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률 창출 위해 신생 IT 기업에 공격 베팅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월가의 뮤추얼펀드가 실리콘밸리를 향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와 블랙록을 포함한 대형 뮤추얼펀드 업체들이 벤처캐피탈 업계의 독점 시장이나 다름없었던 실리콘밸리에서 공격적인 투자 러시를 연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AP/뉴시스) |
21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인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연초 이후 뮤추얼 펀드가 참여한 실리콘밸리의 신생 IT 업체 투자는 총 1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기록인 16건에 근접한 수치인 동시에 2012년 연간 투자 건수인 9건을 훌쩍 넘어선 수치다.
뮤추얼펀드 업계가 이 같은 추세로 실리콘밸리 투자에 나설 경우 올해 투자 실적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주 T.로우 프라이스 그룹이 에어비엔비의 4억5000만달러 규모 투자에 참여했다. 앞서 금융 서비스 업체인 렌딩클럽은 주식과 회사채 발행으로 1억1500만달러의 자금을 확보했고, 여기에 블랙록과 웰링턴 매니지먼트 등 뮤추얼펀드 업체가 참여했다.
워싱턴에 소재한 신생 기업인 앱티오 역시 야누스와 T.로우, 피델리티 등 3개 뮤추얼펀드 업체가 참여한 가운데 총 4500만달러의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과거 실리콘밸리에 좀처럼 발을 들여놓지 않았던 블랙록은 최근 2년 사이 총 10건의 투자를 단행했고, 이 가운데 4건을 올들어 추진했다.
피델리티 역시 2010년 이후 단행한 총 14건의 비상장 IT 기업 투자 가운데 연초 이후 이뤄진 투자가 4건에 달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고수익률에 목마른 뮤추얼펀드 업계가 새로운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과정에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검증되지 않은 초기 단계 기업 가운데 일부가 커다란 성공을 거둘 것이라는 기대다. 투자에 참여했다가 실패할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일부 투자가 고수익률을 창출, 손실을 상쇄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피델리티의 크리스 바텔 글로벌 주식 리서치 부대표는 “창업 초기 IT 업체에 대한 투자는 전체 자산 가운데 극히 일부분일 뿐”이라고 말했다.
뮤추얼펀드는 자산 규모 15조달러의 미국 퇴직연금 시장의 중추에 해당하며, 일반적으로 고수익률을 겨냥한 베팅보다 안정성에 무게를 둔 투자에 주력한다.
이 때문에 업계 전문가는 최근 뮤추얼펀드 업계의 움직임에 대해 커다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S&P 캐피탈 IQ의 토드 로젠블루스 뮤추얼펀드 리서치 디렉터는 “신생 기업 가운데는 본격적인 성장기로 접어들지 못하고 실패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뮤추얼펀드 업계가 출구전략을 미리 확보하지 못하고 있을 여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