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선진국부터 신흥국까지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 2000년대 중반과 같은 버블이 이미 자리잡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집값 거품이 ‘슬로우 모션’ 형태로 외형을 부풀리고 있으며, 규모가 커질수록 결말이 더욱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가 미국 집값에 대해 버블이 아니라고 진단한 것과 상반되는 의견이어서 주목된다.
(출처:신화/뉴시스) |
3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및 부동산 버블 붕괴를 예측했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학교 교수가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버블을 강하게 경고했다.
주택 가격의 상승 속도는 물론이고 소득 대비 집값 수준과 전체 가계 부채에서 차지하는 모기지 대출 비중 등 지표를 다각도로 조명할 때 버블 신호가 뚜렷하다는 주장이다.
최근 1~2년 사이 집값이 가파르게 오른 미국과 영국 뿐 아니라 스위스와 스웨덴, 노르웨이, 프랑스, 독일,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등 주요국의 부동산 시장이 일제히 적신호를 내고 있다는 것이 루비니 교수의 주장이다.
중국과 홍콩, 싱가포르, 브라질 등 주요 신흥국 역시 예외가 아니라고 그는 강조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과열은 쉽사리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루비니 교수는 내다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포함한 선진국 중앙은행이 여전히 유동성을 풀어내고 있고, 버블에 대처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버블을 통제하기 위한 매크로 경제 측면의 규제가 부족하고, 무분별한 모기지 대출 역시 완전히 제동이 걸리지 않은 상황이라고 그는 말했다.
2000년대 중반의 상황과 다른 점은 버블이 외형을 확대하는 속도가 떨어진 것이라고 루비니 교수는 말했다. 말하자면 ‘슬로우 모션’ 형태로 버블이 형성되고 있다는 얘기다.
또 집값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같은 폭락을 당장 연출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그는 진단했다. 중앙은행의 유동성에 기대 오히려 상당 기간 버블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버블의 결말은 2000년대 중반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루비니 교수는 주장했다. 특히 버블 영역이 길어질수록 붕괴에 따른 고통이 더욱 클 것이라는 경고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