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이건희(73)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부친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유산분쟁을 벌이고 있는 이맹희씨(84·전 제일비료 회장)가 이 회장과의 직접 만남을 제안했다.
맹희씨는 이 회장과의 만남이 성사될 수 있다면 해외생활을 끝내고 귀국할 의사도 있다고 밝혔다.
맹희씨 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의 차동언 변호사는 14일 삼성에버랜드 등을 상대로 낸 주식인도 청구소송의 결심공판 직후 기자와 만나 맹희씨의 이같은 뜻을 전했다.
차 변호사는 "(맹희씨가) 언제든 어디서든 이 회장과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면 직접 만나 이야기하고 싶다고 한다"면서 "한국에 직접 들어와서라도 만나고 싶다고 전했다"라고 말했다. 많은 가족 앞에서 터놓고 이야기해 보자는 게 맹희씨의 제안이라는 설명이다.
차 변호사는 결심을 앞둔 지난 12일 맹희씨가 폐암치료를 받고 있는 일본 도쿄로 건너가 직접 대면하고 이런 뜻을 전해들었다고 밝혔다. 맹희씨와 이 회장의 만남은 이병철 창업주 사후에 단 한 번도 없다는 게 맹희씨의 설명이라고 한다.
차 변호사는 "(맹희씨가) 이번 소송으로 이 회장의 명예와 삼성의 위상에 도덕적 타격이 올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이번(12일)에도 '건희의 명예가 실추되면 안된다'고 걱정했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에버랜드에 대한 소취하를 밝힌 것도 이런 일환이라고 한다.
결심에서 공개한 A4용지 5장 분량의 최후진술도 맹희씨가 직접 작성했다는 게 차 변호사의 말이다. 맹희씨가 말하고 비서가 받아적었다는 것이다.
차 변호사는 "편지에 등장하는 소군은 소병해 비서실장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수정을 하려다가 맹희씨의 뜻이 왜곡될 수 있다고 판단해 그대로 법정에 제출했다"고 부연했다.
차 변호사는 그러면서 "그동안 맹희씨가 직접 이 회장의 비서를 통해서 만남을 여러차례 요청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며 "1심 판결이 나고나서 (맹희씨는) '건희가 찾아올 것'이라고 계속해서 말했었다"고 덧붙였다.
차 변호사는 이런 맹희씨의 뜻에 대한 진정성을 묻자 "이 소송이 개인적 상속 관련 소송임을 생각했을 때 경영위협 요소는 만들 수 없다는 생각에서 에버랜드에 대해 소취하한 것"이라며 "가족 정상화가 가장 중요한 메시지다. 형제 관계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화해제의까지 나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서울고법 민사14부(부장판사 윤준)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맹희씨 측 변호인단은 "에버랜드를 상대로 청구했던 삼성생명 차명주식과 이익배당금에 대한 청구를 취하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 회장이 선대회장 사후 무상증자로 취득한 삼성전자 차명주식에 대해서도 청구를 포기한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맹희씨가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노린다는 오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경영권을 노린다는 오해를 막기 위해 당초 청구 가능한 상속재산 전부에 대해 제기했던 소송을 일부 취하한다"고 부연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이 선대 타계이후 상속받은 삼성생명 차명주식 425만여주와 삼성전자 차명주식 33만여주, 이로 인한 배당금 513억원 등 총 9400억원에 대한 선고가 이루어지게 됐다.
이에 대해 이 회장 측 변호인단은 "에버랜드에 대한 소취하는 동의한다"면서 "다만 원고가 감정적인 말을 많이 했지만 근본적으로 부당한 점이 많다"고 최후 변론했다.
이 회장 측은 "유산은 선대 생전에 분재가 완료된 것이고 삼성그룹의 경영에 필요한 재산은 이 회장에게 물려주라는 유지에 따라 정리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명주식의 존재를 원고가 모른다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하며 "장,단기 재척기간이 모두 도과해 이번 소는 각하·기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항소심의 선고는 다음달 6일 오전 10시에 예정됐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