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자유화·기업 구조조정 마무리시 반등
태양광 업체 상하이차오르(上海超日)가 지난 3월 7일 중국 채권 사상 처음으로 디폴트(부도)를 냈다. 이어 싱룬즈예(興潤置業)라는 부동산 회사도 디폴트를 선언했다. 회사채시장 불안은 신용경색 우려를 낳고, 금융시장에 위기감을 던지고 있다. 당장 위기가 없다고 해도 신탁만기가 집중된 2분기와 3분기에 가면 자금난이 올수도 있다. 앞서 위안화 환율도 2월18일 기점으로 돌연 상승세(위안화가치 하락)로 돌아섰다. 위안화 가치는 2005년 환율개혁 이후 9년만간 상승세를 유지해온 터여서 시장을 혼돈에 빠뜨리고 있다. 성장률도 뚝 떨어지면서 위기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8%를 넘어 10%대에 육박하던 GDP성장률은 목표성장률(7.5%) 달성이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4월 16일 발표예정인 1분기 GDP성장률이 7.3%좌우로 하락할 것이란 관측이다. 여기에 성장 지주산업인 부동산 거품 붕괴 우려가 나오고, 그림자 금융에 대한 불안감도 갈수록 불거지고 있다.
회사채 디폴트와 위안화가치 하락세, 중속 성장 등은 모두 오랜기간 중국경제와 시장에 익숙지 않은 현상들이었다. 중국경제에 시장예측을 거스르고 통념을 뒤흔드는 변화가 불어닥치면서 시장이 술렁거리고 있다. 주가는 1900~2000포인트대에 발이 묶여 있다. 부동산 버블과 위안화 붕괴 등 어두운 전망들이 마구 쏟아지고 있다. 그림자 금융이 차이나리스크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극단적 위기론까지 나왔다. 서방 일부 전문가들은 마치 중국 위기를 목도하고 있는듯한 진단을 내놓고 있다. 짙은 불확실성으로 중국 경제앞날 역시 뿌연 스모그에 가려진 형국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중국발 위기가 정말 현실화하는 게 아닌지 우려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이에 뉴스핌은 국내 최고의 중국경제 전문가 3인을 초청, 중국 경제의 정확한 맥을 짚는 긴급 좌담회를 가졌다. 전문가들의 예리한 분석과 깊이 있는 진단을 통해 차이나리스크의 오해와 진실을 풀어보고 ‘스모그에 갇힌’ 중국경제의 좌표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우리는 어떻게 대응하고 기회를 잡아야 할지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뉴스핌=강소영 기자]
-2007년 6000포인트를 돌파하며 호황을 누렸던 중국 증시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증시 무엇이 문제인가?
조용준 센터장: 중국 주가지수가 6000포인트에 달했을 때 중국 주식의 PER(주가수익비율)은 60배 수준이었다. 현재 주가는 1/3수준이고, PER은 8~9배 정도이다. 그러나 중국 상장기업의 이익은 과거보다 2배가 늘어난 상태다. 즉, 중국 주식이 충분히 싸졌다는 증거다. 중국은 여전히 고속성장을 이어가고 있고, 재무구조도 좋은 편이다. 경제 기반은 좋은데 주가가 상당히 저평가돼있다.
중국 증시의 최대 장애물은 '불확실성'이다. 불확실성 속에서 중국 증시가 길고 긴 어두운 터널을 지나게 됐고, 불확실성 자체가 투자 위험성으로 연결됐다. 그러나 중국이 시장 기능을 강화하는 경제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장이 모르고 궁금해했던 점들이 점차 표면화될 것이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걷히면 A 증시의 장기간 침체 터널에도 빛이 들것이다. 이 때 주가도 본격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본다.
안유화 연구위원: 국유 상업은행이 중국 A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8%가량 된다. 은행 같은 국유기업의 변화에 따라 중국 주가지수가 출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구조 속에서 증시가 경제의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국유기업 개혁이 성공하지 못하면 주가지수도 올라갈 수 없다.
-앞으로 주가 상승 기대할 만한가? 상승한다면 그 시점은 언제가 될 것인가?
전병서 소장: 중국 주가가 상승하려면 두 가지 '싸움'이 끝나야 한다. '부동산과 주식', ' 은행업과 제조업' 두 가지 싸움이 바로 그것이다. 우선 부동산과 주식의 싸움을 끝내기 위해선, 돈이 제대로 흘러야 한다. 이를 위해선 금리가 떨어져야 한다. 중국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예금)금리 자유화가 금리 하락을 유도할 것이다.
현재 15%에 달하는 실질금리가 5% 이하로 내려가면 주가지수 6000포인트는 쉽게 회복할 수 있다. 일각에서 M2(총통화)량이 100%에 달한다지만, 실제 자금 유통속도는 50%에 불과하다. 돈의 흐름이 빨라지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이 단행돼야 한다. 부실기업을 도태시키고, 제조업은 제고를 정리하면 돈은 자연스럽게 돌게 되어있다.
또 한 가지, 부동산 시장의 돈을 주식시장으로 유인하려면 기대수익률을 높여야 한다. 주당순이익(EPS)을 높이려면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 수 백 개로 난립한 과잉업종 기업을 몇 개의 우량기업으로 줄이면 규모의 경제는 실현된다. 이 역시 중국의 기업 구조조정과 맥이 닿아있다.
종합해서 정리하면 중국의 금융개혁인 금리 자유화와 경제 구조전환을 위한 기업 구조조정이 끝나면 중국 주가도 상승할 것이다.
조용준 센터장: 구조적인 위험에 노출된 산업들이 CSI300 지수(300종목 지수) 구성의 70~80%를 차지하고 있다. 구조조정 대상인 은행업과 제조업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당장 주가지수가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중국의 경제 개혁 과정이 진전돼가면서 지수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올해 2~3분기가 가장 위험성이 크다고 본다. 신탁과 회사채 만기가 이 시기에 집중되어 있고, 경제 지표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뒤집어서 생각하면 주가가 가장 낮은 2~3분기가 주식투자의 가장 적기일 수 있다. 이 시기가 지나면 주가가 상승할 것이기 때문이다.
-A주와 H주 가운데 유망주를 꼽는다면?
안유화 연구위원: 최근 중국 증시에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국유기업이 배당률을 높이기로 한 것이다. 국유기업의 시가총액이 중국 증시의 60%를 차지하는 만큼 국유기업의 호재는 중국 증시 전체의 호재라고 볼 수 있다. 국유기업은 중국 공산당 당위원회(당위 서기)가 장악하고 있는 곳이다. 즉, 중국의 증시는 정부가 장악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중국 증시는 시장원리가 아닌 정부 정책에 의해 좌우되는 '정책 시장'이다. 이 때문에 개별 종목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방위산업·해양산업 및 교육문화 콘텐츠 산업 등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혁과 관련된 종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병서 소장: 단기와 장기로 구분해서 볼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19개 구조조정 대상 업종에 관련된 종목을 피해야 한다. 중국 증시에서 절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은행 종목이 대표적이다. 중국 금융개혁의 핵심은 상업은행을 투자은행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중국은 은행업의 이익을 낮출 것이다. 반면 투자은행을 육성하는 과정에서 증권업은 혜택을 받을 것이다. 금융 분야에서는 증권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서 안 연구위원님의 말씀처럼 중국 증시가 정부 정책에 좌우되는 '정책 시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증시 투자의 해답은 명료하다. 중국 정부가 경제구조 전환을 위해 지원방침을 밝힌 환경·IT서비스·해양 산업 등과 관련된 종목은 전망이 밝다. 여기서 확실히 해야 할 개념이 있다. 리커창 총리가 강조한 것은 IT '서비스' 산업이다. IT기술을 접목한 가전제품 등 IT제조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알리바바·타오바오같이 '굴뚝(공해)'이 없고, 교통 혼잡도 일으키지 않으면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IT서비스 산업이 바로 그것이다.
방위산업 관련 종목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영토의 정의에 '푸른 국토'라는 개념을 추가했다. 푸른 국토란 영토분쟁 지역인 남중국해를 가리킨다. 남중국해는 해저 천연자원의 보고이며, 세계 물동량의 30%가 거쳐 가는 세계 두 번째 무역항로다. 중국은 이곳을 자기 영토에 편입하기 위해 실제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방위산업 발전이 최우선 되야한다. 중국 정부는 방산업계의 효율성 제고와 발전을 위해 민영화를 택했다. 방산업계의 전망이 기대된다.
해저 자원 개발을 위해서는 해양설비 발전이 급선무다. LNG선·이중선체 선박 등 조선분야에서 한국이 중국을 앞서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물동량 증가가 정체되어있는 상황에서 전통 조선시장의 앞날은 어둡다. 앞으로의 시장은 시추선 등 해양 설비 산업으로 갈 것이다. 중국은 해양 설비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을 추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방위산업과 해양산업 분야는 서방 등 세계 시장이 간과하고 있는 중국의 엄청난 '블루칩'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구조조정 대상 업종의 종목이 '황금알을 낳는 알'이 될 수 있다. 중국의 기업 구조조정이 끝나면 외국자본은 IT·소비주가 아닌 초대형주를 사야 한다. 현재 초대형주가 매력적이지 않은 것은 배당이 없고, 수익을 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중국의 국유기업이 배당을 30%까지 확대하기로 했고, 강도 높은 산업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중공업과 조선업도 초기에는 수익을 내는 산업이 아니었지만, 구조조정에 성공하면서 전체 주가지수를 견인하는 핵심이 됐다.
같은 논리로 중국 증시에서 절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국유기업이 구조조정을 완성하면, 이들 기업이 중국 증시에 미칠 영향은 엄청나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외국자본이 국유기업에 집중 투자하기 시작하면 주가는 빠르게 치솟게 돼 있다. 최근 중국이 QFII(적격 외국인 기관투자자)와 RQFII(위안화 적격 외국인 기관투자자)를 확대하는 것도 이 같은 복안에서 추진되고 있다.
조용준 센터장: 중국 증시가 분야별로 큰 차이를 보이게 될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도 구조조정 과정에서 은행·건설주와 한전 등 기간산업 종목의 주가가 장기적으로 좋지 않았다. 반면 중국 정부가 부양하고 있는 소비재·첨단 산업 및 내수시장 관련 종목은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