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발표.."사업 내용 나쁘지 않다"
-증권가, 4분기 기대치 줄줄이 낮춰 잡아
-현재보다 미래가 중요.."신사업 개척하라"
[뉴스핌=이강혁 김양섭 기자] "분기 영업이익이 8조원, 9조원이라는 것이 적다는 건가요? 이 숫자가 맞다고 해도 대단한 실적이죠. 실적이라는 건 그 내용이 중요한 겁니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연초부터 급락세를 보이는 것과 관련, 3일 전자의 한 계열사 임원은 이같이 말했다. 분기 영업이익 8조원대 정도면 농사를 잘 지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10조원이라는 숫자에 시장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게 이 임원의 생각이다.
사실 삼성전자 주변에서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직전 3분기보다 부진할 것이라는 점은 이미 예상했던 부분이다. 환율변동 등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이 커졌고 계열적 영향과 한풀 꺾인 프리미엄 스마트폰 성장세, 여기에 대대적인 투자에 따른 반도체, 디스플레이 부문의 이익하락은 당연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입장에서 보면 어려운 상황에서 선방을 해놓고도 시장의 기대치와 투자심리라는 복병을 만나 잔뜩 위축된 꼴이다.
이와 관련, 삼성의 한 내부 관계자는 "4분기 실적이 정확히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시장환경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사업 내용은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래에 대한 고민을 어떤 결과물로 내놓느냐가 중요하지 분기 영업익 10조원은 당장 중요한 포인트는 아니다"고 말했다.
어찌됐든 시장의 분석기관들은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치를 줄줄이 낮춰잡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7일 지난해 4분기 매출 및 영업이익에 대한 잠정치를 제시할 예정이다.
◆4분기 영업익 전망 9.7조..외국계는 8조원대 예상
시장에서는 4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밑돌 것으로 확실시 하고 있는 분위기다. 일부 부정적인 전망치를 내놓는 곳은 8조원대로 잡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초만 하더라도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한 3분기(10조1천600억원)의 기세를 4분기에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었다.
하지만 최근 증권가의 분위기는 달라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0일 기준 증권사 25곳이 추정한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 평균은 10조5천191억원이었다.
그러나 12월 중순 이후 증권사들은 전망치를 낮춰잡기 시작했다. 최근 한달간 삼성전자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발간한 15개 증권사들이 제시한 평균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61조원, 9조7000억원 수준이다.
증권사들이 전망치를 낮추는 추세를 감안하면 가이던스 발표에 앞서 컨센서가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실적 하향의 이유는 주로 원화 강세(원ㆍ달러 환율 하락)와 디스플레이 부문 연구ㆍ개발(R&D) 비용 증가, 특별보너스 비용 등이다.
일부 외국계는 8조원대 영업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BNP파리바증권은 전날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를 기존 대비 2조원 하향한 8조7800억원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2013년, 2014년 예상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를 각각 5.3%, 8.2% 하향조정했다. 목표주가는 23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내렸다.
피터 유 BNP파리바증권 연구원은 "2014년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분기 대비 14% 하락한 8조78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환율, 신경영 20주년 특별 보너스, 가격 압박 등의 영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증권사는 삼성전자의 부품 사업부는 스마트폰 출하량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수요가 시원치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아울러 4분기 스마트폰 사업부의 가격 경쟁도 심화된 것으로 봤다.
또 아몰레드(AMOLED) 사업부의 영업이익이나 시스템, 낸드 메모리 사업부도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감소한 것으로 예상했다.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정체될 거란 전망이다.
유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의 출하량이 2014년에 3%까지 하락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큰 사이즈의 아이폰 론칭과 TD-LTE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경쟁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계극복' 신사업 개척.."산업과 기술 융·복합화 눈 돌려라"
사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 이같은 증권가의 실적 전망치에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분기 영업이익이 8조원이냐, 10조원이냐 보다는 실적의 내용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내부적으로 올해와 내년, 그 이후에 대한 걱정은 분명하다. 스마트폰 이후에 어떤 아이템으로 승부를 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실제 내부에서는 '작년(2013년)에 실적이 너무 좋았다', '웨어러블 시장이 갑자기 크게 열리지는 않을 것 같다', '퀀텀 점프할 수 있는 아이템이 뭐가 있을지 모르겠다' 등 다소 어수선한 우려도 일부 나온다.
여기에 지난 2010년 발표한 그룹의 5대 신수종사업에서도 아직까지는 이렇다할 성과가 눈에 띄지 않는다.
삼성은 2020년까지 23조원을 투자해 태양전지, 발광다이오드(LED), 자동차용 전지, 바이오, 의료기기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미래 먹을거리를 찾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태양전지와 LED 등은 상황이 좋지 않다.
태양광 산업의 시황이 그동안 살아나지 못하면서 삼성 역시 이 분야에 뚜렷한 투자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고 LED도 최근 일본의 경우 사업을 사실상 접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건희 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다시 한 번 바꾸자"는 화두를 던졌다.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활동을 강화해 달라는 주문이다.
이 회장은 "5년 전, 10년 전의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하드웨어적인 프로세스와 문화는 과감하게 버리고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사고방식과 제도, 관행을 떨쳐 내자"면서 "산업의 흐름을 선도하는 사업구조의 혁신,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는 기술혁신, 글로벌 경영체제를 완성하는 시스템 혁신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신사업 개척'을 강조했다. 그는 "불황기일수록 기회는 많다. 남보다 높은 곳에서 더 멀리 보고 새로운 기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자"며 "핵심 사업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산업과 기술의 융합화·복합화에 눈을 돌려 신사업을 개척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같은 주문에 따라 삼성의 핵심역량 사업 강화와 새로운 먹을거리 찾기가 보다 공격적이고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김양섭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