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일요일 오후 시청자들의 시선을 단단히 붙잡아두는 허민은 일상 속에서는 복슬강아지를 닮은 순둥이 처자다. 화장기 없는 뽀얀 얼굴에 애교 가득한 눈웃음. 드레스를 벗어 던지고 짙은 화장을 지운 허민에게서 브라운관 속 ‘모니카’를 연상시키기란 쉽지 않았다. 실제로 허민은 “길거리를 돌아다녀도 사람들이 잘 못 알아본다”며 웃었다. 방송에서 비춰치는 모습과 실제 사이의 갭이 워낙 크다 보니 생기는 해프닝이란다.
“평소엔 그냥 티셔츠에 반바지만 입어요. 셔츠도 편안~한 박스티가 좋아요. 멜빵바지도 즐겨 입고요. 치마를 입더라도 타이트한 랩스커트가 아니라 펑퍼짐한 플레어스커트 종류를 즐겨요. 그래서 사람들이 더 못 알아 보는 것 같아요. 평소에 그런 쫙 달라붙는 옷을 입지 않으니까요.”
그런 탓에 허민은 아직도 간혹 친구들에게까지 ‘그거 너였어?’라는 연락을 받곤 한다. 친척들마저도 ‘요새 민이는 왜 TV 안 나오냐’고 물어온다고. 그런데도 허민은 서운한 기색 하나 없다. 오히려 허민은 “전 좋아요. 친척들도 제 변신을 느낀다는 거니까요!”라며 당찬 면모를 드러냈다. 허민의 당당함은 ‘댄수다’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됐다.
“제가 ‘개그우먼으로서’ 비춰지는 건 거의 처음이에요(웃음). 요새 들어 ‘허민 개그연기도 잘하네’라는 말을 들어요. 그런 게 정말 기쁘고 감사하죠.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지금은 ‘누군가의 여자친구’나 ‘여러 사람 중 한 명’이 아니라 ‘내 개그’를 하는 느낌이에요.”
사진=KBS 2TV `개그콘서트` 캡처 |
‘댄수다’에서 빠트릴 수 없는 웃음 포인트 중 하나는 허민과 김재욱이 펼치는 환상적 호흡이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술술 흘러나오는 두 사람의 능청백배 만담은 관객의 허를 찌르며 웃음보를 자극한다. 김재욱과 호흡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허민은 기다렸다는 듯 파트너 자랑(?)을 늘어놨다.
“김재욱 선배와는 호흡이 정말 잘 맞아요. 게다가 선배가 차지게 잘 맞는 몸(?)을 갖고 계시거든요. (매를)맞는 몸으로만 따지면 아마 최고가 아닐까요.”
허민은 자신이 김재욱의 가슴을 때리는 장면을 언급하며 재차 엄지를 치켜들었다. 언급된 장면은 김재욱의 의미심장한 대사에 허민이 부끄러운 척하며 과감히 손찌검을 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허민은 할 말이 많다.
“제가 선배 가슴팍을 때리는 건 사실 그렇게 많이 아프진 않거든요. 좀 오버스럽게 아픈 척하는 거죠. 근데 주위에서 자꾸 ‘아프게 때리지 말아라’고들 하세요. 재욱 선배 가족이나 여자친구 분도 그러시고, 심지어 저희 엄마도요. 그 장면이 되게 아픈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그렇게까지 아프진 않아요. 아…근데 무대 끝마치고 보면 선배 가슴에 제 손자국이 나있긴 해요.(웃음)”
김재욱과 허민은 지금은 폐지되고 없는 ‘호랭이 언니들’ ‘피곤한 가족’ 등에서 손발을 맞춘 바 있다. 두 사람은 처음엔 ‘삼촌과 조카’ 혹은 ‘아빠와 딸’의 콘셉트로 코너 기획을 시작했다. ‘댄수다’ 아이디어는 TV를 보다 커플댄스를 보고 우연히 생각해냈다.
이렇게 얻은 아이디어를 한층 발전시킨 것은 19금 대사다. ‘애완동물로 모기를 키우겠다. 모기는 밤새 잠 못 자게 하잖아’ ‘비닐하우스로 휴가를 가자. 비닐하우스는 속이 다 비치니까’ 등 야한 대사를 그대로 던지지 않고 둘러서 뱉는 것이 ‘댄수다’의 진짜 재미다. 이런 소재들은 주위의 남자 개그맨들로부터 많이 얻어낸다. 허민은 개그맨 유민상이 그런 개그를 많이 안다고 귀띔했다.
“사실 수위가 점점 세지는 걸 느껴요. 이러다 혹시 선을 넘을까 걱정되기도 하고. 그럴 땐 주위에 물어봐요. 길 가는 사람들 붙잡고 비방이냐고 물어보면 ‘그건 괜찮겠다’거나 ‘이건 너무 야하다, 비방이다’라고 조언해주거든요. 개콘 감독님도 마찬가지로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시고요.”
‘댄수다’를 통해 한층 예뻐진 미모를 보여주고 있는 허민은 꼬리표처럼 따라온 성형 의혹에 단호히 ‘NO’를 외쳤다.
“저는 예쁜 얼굴은 아니고요, 호감상 이랄까, 자연미인?(웃음) 예쁘고 잘생긴 개그맨들 보면 부러워요. 특히 사진을 막 찍혀도 예쁘게 나온다는 점 말이에요. 저도 좀 더 예뻐지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그래도 저만의 개성적인 얼굴로 가고 싶어요.”
박지선, 김영희, 정경미 등 쟁쟁한 선배들과 후배 신보라 등 동료 개그우먼을 하나씩 떠올리던 허민은 ‘외모가 전부가 아니다’라는 소신을 한번 더 강조했다. 그보다 중요한 건 ‘개그를 얼마나 맛깔나게 잘 살리는지’인 것 같다고 허민은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그러면서 허민은 몸개그에 대해 남몰래 품었던 욕심을 드러냈다. 예전부터 조혜련, 이경실의 개그를 좋아했다는 허민은 “조혜련 선배가 ‘골룸’ 같은 몸개그를 하는 걸 TV에서 보면서 배우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조혜련 선배를 보면서 ‘저렇게 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개그 바닥에 들어와 보니 제가 ‘조혜련 과’는 아니더라고요. 이경실 선배처럼 강한 이미지도 아니라는 걸 깨달았고요. 그래서 제 이미지를 살릴 수 있는 송은희 선배·박미선 선배 쪽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허민은 자신이 되고 싶었던 개그우먼의 길이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미지와 다르다는 사실을 담담히 인정했다. 이제는 박미선이 자신이 보고 걸어가야할 목표라면서, 허민은 “전 항상 ‘생각하면 이뤄진다’고 생각해요”라는 멋진 답안지를 내놨다.
“시골 촌뜨기였던 제가 연예인이 되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놓지 않고 있었더니 신기하게도 지금 이 자리까지 왔어요. 그 과정을 생각하면, 모든 것이 우연찮게 잘 맞춰졌죠. 참 신기해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뭐든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품고 있으면 무슨 일이든 잘 풀리지 않을까요?” [사진제공=코코엔터테인먼트]
‘나의 꽃피는 시절은 있다’는 생각으로 살아요. |
[뉴스핌 Newspim] 장윤원 기자 (yu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