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답습 불안감…물가·임금 우려 여전
[뉴스핌=주명호 기자] 4월1일부터 일본 소비세가 기존 5%에서 8%로 17년만에 인상된다. 막대한 정부 부채를 줄일 수 있지만 소비 둔화로 경제가 다시 침체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인상은 양날의 검이나 다름 없다.
일본 정부는 소비세 인상 여파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대규모 경기부양책 등 사전 조치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기대보다 불안감이 더 큰 모습이다. 일본 경제를 잃어버린 10년으로부터 일으키고 있는 '아베노믹스'도 명운이 갈릴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 소비세 인상, 17년 전 이미 침체 경험…사재기 열풍에 한몫 1997년 소비세 인상 후 일본 GDP 및 개인소비 변화 추이. [자료 : WSJ]
1997년 4월 일본 정부는 소비세를 기존 3%에서 5%로 전격 인상했다. 결과는 디플레이션 가속화와 18개월 이상 이어진 장기 침체로 나타났다. 당시 내각을 이끌었던 자민당 하시모토 류타로 총리는 경기침체에 대한 비난을 한 몸에 받았으며, 이듬해 열린 참의원 선거에서 대패해 총리직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이번 인상도 과거의 실패를 답습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일본 곳곳에서는 사재기 열풍이 벌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도쿄에서 사무직에 종사하는 노다 히데오씨는 최근 자녀 스마트폰, 진공 청소기, 의류 및 식품 구매에 많은 돈을 사용했다. 소비세 인상으로 물건 가격이 오르기 전에 사두기 위해서다. 노다씨는 4월부터 소비를 크게 줄일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이런 상황은 비단 노다씨 가족만의 얘기가 아니다.
소비세 인상에 금 수요 또한 최근 급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보석회사 다나카 기킨조쿠 주얼리의 3월 금괴(500g) 판매량은 작년보다 4배 가까이 늘어났다. 금 도매기업 이시후쿠 금속흥업의 금 판매량도 전월보다 60% 가량 증가했다.
일본 정부는 소비 둔화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일본 국민들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교도통신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3분의 2가 소비세 인상 이후 소비지출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 물가, 오르고 있지만 '걱정'…임금 인상폭도 낮아
일본 정부는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을 통해 2015년까지 물가상승률을 2%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계획이 기한 내에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소비세 인상 이후 일본 물가상승에 대한 전문가들의 예상과 일본 정부 목표치. [자료 : WSJ] |
일본 소비자물가는 지난 2월까지 9개월째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작년 12월 이후 물가상승률이 1.3%에 고정돼 불안감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비세 인상 여파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물가상승률은 다시 1.0% 이하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기업들이 올해 춘계투쟁(투쟁)을 앞두고 임금 인상 계획을 발표했지만 소비세 인상으로 인한 지출 둔화를 만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도요타, 닛산, 파나소닉 등 자동차·전자 제조기업들은 월 기본급 상승분을 2000엔에서 최대 3500엔까지 올리겠다고 밝혔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에 대해 아베 총리가 요구했던 연봉의 2%선에는 전혀 미치지 못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도요타가 인상하기로 한 월 2700엔은 연간으로 계산할 경우 3만2400엔이다. 이는 도요타 직원 연봉의 0.8% 수준에 불과하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