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현경 기자·사진=강소연 기자] 긴 생머리와 부러질 듯 가느다란 팔다리. 순정만화에서 막 튀어나온 듯 순수하고 가녀린 인상. 하지만 브라운관 속의 손은서(28)는 찬바람 쌩쌩 부는 차갑고 도도한 여자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JTBC 드라마 ‘그녀의 신화’에서 손은서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악녀 서현을 열연했다.
‘그녀의 신화’에서 손은서가 맡은 캐릭터 서현은 주인공 은정수(최정원)와 내내 대립한다. 서현은 미모와 능력을 갖췄지만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라난 데 대한 불만으로 가득하다. 친부모까지 모른 채 하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양부모 밑에서 8년 동안 자랄 만큼 지독하다. 과거를 버리고 새 삶을 시작한 서현은 은정수의 부모, 남자, 능력을 탐하며 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다.
서현을 보노라면 손은서가 거쳐 온 배역이 주로 독하고 악랄(?)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드라마 ‘내 딸 꽃님이’ ‘욕망의 불꽃’ ‘메이퀸’에 이어 ‘그녀의 신화’까지. 손은서는 시청자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으며 묵묵히 악녀의 길을 걸어왔다.
“예전엔 청순한 역할도 맡았는데, 어느새 부턴가 계속 악역을 연기했어요. 특히 ‘내 딸 꽃님이’에서는 정점을 찍었죠. 악역은 극에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상대를 시기하며 불안에 떠는 참 외로운 역할이라 느껴져요.”
어디까지나 연기이기에 내면의 고통도 뒤따랐다. 악독한 연기에 힘을 실을수록 괴리감도 느껴졌다. 악역 전문 배우라는 말까지 들었다는 손은서는 실제로는 싫은 소리 못하는 순둥이라며 웃었다.
“연기지만 처음엔 상처도 많이 받았어요. 캐릭터 특성상 분노와 긴장감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안고 있어야했기에 심적 부담도 컸죠. 저는 ‘최대한 남에게 피해주지 말자’고 생각하고 사는데 말이죠.(웃음) 악역을 맡다보니 본의 아니게 문제를 만들기도 하더라고요.”
JTBC ‘그녀의 신화’는 최종회 최고 시청률 3.3%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당연히 손은서의 악역이 한몫 단단히 했다. 악행을 저지르는 인물이지만 가난에서 벗어나 성공하고 싶은 열망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덕이다.
“‘그녀의 신화’ 4회에서 서현이 처음 등장해요. 서현의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주는 부분이라 기억에 남아요.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친엄마를 찾는 장면이었어요. 엄마를 그리워하지만, 성공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찬 서현은 ‘나 이제 다시는 엄마 안 찾아. 엄마 딸 은경희는 없어’라고 단호하게 말해요. 이 대사에 서현의 심정이 가장 많이 담겨 있다고 생각했기에 당시 굉장히 몰입했던 기억이 남아있어요.”
손은서가 드라마를 통해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패션이었다. 손은서는 20·30대 직장인들의 입맛에 맞춘 여성스럽고 이지적인 오피스 룩을 소화하며 드라마를 보는 내내 여성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더불어 CD로 가려질 것 같은 작은 얼굴과 169cm의 큰 키는 여성들의 부러움을 샀다.
“성격이 매우 강한 캐릭터였기에 의상은 차분한 스타일 위주로 선을 보였죠. 화려한 액세서리는 자제하고 부드러운 색을 강조했어요. 엄마에게 모진 말을 하는 장면에서는 흰색 원피스를 입고 등장했죠. 회의를 하는 중요한 장면에서는 커리어 우먼 스타일을 연출했고요. 평소에도 패션에 관심이 많아 스타일리스트 언니와 자주 상의하며 작품에서 입을 의상을 고르는 편이에요”
어느덧 데뷔 8년차. 손은서는 2006년 50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 자리를 꿰차며 영화 ‘여고괴담5’로 대중에 얼굴을 알렸다. 지금까지도 자신의 대표작으로 ‘여고괴담5’를 꼽는 손은서는 이후 지금껏 그래왔듯 작품마다 다양한 연기를 펼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데뷔할 때 ‘개성이 없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솔직히 제가 화려하게 예쁘거나 섹시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귀여운 편도 아니죠. 다만 전 그 점을 가능성으로 받아들였어요.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잖아요. 다양한 악녀 연기로 눈도장을 찍었으니 또 새로운 역할로 다가가고 싶어요. ‘커피프린스’의 윤은혜 씨가 맡았던 은찬 같은 중성적 인물도 좋겠죠. 운동도 즐겨하는 편이라 언젠간 화끈한 액션도 보여드릴 거예요.” [장소협찬=스마일 플라워]
"포스트 이영애 기대해주세요!" 닮고 싶은 여배우는 이영애과 김희애다. 롤모델을 말하는 순간 손은서의 눈빛은 진지하게 빛났다. 그들의 작품을 수도 없이 돌려보며 배우의 꿈을 키워온 손은서는 두 배우와 언젠가 꼭 한 작품에서 만나고 싶다. “유년시절 김희애, 이영애 선배님 연기를 보고 자랐어요. 두 분 다 ‘애’자로 끝나네요(웃음). 그냥 보고 있으면 ‘아우라’ 자체가 남달라요. ‘진짜 배우 같아’라는 감탄의 연발이죠. ‘배우’는 대중에 극중 인물을 자신이 경험한 것처럼 이해시키고 공감하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영화 ‘친절한 금자씨’ 속 금자를 이영애 선배님 말고는 생각할 수가 없는 것처럼 말이죠. 다른 사람으로 대체할 수 없는 희소성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 (89hklee@newspim.com)·사진 강소연 기자 (kang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