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기자] 국내은행의 도쿄지점 불법·부당 대출 의혹 여파가 금융권을 강타하고 있다. 관련자들이 잇달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고가 발생하면서 관련 의혹은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은 모든 시중은행의 해외 지점에 대한 자체 점검 지시를 내렸다. 이상 징후가 발견될 시 즉시 자체 검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현재 검사하고 있는 KB국민은행,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도쿄지점의 불법 ·부당 대출 의혹에 더해 다른 은행의 모든 해외점포에 대한 자체 점검을 지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인력 문제로 모든 은행에 직접 검사를 할 수는 없다"면서도 "자체 검사를 시켰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검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경우, 현재 전 도쿄지점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잠정적으로 검사는 중단했지만, 곧 검사에 다시 나설 방침이다.
이는 국민은행 도쿄지점 직원의 자살 사건 이후 우리은행 전 도쿄지점장이 연이어 목숨을 끊으면서 불법·부당 대출 의혹이 단순 개인 비리를 넘어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금까지 파악된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도쿄지점의 각각 600억원, 100억원대의 불법·부당 대출 가운데 일부는 국내로 유입된 정황이 드러났다.
해당 은행의 도쿄지점 직원 가운데 일부가 자신의 한해 연봉보다 과도하게 많은 금액이 국내로 송금된 사실이 적발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임원은 "단순히 한해 연봉보다 과도하게 많은 금액이 국내로 송금됐다는 사실만으로는 비자금 조성 의혹을 단정하기 어렵다"며 "해외 지점에 근무한 기간 전체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은행 도쿄지점의 불법· 부당 대출 의혹이 커지면서 국내 금융당국이 일본 금융청과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의 도쿄지점에 대한 관련 의혹 검사에 공동으로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금감원은 "국민은행 동경지점 검사와 관련해 일본 금융청과 긴밀히 공조하고 있으나 여타 한국계은행 동경지점에 대한 공동검사, MOU 체결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실무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내은행의 도쿄지점에서 잇단 불법·부실 대출 의혹이 불거지는 데는 리베이트 문화가 남아있는 일본에서 국내 은행은 엄연히 1금융권이지만 실제로는 사실상 2금융권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에 나설 수밖에 없는 점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일본 현지 은행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재일교포 기업이나 동포 등이 국내은행의 해외 지점을 주로 이용하면서 이들로부터 받은 리베이트 자금이 흘러들어온다는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일본 은행은 리베이트를 처리할 정상적인 회계 계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국내는 그러지 못하다보니 그냥 개인이 착복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물리적으로 국내 본점과 떨어져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내부 통제, 이제껏 주로 '보은인사'로 이뤄졌던 해외 지점 근무 관행 등이 국내은행 도쿄지점의 불법·부당 대출 비리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