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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의 일본읽기] 일본의 조용한 죽음준비

기사입력 : 2014년04월25일 15:14

최종수정 : 2014년06월23일 10:47

종활(終活: 슈카츠)․엔딩노트(Ending Note)….

의외로 일본은 죽음에 익숙하다. 사자(死者)의 묘가 생활주변에 있으니 삶과 죽음의 구분이 한국처럼 뚜렷하진 않다. 그럼에도 죽음은 분명 피하고픈 터부다. 다만 이 죽음도 상황변화 앞에선 해체된다. 그침 없는 고령화 때문이다. 이로써 죽음화두는 생활이슈로 눈높이를 낮췄다.

증거는 많다. 당장 죽음은 일본매스컴의 단골 기삿거리다. 장례를 다룬 특집기사․출판에 끝이 없다. 장례 불필요를 주장한 책(『葬式は要らない』)은 베스트셀러에까지 올랐다. 무덤광도는 흔해졌다. 죽기 전에 미리 준비하라며 떠날 자와 살아남은 자를 다그친다. 부동산 광고처럼 역세권을 자랑하며 ‘인생 마지막 집’ 구매를 강조한다.

연휴가 낄 땐 본인 묘를 직접 보고 선택하라고들 난리다. 패키지로 묶어 후보물건을 탐색하는 프로그램이 그렇다. 본인상황에 맞춘 눈높이 묘지도 소구전략이다. 경기침체를 반영해 고가묘지보단 공동납골당을 추천하는 경우도 많다.

재미난(?) 아이디어도 화제다. 같이 묻힐 것을 전제로 생전에 미리 교류를 쌓자는 모임마저 있다. 이걸 주선하는 NPO법인도 있다. 가령 사후묘지가 염려되는 독신여성을 상대로 매년 묘지에서 가든파티를 열어주는 식이다. 서클활동처럼 즐겁게 사후준비를 하자는 취지다. 희망자는 쇄도한다. 생전장례도 있다. 친지․지인을 모아 이별행사를 갖는 식이다. 환갑 때 1회, 70세 때 2회 등의 식으로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장례불안을 희석해보려는 의도다.

유언투어도 특이하다. 유언투어는 온천여행을 주선해 한적한 장소에서 유언장을 쓸 수 있는 환경제공 서비스다. 일상에서 벗어나 인생을 뒤돌아보는 시간제공은 물론 구체적인 작성방법까지 알려준다. 법률사무소와 여행사가 제휴․기획한다. 참가비(2박3일)가 10만엔을 웃돈다지만 만족도가 높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모여 유언정보를 교류하는 사이트도 크게 늘었다. 카페형태로 구성되는데 오프라인에서의 정기회합이 일상적이다.

압권은 유언장이다. 몇 년 전부터 일본에선 유언장 작성이 화제다. 2000년대 이후 적자생존․승자독식의 사고논리가 확산된 결과다. 경쟁격화로 삶의 피로․한계가 심화되면서 진지한 인생고찰이 제기된 흐름과 맥이 닿는다. 2011년 봄의 대형지진도 삶의 가치에 의문부호를 던졌다. 인연과 사람중시의 재검토다. 지진이후 결혼과 재결합 등 가족인연이 늘어난 게 증거다.

유언장 작성은 40대가 주도한다. 중년의 죽음준비다. 40세는 인생분기점이다. 전반과 후반사이에 서서 과거평가․미래계획을 고민하는 자연스런 나이다. 유언장을 써봄으로써 가족관계를 필두로 한 가치관․지향점 등의 효과적인 재검토 기회다. 바쁜 일상의 매몰한계를 벗어나 차분․신중한 사고기회로 제격이다. 실제 “유언장을 쓴 뒤 인생가치가 달라졌다”는 작성후기가 많다.

<닛케이비즈니스>는 특집기사를 통해 “유언을 준비해두는 건 재산정리 등의 단순한 죽음준비가 아니라 보다 충실한 생전시간을 위한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작성이유는 가족의 불필요한 부담과 깔끔한 인생정리를 위해서다. 본인사후를 위한 최후의 커뮤니케이션인 셈이다.

원래 유언이란 일부만의 전유물이었다. 돈을 둘러싼 가족갈등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이유다. 그런데 열도의 조용한 죽음준비에서 보건대 유언은 필수불가결해진 느낌이다. 상황이 크게 변해서다. 비혼(非婚) 독신자를 보건대 나이는 되레 무관해졌다. 이들의 사후수속은 큰 공포 중 하나다. 자칫 죽어도 죽지 못한 무연․고독사로의 전락염려다.

덩달아 죽음준비는 적잖은 시장이 됐다. 업종도 다양하다. 눈에 띄는 건 금융권의 상속재산 운영대행이다. 상속세 경감대책과 신고대행 등을 포함해 유언장 작성․보관 대행서비스가 성황이다. 요컨대 유언신탁․유산정리다. 효과적인 부동산 상속처리를 위해 세무사․변호사․부동산회사 등 전문가가 총동원된다. 단순한 수수료 수입은 물론 유산상담을 계기로 자녀세대까지 고객흡수가 가능해 경쟁이 치열하다. 상속재산을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과 자산운용 등의 라인업은 확대추세다. 생전증여도 한 흐름이다. 

얼마 전 일본영화 『엔딩노트』를 봤다. 다큐멘터리 스타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버지의 마지막을 담담히 그려내 눈물바다를 이룬 영화로 유명하다. 그런데 영화는 죽음을 따뜻하고 유쾌한 분위기로 엮고자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죽는 건 안 무서운데 혼자 남을 아내가 걱정”이라던 주인공이 위암말기 선고직후 한 첫 일이 엔딩노트 작성이다. 죽기 전 하고 싶은 10가지 희망사항이 써졌다. 그래서 일종의 버킷리스트다. 결국엔 모두 이뤄내고, 남겨진 가족은 떠나는 아버지의 뜻대로 웃으며 그를 마중한다.

죽음준비, 한국도 이젠 애써 회피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 일본사례지만 그 붐의 이면조건을 보건대 한국이 훨씬 문제인 까닭이다.

*프로필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
-일본 게이오(慶應)대 경제학부 방문교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연구교수
-한양대 국제(경제)학 박사
-한국경제TV ′머니로드쇼 재테크 파노라마′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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