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강소연 기자] “40대에 접어든 여배우로서 고민도, 두려움도 많았어요. 당당하게 멋지게 깊은 연기 보여드릴게요.”
배우 엄정화(45)가 지난해 제50회 대종상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후 했던 말이다. 네 번의 도전 끝에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그는 무대에 올라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대한민국 대표 40대 여배우는 그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당당하게 한 해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2014년, 엄정화가 자신과 꼭 닮은 영화 ‘관능의 법칙’을 들고 대중 앞에 섰다. 영화는 꽃보다 화려하게 만개하는 절정의 40대 세 친구의 이야기를 리얼하게 그렸다. 스크린 속 그는 뜨거운 눈물로 각오를 다지던 그때처럼 멋지고 당당하다.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각각의 에피소드가 너무 웃겨서 낄낄거렸어요. 내 이야기 같았죠. 혹 내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들으면서 같이 공감할 수 있어서 좋았고요. 게다가 여자들 이야기라서 더 호감이 갔죠. 영화 ‘싱글즈’(2003) 이후에 다시 재회한 권칠인 감독님과의 작업도 반가웠고요.”
극중 엄정화는 어린 남자와 만나는 골드미스 신혜를 연기했다. 케이블TV 예능국 PD인 그는 연하남(이재윤)의 애정공세에 오랜만에 가슴이 뛰기 시작하는 인물이다. 뜨거움을 즐기는 여자답게 영화에는 이재윤과 엄정화의 화끈한 베드신이 여러 번 등장한다. 그리고 매 순간 (지극히 주관적일지라도) 엄정화의 섹시한 몸매는 입을 쩍 벌어지게 한다. 여전히 섹시하더라는 칭찬에 “진짜냐?”고 되묻던 그는 이내 싱긋 웃었다.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물론 평소에도 운동은 좋아하지만 베드신 촬영할 때는 다이어트를 더 많이 했어요. 그래서 좀 까칠해졌죠(웃음). 사실 나이가 들수록 운동도 더 열심히 하게 돼요. 물론 운동을 많이 해서 근육 회복은 빠르지만, 예전보다는 좀 더 해야 할 거 같은 기분이랄까?(웃음) 제가 또 헬스부터 스트레칭까지 웬만한 운동은 다 즐기거든요. 운동하면 엔도르핀이 나와서 정말 좋아요.”
그냥 딱 봐도 신혜와 엄정화는 꽤 닮은 점이 많다. 사랑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물론 신혜처럼 사랑에 서툴진 않지만, 사랑보다 일이 우선인 것만은 확실하다. “아직은 일이 더 좋다”는 뻔한 대답을 예상하면서도 속는 셈 치고 결혼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을 얹었다.
“이제는 결혼에 대해 호의적이고 또 하고 싶어요. 다만 안 돼도 별수 없다는 마음이 함께 있죠. 항상 사랑을 꿈꾸고 늘 연애도 해왔어요. 근데 결혼까지 가게 되진 않더라고요. 무엇보다 그땐 결혼하면 일을 포기해야 될 거란 생각이 컸죠. 그러기엔 열심히 해왔던 것들이 너무 아깝더라고요. 이걸 다 뒤집을 정도의 용기나 확신도 없었죠. 물론 지금 사랑이 찾아온다면 일과 사랑의 비중을 잘 할애하면서 열정적이고 재밌게 살 수 있을듯해요. 어느 것 하나에도 흔들리지 않고요.”
이제 사랑과 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준비가 돼 있다는 엄정화의 표정은 꽤나 비장(?)했다. 그런 그에게 이왕 연애할 거면 신혜처럼 연하가 더 좋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의외로 “꼭 그렇지는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연애 혹은 결혼에 있어 나이보다는 다른 게 더 중요한 모양이었다.
“영화 속 이경영, 조민수 선배처럼 비슷한 나잇대를 만나서 서로 기대가는 것도 좋죠. 하지만 딱 하나, 무조건 운명적이어야 해요. 뭔가 거부할 수 없는 느낌이랄까? 대충 이 사람이면 괜찮지 하는 건 싫어요. 저 시집 못 가겠죠?(웃음) 무조건 좋은 사람, 볼수록 좋고 계속 봐도 좋은 사람이어야 평생 같이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한 시간가량의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어쩐지 엄정화에게 홀린 기분이 들었다. 물론 거기에는 20대 못지않은 미모와 언제봐도 부러운 몸매가 한몫했다. 하지만 그가 유난히 빛나 보이는 건 특유의 당당함과 시간이 가져다주는 여유임을 알고 있다.
“제가 어렸을 때 사십 대와 지금의 사십 대는 많이 달라졌어요. 예전엔 끝날 무렵의 나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나이죠. 그러기에 다시 자기를 다잡아야 하는 나이고요. 그래야 관능도, 사랑도 지치지 않고 가지고 갈 수 있죠. 사실 어떻게 보면 놓을 수도 있고 잡을 수도 있는 나이잖아요. 하지만 놓지 말고 다시 앞으로 가자는 거죠. 영화 속 대사처럼 우리는 불타오를 거니까요(웃음).”
“제가 화려한 싱글들의 워너비라고요?” |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강소연 기자 (kang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