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인도 루피화를 필두로 아시아는 물론이고 터키 리라화와 브라질 헤알화까지 지구촌 이머징마켓 통화가 일제히 급락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일부에서 차별화된 움직임을 보여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폴란드의 졸티화와 헝가리 포린트화를 중심으로 동유럽 통화가 그 주인공. 투자가들은 경제 펀더멘털을 앞세운 이머징마켓 차별화가 점차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업계에 따르면 유로존 부채위기로 인해 수년간 투자자들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났던 동유럽 신흥국 통화가 강한 저항력을 과시하고 있다.
투자가들은 아시아와 남미의 이머징마켓에서 발을 뺀 글로벌 유동성이 일정 부분 이들 통화에 유입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브라질 헤알화와 남아공 랜드화, 인도 루피화 등 주요 신흥국 통화가 연초 이후 15~18%에 이르는 급락을 연출한 데 반해 폴란드의 졸티화는 3% 떨어지는 데 그쳤다.
정치적인 불확실성으로 인해 가장 리스크가 높은 통화로 꼽혔던 헝가리의 포린트화 역시 연초 이후 2% 떨어지는 데 그쳤다.
베어링 애셋 매니지먼트의 타나시스 페트로니콜로스 이머징마켓 헤드는 “독일을 중심으로 유로존 경제가 회복 조짐을 나타낸 데 따른 결과”라며 “이와 함께 동유럽 국가의 내부적인 경제 펀더멘털 역시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가들은 동유럽 이머징마켓이 아시아나 남미에 비해 높은 투자 수익률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산 매입 축소에 따른 파장이 없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유로존의 경기 회복이 이어진다는 전제 하에 동유럽 통화의 상대적인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코메르츠방크의 러츠 카포위츠 외환 전략가 역시 “중앙 및 동유럽 지역 통화의 상대적인 강세가 내년 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로존의 성장 엔진인 독일의 주요 경제 지표가 강한 회복 조짐을 보이자 이들 통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동유럽 신흥국의 재정건전성 향상도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폴란드의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약 3년 사이 GDP의 5%에서 1.9%로 줄어들었고, 헝가리는 재정수자 흑자를 내고 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칼라인 도일 이머징마켓 전략가는 “동유럽 신흥국이 남아공이나 아시아에 비해 강한 기초체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헤지펀드 업체인 SLJ 매크로 파트너스의 스티븐 옌 대표는 “이머징마켓 내에서 차별화가 보다 뚜렷해질 것”이라며 “특히 지난 5월 이후 탈동조화가 보다 뚜렷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