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강소연 기자] 테이블 위에 놓인 스무디를 빨대로 쭈욱~ 빨아 먹다 이내 눈이 마주치니 ‘헤헤’하고 귀여운 반달 눈웃음을 짓는다. 프레임 밖으로 나온 김유정(15)은 영락없는 또래 여중생이었다.
다만 이마저도 잠시뿐이었다. 그는 플래시가 터지자 차분한 얼굴로 카메라를 받아내고 의연한 자세로 인터뷰에 임했다. 마치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타임워프 능력으로 시간을 뛰어넘은 것마냥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로 금세 돌아갔다.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김유정은 열여섯 소녀이기 이전에 영화와 연기 이야기에 무섭게 집중하는 프로였다.
아역 배우 김유정이 영화 ‘우아한 거짓말’로 새로운 변신을 꾀했다. 영화는 14세 소녀 천지(김향기)의 죽음에 직면한 엄마 현숙(김희애), 언니 만지(고아성)가 천지의 친구 화연(김유정)과 주변 사람들을 통해 숨겨진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김유정은 늘 밝지만, 그 이면에 또 다른 속내를 안고 있는 화연을 통해 당차고 차가운 매력을 선보였다.
“착한 역만 하다 보니 좀 색다른 역을 하고 싶었어요. 새로운 걸 한다는 게 즐거웠죠. 뭔가 알아가는 게 재밌고 저를 보는 관객이나 시청자도 같은 느낌을 받을 거라 생각했어요. 물론 불안했지만, 배우로서 더 많은 걸 해보고 싶었죠. 그리고 지금 새롭게 도전한 만큼 또 다른 새로운 게 올 거라 믿어요.”
김유정의 말대로 그는 그간 드라마 ‘해를 품은 달’(2012), ‘메이퀸’(2012), ‘황금무지개’(2013), 영화 ‘동창생’(2013) 등을 통해 대중에게 여리고 순한 이미지로 각인됐다. 그래서 행여 학교나 촬영장에서 상처받는 일이 많지 않을까 걱정했더니 되레 직설적인 성격 탓에 그런 일은 없다고 말했다.
“제가 좀 솔직해요. 좋고 싫음도 분명하죠. 오히려 솔직한 성격 탓에 오해를 사는 경우는 종종 있죠. 사실 전 눈물도 별로 없거든요. 예전엔 욱해서 우는 일이 많았는데 지금은 제 감정을 조절할 수 있게 됐죠. 간혹 가슴이 답답하면 친구들하고 놀거나 힘든 걸 털어놔요. 때론 세 살 터울 언니에게 응원도 받고요. 물론 누군가에게 말한다고 해서 고민이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뭔가 덜어낸 기분은 들어요.”
평소 상처를 잘 받지 않는다는 김유정은 네티즌들의 악플(악성댓글)에도 덤덤하다며 웃었다. 너무나 태연한 그에게 마땅히 건넬 위로의 말이 생각나지 않아 망설였더니 “악플도 감사하다”는 성숙한 말로 말문을 막아버렸다.
“사실 악플보다 좋은 말은 없는 듯해요. 저를 더 발전하게 하고 노력하게 하죠. 그것도 하나의 관심이라 생각해요. 다만, 가족이나 지인을 향한 말은 속상하죠. 제가 힘든 건 그런 악플이 아닌 사람의 관계에요. 그러려고 한 게 아닌데 그렇게 돼버리는 게 힘들죠. 마치 영화 속 화연과 천지처럼요. 그래도 지금은 엄마가 있으니 망정이지 나중에 저 혼자 감당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무서워요. 하지만 잘 견뎌내야겠죠?(웃음)”
최근 다양한 역할로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는 김유정이 도전하고픈 장르는 시트콤. 함께 작업하고 싶은 배우는 대선배 성동일이다. 이참에 성동일과 부녀지간으로 시트콤 한 번 찍어보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그는 제안이 꽤 마음에 들었는지 까르르 웃었다.
“저 능청스러운 연기 되게 잘할 수 있거든요(웃음). 발랄하고 웃긴 거요. 어쩐지 저 자신도 더 밝아질 수 있을 듯해요. 억지로라도 웃으면 행복이 온다잖아요. 물론 그래도 특별히 가리는 역할 없이 다양한 연기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죠. 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유정은 차기작을 정하기 전까지 당분간 학교에 충실할 예정이다. 수업 듣는 것도 친구들하고 노는 것도 너무 좋다는 그는 “빨리 학교에 가고 싶다”며 애교 섞인 투정을 늘어놓았다. 어서 고등학생이 돼서 교복을 바꿔 입고 싶다는 열여섯 김유정의 눈이 반짝였다.
“올해가 중학교 마지막이니까 추억을 많이 쌓고 싶어요. 놀이공원도 가고 평범한 거리를 다녀보고 싶고 맛집도 찾아다니고 싶죠. 배우로서는 지금보다 더 나은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죠. 그래서 단순한 아역 스타, 연예인이 아닌 ‘진짜 배우’란 말을 듣고 싶어요. ‘아~ 배우다’ 이렇게 딱 떠오르는 사람요(웃음).”
“꿈이요? 배우 말고도 엄청 많아요.” “물론 둘 다 잘하는 게 쉽진 않죠. 그래도 그냥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하려고요. 저는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지는 않아요. 엄마도 그러시고 그냥 기본만 하면 된다는 주의죠. 대신 책도 많이 읽고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해요. 제가 알아야 하는 기본 상식은 꼭 배우고 그걸 잘 다지면 된다는 생각이죠. 사실 지금도 커서 하고 싶은 게 많아요. 건축 공부해서 부모님 집도 직접 지어드리고 싶고,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사진 전공도 해보고 싶죠. 요리사, 디자이너도 해보고 싶고요. 평소에도 시나리오 쓰기, 요리, 운동을 좋아해요. 요리는 레시피와 재료만 있다면 다 할 수 있어요. 운동은 공 가지고 하는 거나 수영, 스킨스쿠버 좋아하고요. 야구, 축구, 농구 경기를 보는 것도 정말 좋아요. 운동은 하는 것도 보는 것도 다 재밌어요(웃음).” |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강소연 기자 (kang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