓에 '박정현답지 않은' 느낌이 들면서도 영락없이 '박정현스러운' 느낌이 혼재했다. 뮤직비디오에서 약간의 댄스를 선보이기도 한 박정현의 변신이 반갑고 신선하면서도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애초부터 모두가 좀 신나는 곡을 하자는 데에 동의했어요. 좀 재밌는 노래를 하고 싶었고, 그럴 때가 됐다 싶었죠. 윤종신 씨가 동의한 건 물론이고, 오랜만에 나오는데 비슷비슷한 것 보다 신선한 걸 원했어요. 그 마음을 그냥 따라갔어요. (웃음) 춤이요? 부담이 됐었죠. '더블키스'가 비트가 강해서 안무가 나오면 비주얼적으로 좋을 거 같아 시도했어요. 다만 방송에서 보여줄 기회는 없을 듯 해요. 춤쪽에 재능이 없어서 뮤직비디오에서도 거의 다 편집 됐거든요. (웃음)"
박정현은 '더블키스'로 새로운 시도를 한 데 이어 앞으로 나올 또 다른 '싱크로퓨전'의 시리즈를 예고하며 콜라보를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그는 가장 좋아하는 숫자 3의 의미를 담아 약 1년간 세 개의 연작 시리즈로 나올 '싱크로 퓨전' 앨범을 예상하면서, 다음 앨범에 관해서는 아직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아직 두 번째 장르는 결정하지 못했어요. 결국은'누구와 함께하느냐', 사람의 문제예요. 가장 못하는 장르인 힙합인데 그게 아마 가장 도전적인 시도라 끌려요. 작년에 굉장히 많은 힙합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즐겨 들었거든요. 빈지노나 자이언티의 음악도 정말 좋아했고, 다이나믹듀오도 열렬한 팬이죠. 또 좋아하는 모던 락 장르도 생각 중이에요. 정규에 비해, 싱글은 빠른 시간에 다른 매력을 많이 보여줄 수 있어서, 1년 간 많은 음악적 연습과 경험이 될 거라 기대해요."
박정현은 언제나 소녀같은 가수라는 찬사가 어색하지 않은, 여전히 맑고 청아한 목소리와 감성을 지닌 가수로서 비결을 묻자, 아주 솔직하게 스스로를 평가했다. 이어 장르의 변화 외에 '싱크로퓨전'에서 보여주고픈 매력과 음악적 포부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눈을 빛냈다. 데뷔 15년차를 훌쩍 넘긴 뮤지션의 열정이 마음에 와닿는 순간이었다.
"제 목소리요? 청춘의 톤은 많이 없어졌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알맹이는 똑같아요. 순수함이나 젊음의 맛은 없어졌지만 기술적 노하우나 표현 쪽에서는 한층 성숙했고 더 잘한다고 자신하죠.(웃음) 항상 앨범에서 보여드리고 싶은 건 '지금의 저'예요. 큰 발전이나 변화보다도 지금 마음을 표현하는 게 제일 큰 목표죠. 지금껏 그게 가장 좋은 방식이란 걸 느꼈고요. 작년과는 반드시 제가 조금은 달라졌을 것이고, 그걸 음악을 통해 느낄 수 있으실 거예요. 올해의 저는 '더블키스'예요."
■ 박정현(38)은 1998년 '나의 하루', 'PS I Love You'가 수록된 정규 1집 'Piece'로 데뷔해 올해로 16년차를 맞았다. 그간 '몽중인' 'You Mean Everything To Me' '꿈에' '달' '눈물빛 글씨' 등의 히트곡을 내며 뛰어난 가창력과 풍부한 R&B 감성으로 사랑받았다. 이후 2011년 MBC '일밤-나는 가수다', KBS2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에서 연이어 활약하며 노래 실력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았고,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동안 매력의 소유자로 주목받기도 했다. 그는 2014년 4월 야심찬 프로젝트 싱글 '싱크로 퓨전'을 발표하려 했으나 '세월호 참사'로 수록곡인 발라드 넘버 '그 다음해'만을 미리 공개했으며, 박정현 활동 사상 최초의 댄스 타이틀곡 '더블키스'는 6월17일 전격 발매했다.
'경연의 여왕' 박정현이 말하는 '나가수 VS 불후의 명곡' "사실 '나가수' 뿐만 아니라 그간 공연에서도 그런 무대들을 꾸며 왔어요. '우연'이나 여러 노래를 하면서 대중들에게 의외의 면을 보여줄 수 있어 좋았죠. 신나는 곡 부르는 걸 개인적으로 좋아해요. 춤을 잘 추지도 않지만신이 나서 뛰어다녔죠. 당연히 그렇게 해봤기 때문에 이번에도 약간은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던 건 맞아요. 딱 그정도의 영향이 있었어요. 밝은 면도 좋아하시지 않을까? 하고 바라면서 작업했죠." 약간은 다른 방식이지만, 박정현이 '나가수'와 '불후의 명곡' 무대를 두루 거쳐오며 느낀 두 무대의 차이점은 무얼까도 궁금했다. 그는 특별히 선배 이선희의 노래를 불렀던 때를 떠올리며 가장 쉽고 자연스럽게 두 무대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나가수' 때는 순수하게 경연에만 집중해서 무대를 준비했어요. '불후의 명곡'은 경연은 두 번째예요. 그게 가장 큰 차이죠. 존경하는 선배 앞에서 서로 바라보면서 그 선배의 노래를 재해석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신기한 경험이잖아요. 그래서 긴장도 더 많이 됐고 영원히 잊지 못할 특별한 추억이 됐어요. 경연에 관해서는 잘 생각도 안나요. 이선희 선배님 앞에서 노래를 너무나 잘해야된다는 생각을 했고, 관객을 잊고 단 둘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아마 다시는 못할 특별한 경험이겠죠." |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사진=블루프린트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