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지르 라작 CEO "한국 금융기업, 아세안 진출 적극 추천"
나지르 라작 CIMB 그룹 CEO |
[쿠알라룸푸르 = 뉴스핌 이에라 기자] "21세기는 아시아의 세기(Asian century)입니다. 아시아 금융기업들이 지금보다 더 성장해 글로벌 금융기관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서로간에 직접 협력할 수 있어야 합니다. CIMB는 한국과 동남아 시장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나지르 라작(Dato' Seri Mohd Nazir bin Tun Abdul Razak) CIMB(말레이시아 국제상업은행) 그룹 CEO는 지난달 2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CIMB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CIMB의 중요한 사업영역 가운데 한 가지가 동남 아시아와 한국을 연결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라작 CEO는 "CIMB는 한국 금융기관들이 동남아시아에 진출할 때 적절한 M&A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전문성을 갖춘 종합은행으로써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계 금융기관들이 아세안 지역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CIMB 그룹은 은행과 증권서비스를 한 곳에서 제공하는 유니버설 뱅킹 구조를 갖추고 있는 말레이시아 최대 투자은행(IB)이다. 지난해 말레이시아에서 주식 중개, 기업공개(IPO), 주식발행시장(ECM)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또한 아태평양(일본제외) 지역에서도 IPO 1위에 올랐고 ECM에서는 10위에 해당하는 성적을 거뒀다.
전세계 17개국에 진출한 CIMB 그룹은 1062개 지점과 4만명을 웃도는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아세안에 집중된 전세계 영업망을 통해 1300만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 중이다. 지난 9월말 자산 규모는 1137억 달러(120조5600억원)로 지난 2005년 6월 말 대비 26배나 증가했다. 지난 상반기에는 전년동기 대비 15.1% 늘어난 24억4000만 링깃(약 8200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CIMB는 2006년 공식적으로 그룹을 출범시킨 뒤 말레이시아의 서던뱅크, 인도네시아의 뱅크니아가, 리포뱅크, 태국의 뱅크타이 등을 잇달아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영국 RBS의 아태평양 IB 주식사업부를 인수, 아시아 최대 규모의 주식 인프라를 보유한 IB로 발돋움하게 된다. 특히 RBS 인수를 통해 커버하는 기업이 400여개에서 1100여개로 늘어났다.
올해 초 한국 시장에 첫발을 내딛었다. 지난 3월부터 서울에 지점을 열고 한국 및 외국 클라이언트를 대상으로 주식 증권 중계, 리서치, 기업 금융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라작 CEO는 "우리 뿐만 아니라 한국계 금융기관도 아세안 지역으로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아시아는 아직도 딜(Deal) 등을 하기 위해 골드만삭스, JP모간 등 서양을 먼저 찾는다"며 "이 점이 아시아 국가의 가장 큰 문제로 결국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시아 금융기업이 성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CIMB 그룹 전경 |
라작 CEO는 "아세안에서의 영속적인 기업활동을 위해서는 지역의 다양한 문화에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한국 기업이 말레이시이나 아세안에 진출할 경우, 말레이시아 인구의 60%가 무슬림이고 다른 문화와 인종이 존재하는 것도 우선시해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CIMB가 이슬람 금융과 일반금융을 동시에 제공하며 글로벌 수쿠크 마켓과 관련된 최대 IB라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현재 말레이시아 비즈니스 내 이슬람 금융이 15%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이슬람 금융이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입각한 금융 시스템으로 금융거래에서 이자를 받는 것이 금지된다. 기업 지분 등을 담보로 하는 투기 행위가 불가능하고 도박, 마약, 술 등을 다루는 기업에 투자할 수 없다. 수쿠크는 이슬람 채권으로 이자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대신 채권 소유로 발생하는 이득을 지분에 맞춰 부동산 등으로 지급하는 상품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09년 중동 외화 자금 유치를 위한 수쿠크를 발행하기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반대 여론에 밀려 좌초된 바 있다.
라작 CEO는 "한국에서 이슬람금융과 이슬람 종교 관계에 대한 우려가 발생했던 것을 알고 있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며 "실제로 많은 비이슬람인들이 이슬람 금융방식에 의한 모기지 금융을 이용하고 있는데 이는 조건이 더 좋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 이슬람 국제 금융센터(MIFC)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전세계 이슬람 채권 발행 잔액은 전년동기대비 11.7% 성장한 2494억달러(약264조원)로 말레이시아가 7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편, 라작 CEO는 일각에서 CIMB가 동양증권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얘기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