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진영 기자] 국내 1세대 래퍼 조PD(37·조중훈)가 2년 만에 제작자에서 가수로 돌아왔다. 최근 '디스전'으로 뜨거워진 힙합계에 새롭게 화두를 던질 이야기를 들고 말이다. 16일 발매하는 새 앨범 '인 스타덤 V3.0'은 데뷔 앨범 '인 스타덤'과 2집 '인 스타덤 V2.0'의 연장선상에 위치한다. 조PD는 초심으로 돌아가 세 번째 음악적 전기를 펼치겠다는 포부를 새 앨범에 담았다.
조PD는 최근 용산구 이태원 게코스애비뉴에서 진행한 뉴스핌과 인터뷰에서 "오랜만에 마이크를 잡으니 행복하다"며 인사를 건넸다. 직접 수록된 6곡을 들려주는 조PD의 표정에서 여유로움과 자신감이 묻어났다. 시니컬한 가사는 여전했지만 최근 랩퍼들이 쓰는 적나라한 욕설이나 단어 하나하나를 재단한 듯 짜맞춘 라임은 들리지 않았다.
"새 앨범을 만들면서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하다는 걸 다시 한 번 알게 됐어요. 가사나 라임이요? 표현하는 범위가 넓어져 더 시니컬해진 거라고 봐요. 혹자는 욕설을 안 써서 순화됐다고도 하는데, 그렇다고 깊은 내용이 담기지 않는 것도 아니죠. 내용과 의미만으로 충분히 비판이나 비난할 수 있어요. 마치 웃으면서 까는 느낌이랄까요. 하하."
짧지 않은 기간 제작자로만 활동하던 조PD가 갑자기 가수로 돌아온 이유가 궁금했다. 사실 그는 제작자의 길을 걸으며 가수와 자아가 공존할 수 없다고 여겼고, 가수를 버리고 제작자의 길을 걸었던 것이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번엔 가수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계기와 상황들이 있었다.
"1, 2집 이후 13년간 할 얘기들이 많이 생겨났어요. 하루는 연습생들의 데모곡을 직접 녹음하게 됐죠. 그 친구들이 노래를 너무 알앤비스럽게 잘해서 안 어울렸어요. '차라리 내가 보여 줘야겠다'고 부스에 들어갔다가 작곡가 의도에 더 잘 맞아서 첫 수록곡 '이건 아니지 않았나 싶어'를 녹음했어요. 지금은 제작자로서 자아와 가수로서의 자아는 완벽히 분리됐다고 봐요. 그래서 가수로 돌아올 수 있었죠."
조PD의 신곡들은 말하듯이 불러 편안하면서도, 날카로운 의미가 머리에 꽂히는 가사가 돋보였다. 조PD는 스스로 모두가 대중화와 대세를 따를 때, 조금은 다른 길을 가고 싶어 하는 소위 '반골' 기질을 지녔다고 설명했다. 최근 힙합 대중화에 따라 '라임'에 치우친 가사와 '멜로디랩'이 주를 이루는 현상을 거부한 것도 특유의 기질이 한몫을 했다.
"멜로디랩을 지금은 별로 안 좋아해요. 사실 저도 예전에 후크에 인순이 씨가 피처링을 하기도 했잖아요. 지금은 너무 과잉됐고, 지겨워져서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해요. 라임도 마찬가지예요. 지금 힙합의 라임에 관한 생각은 버벌진트가 만든 것이라 생각하는데, '버벌은 라임이 최고다, 누구는 라임이 별로다'처럼 이분화하는 게 꼭 옳은가요? 이제껏 버벌진트 라임의 시대였다면 그 뒤에 누군가가 또 다른 양상의 라임을 보여줄 때가 됐어요."
힙합 1세대 선배로서 빼놓을 수 없는 '디스전' 이야기도 오고갔다. 디스전의 원조격이라는 말에 조PD는 "그저 방어전을 했을 뿐, 공격은 안했다"며 웃어 넘겼다. 최근에 힙합계에서 불처럼 번진 폭로와 비방이 담긴 랩 설전에도 그는 "거친 표현보다는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디스전'은 겉으로 이러쿵저러쿵 욕설을 하기보다 폭로를 해야 의미가 있죠. 두들겨 패기보다 더 독한 게 창피해서 아예 남들 앞에 못서게 만들어버리거든요. 개인적으로 이번에 이센스와 연관된 양측 입장을 다 들어봤어요. 제작자로서 서로 입장을 걸러 들을 수 있었고, 기본적으로 안타까운 일이예요. 이센스든 누구든 아직 젊은 친구들이고 인생은 기니까 다시 얘기하다보면 좋게 지낼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겠죠."
의외로 조PD는 가수로 돌아온 요즘 가장 재밌는 건 역시 '좋은 원석 찾기'라고 고백했다. 돈이나 야망을 떠나 좋은 원석을 찾아 잘 다듬으면 그만큼 뿌듯한 일이 없다는 그. 조PD는 스스로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가수와 제작자의 길 모두에 자신감을 표현했다.
"가수로서 제가 훌륭한 원석이 아닌 이유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라서 할 수 있는 부분도 분명 있어요. 이걸 잘할 수 있다면 가수로서는 베스트예요. 지금까지는 가수로서도, 제작자로서도 재미와 비례해 어느 정도 성과를 얻었다고 봐요. 좋은 원석을 찾아 최고의 가수로 만들고 싶은 욕심은 분명히 저를 비롯한 모든 제작자의 꿈입니다."
"지드래곤 디스? 전혀요. 오히려 GD 워너비를 저격했죠." 조PD는 최근 뮤지션 진보와 이태원에서 만나 즉흥 작업한 '메이드인 이태원'과 '썩은XXX3'의 메이킹 영상 선공개 직후 다양한 의미로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특히 힙합계에 만연한 '스웨깅'을 저격한 가사의 '썩은XXX3'은 "역시 조PD"라는 말과 함께 시원하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자신감과 과시로 가득 찬 랩가사를 선보이는 특정 뮤지션을 비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었다. "스웨깅 힙합을 욕했다고 하니까 다들 지드래곤을 언급해요. 하지만 전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그 친구는 이렇게 저격당할 수준이 아니라고 봐요. 충분히 자신이 쓰는 가사에 어울리는 삶을 살고 있죠. 오히려 GD 워너비를 저격했어요. (웃음)가수가 지하철 타면 창피한가요? 방 한 칸에 살면서 왜 외제차를 타야하죠? 연예인이나 가수라고 하면 보이는 것에 신경쓰고, 과시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얼마나 자기가 중심이 없으면 그럴까요? '자기 중심을 갖고 살라'고 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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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사진=스타덤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