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토종 분유기업 '반격', 기업 인수합병 가속화
특히 멍뉴(矇牛)·야스리(雅士利)와 성위안(聖元) 등 중국을 대표하는 현지 분유 기업들이 지난 2008년 일제히 멜라린 파동으로 품질신뢰 추락과 함께 시장 점유율이 곤두박질하는 곤경을 겪었다.
경쟁에서 밀리던 중국 로컬업체들은 최근 두 자녀 허용정책 도입을 전후로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 외국계가 선점하고 있는 영유아 조제분유 시장탈환을 위해 전열을 가다듬고 나섰다.
이들 중국 업체는 실추된 이미지와 품질 개선에 힘쓰고, M&A를 통한 대형화 재편에 주력하면서 외국계에 대해 맹공을 가하고 있다. 외국 분유 업계가 시장을 장악한 상태지만, 당국의 공정경쟁 환경조성 등 객관적 여건이 중국 업체의 분발을 돕고 있다.
두 자녀 정책의 효과인 둘째 출산이 외국 분유의 영향력이 큰 대도시보다는 중국산 분유의 수요가 높은 중도소시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되고, 중국 정부도 수입 분유와 외국 분유 업체에 갈수록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메이지 분유는 지난 10월 시장 경쟁 격화와 수입원료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중국 시장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업계는 중국 정부가 분유시장에서 외국계 분유의 독과점을 막기위해 외국계 회사를 중심으로 징계를 가하고 있다.
중국 발전개혁위원회는 올여름 메이지 분유 등 6개 분유 업체가 가격담합을 벌였다고 판정했다.
중국 분유 업계는 이 같은 분위기를 틈타 기업 간 인수합병, 대대적인 홍보활동,해외 원유 생산기지 구축 등 다양한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성위안'은 지난 11월 21일 또 다른 중국 분유업체인 '위잉보스(育嬰博士)'를 인수하고, 위잉보스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성위안은 이 밖에도 프랑스에 7억 위안을 투자해 연간 생산량 10만t 규모의 분유생산 공장을 설립했고, 내년부터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중국 국내의 원유 생산량 감소, 고급 원유 확보의 어려움 등 문제를 '국제화'를 통해 해결하고, 수입 원료를 선호하는 중국 소비자를 겨냥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멍뉴'는 2012년 12월 또 다른 중국 분유업체인 '야스리'를 인수해 중국 분유업계의 인수합병 물결을 일으켰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인수합병이 논의 중인 중국 분유업계가 다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식품회사인 캉스푸(康師傅)와 신시왕(新希望) 그룹도 분유시장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캉스푸는 일본 4대 분유기업인 와코도와 함께 분유판매에 나서기로 했고, 분유시장을 떠났던 신시왕도 뉴질랜드 신라이트밀크(Synlait Milk)와 함께 내년 1월 분유 판매를 개시한다. 신라이트밀크는 지난 2010년 지분의 51%를 중국 광밍(光明)유업에 넘겼다.
◇ 한국 분유 업계, 중국 시장 개척 '잰걸음'
한국 유가공협회와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1호점'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한국 유제품 판촉행사 |
지난 11월 11일 중국의 유명 전자상거래 업체 '이하오뎬(1號店·1호점)'은 '한국 유제품 페스티벌' 판촉행사를 통해 한국 유제품 판매 전문 코너를 선보였다. 이번 달 15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행사를 통해 남양유업·매일유업·롯데푸드·서울우유 및 삼양 등 한국 주요 유제품 업체가 참가했다.
'깐깐한 한국 엄마들이 믿고 추천하는, 아시아인의 체질의 적합한 분유'라는 한국 분유의 특징을 내세운 이번 판촉 행사는 중국의 '1호점'과 한국 유가공협회가 공동으로 추진했다.
황샤오창(黃曉强) 이하오뎬 부총재는 "한국 유제품은 GMP인증과 HACCP 시스템을 적용한 세계 일류의 제품으로, 안전성과 품질면에서 모두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유가공협회 김민형 차장은 "중국에서 한국 분유에 대한 평가가 갈수록 높아지고는 있지만, 전체 시장에서 한국 분유의 인지도는 여전히 낮다"며 "이번 행사는 한국 제품의 우수성과 브랜드를 중국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차장은 "협회차원에서 중국을 대상으로 공동 마케팅을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효과에 대한 최종 검토와 분석이 별도로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러한 행사가 한국 유제품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긍정적 효과를 내고 있다고 판단돼 앞으로도 한국 제품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유사한 행사를 준비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한국농수산품식품유통공사(aT)도 지난 10월 31일 중국의 조제분유 수입·유통 바이어 20여 업체를 초청, ′조제분유 바이어 상담회′를 개최했다.
롯데푸드·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은 업체별 차별화된 전략으로 중국 조제분유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한국 분유업체는 한국 제품의 우수한 품질을 기반으로 중국 고급 프리미엄 분유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롯데푸드는 올해 3월 중국 항저우(杭州) 소재 저장농자그룹과 파스퇴르 '그랑노블' 제품의 대 중국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롯데푸드는 2014년까지 400억 원, 2017년까지 1000억 원의 수출을 달성할 계획이다.
또한 파스퇴르 분유의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에 이미 진출한 롯데마트,롯데백화점을 통해 중국 소비자에게 익숙한 '롯데(LOTTE)' 브랜드를 활용할 예정이다.
남양유업은 2000년대 초부터 이어진 중국 시장의 지속적인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중국내 안전망 유통망 확보의 어려움, 유사 모방제품 유통에 대한 우려로 본격적인 수출을 미뤄왔다. 그러나 중국 분유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함께 최근 몇 년 공격적인 중국시장 개척에 나섰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0년 대만의 유통에이전시인 화풍무역과 250만 캔 분량의 분유 수출 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2012년 12월 중국에서 전국적인 유통망을 확보한 항주한양무역공사와 수출 MOU를 체결함으로서 중화권 분유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현지에 영업사원을 파견하고, 인구 100만 명 이상, 1인당 GDP 3000 달러 이상의 도시 34곳을 핵심 시장으로 삼아 2013년까지 판로 개척을 완료할 계획이다. 중국 내 지사 설립도 검토 중이다.
매일유업은 제품의 안전성과 기능을 중국 '엄마'들이 몸소 체험해 '입소문'을 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중국 분유 소비자의 최대 관심이 안전과 고급 품질이라는 점에 착안, 한국 제품의 위생과 안전성을 집중 홍보할 예정이다. 올해 8월 뉴질랜드 폰테라 유청 단백질 박테리아 오염 사건 등, 일부 해외 유제품도 안전문제가 지적되면서, 중국 내에서 외국 분유 제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생겨나고 있지만, 한국 제품의 안전성은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또한, 아시아인의 모유에 가깝게 설계돼 소화흡수율이 높다는 특징도 중국 '엄마'들이 다른 외국 제품이 아닌 한국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중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판단, 기능의 차별화를 통한 시장 진입에 주력할 계획이다.
한편, 한국 분유 업계는 낮은 브랜드 인지도, 한국과 달리 느리고 복잡한 유통구조, 외국 기업에 갈수록 엄격해지는 중국 감독당국 그리고 외국 기업 간의 치열한 경쟁 등을 중국 시장의 원활한 진출과 시장 점유율 확대의 어려움으로 꼽았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