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연방준비제도(Fed) 내부에서 내달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시행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달러화가 제한적인 상승 흐름을 탔다.
연준이 이번주 회의에서 양적완화(QE)를 현행대로 유지한 데 따라 이머징마켓으로 유동성 유입이 재개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테이퍼링 가능성에 여전히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20일(현지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는 1.3522달럴 0.06% 소폭 내렸다. 장중 환율은 1.348~1.3549달러의 좁은 박스권 등락에 그쳤다.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상승세로 돌아섰다. 달러/엔은 0.11% 하락한 99.34엔에 거래됐다. 달러 인덱스는 0.11% 오른 80.42를 나타냈다.
유로/엔은 0.16% 하락한 134.35를 기록, 엔화가 유로화에 대해 상승했다.
이날 세인트 루이스 연은의 제임스 불러드 총재는 내달 회의에서 연준이 자산 매입 규모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 투자자들 사이에 경계감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는 연준 정책자들 사이에 양적완화(QE) 축소에 대한 의견이 좁혀진 데다 하반기 미국 경제가 회복을 지속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내달 테이퍼링이 단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준 내부에서 대표적인 매파로 꼽히는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 역시 이달 테이퍼링 연기에 따른 신뢰 타격을 우려하며 벤 버냉키 의장의 결정을 비판했다.
JP 모간의 새라 야테스 외환 전략가는 “테이퍼링은 종료된 문제가 아니라 여전히 가능성이 열린 사안”이라며 “달러화가 엔화와 스위스 프랑화 등 주요 통화에 대해 강세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시에떼 제네랄의 키트 주크스 글로벌 외환 전략가는 “불러드 총재가 투자자들에게 테이퍼링 문제를 다시 상기시켰다”며 “명확하게 뚜껑이 열리기 전까지는 외줄타기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말 독일 총선을 앞두고 일부 유럽 지역의 투자자들은 유로화 관련 포지션을 청산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교민주당 연정의 승리가 점쳐지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최근 유로화 상승세에 대한 차익을 실현하는 데 치중했다.
커먼웰스 포린 익스체인지의 오머 이사이너 외환 애널리스트는 “유럽 지역의 투자자들이 독일 총선을 앞두고 기존이 포지션을 청산했다”며 “유로/달러 롱포지션의 차익을 우선 실현하자는 움직임이 뚜렷했다”고 전했다.
이밖에 이머징마켓의 통화는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인도 루피화가 중앙은행의 예상밖 금리인상에도 달러화에 대해 0.8% 하락했고, 남아공 랜드화 역시 2.18% 큰 폭으로 떨어졌다.
멕시코 페소화와 브라질 헤알화가 각각 1.40%와 0.8% 하락했고,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도 달러화에 대해 1.8% 떨어졌다.
이머징마켓 통화의 약세는 불러드 총재의 내달 테이퍼링 언급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