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창균 기자] SK그룹이 모처럼 웃었다. 오너 리스크와 주력계열사의 실적부진이 겹치면서 분위기가 가라 앉았던 SK그룹이 SK하이닉스의 실적이 크게 뛰면서 위로를 받았다.
SK하이닉스는 25일 발표한 올 2분기 실적에서 매출액 3조 9326억원 영업이익 1조 1136억 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성과를 기록했다. 특히 SK하이닉스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긴 것은 지난 2010년 이후 3년만이다.
이처럼 영업이익이 급증한 것은 스마트폰 성장에 따른 모바일 D램 수요 증가와 PC D램 가격 상승 때문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가 실적개선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시점은 지난해 4분기 부터다. 당시 SK하이닉스는 4분기 실적에서 매출액 2조7180억원 영업이익 550억원 순이익 1640억원을 기록하며 실적개선의 분위기를 다졌다.
올해들어 실적개선의 폭은 더욱 확대됐다. 올 1분기 SK하이닉스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최대 규모의영업이익을 실현했다.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 실적에서 매출액 2조7810억원 영업이익 3170억원 순이익 1790억원의 경영실적을 내며 SK그룹 내 입지를 높였다.
전통적인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D램 수요증가 등으로 매출액이 전년동기대비 16.4%, 전분기대비 2%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미세공정 전환과 수율 개선을 바탕으로 D램과 낸드플래시 제품 모두 수익성이 개선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무엇보다도 의미가 큰 것은 지금까지 SK그룹의 성장축 역할을 하던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의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이뤄낸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SK텔레콤의 올 1분기 실적은 매출액 4조 1126억원 영업이익 4106억원 순이익 3459억원에 머물렀다. 이중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7.8% 급감했다. 올 2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충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녹록치 않은 통신시장의 상황을 고려할 때 앞으로 고전이 예상되고 있다.
SK그룹의 또 다른 핵심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도 우울하다.
SK이노베이션의 올 1분기 실적은 매출액 18조 1082억원 영업이익 697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4%, 5%감소했다.
올 2분기는 더 나빠질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국제유가가 떨어지면서 SK이노베이션 실적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다. 이 때문에 올 2분기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반토막이 날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SK하이닉스의 실적확대는 그룹의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결과론적으로 봤을 때 지금의 평가가 좋지만 사실 SK하이닉스의 인수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인수 당시에는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SK하이닉스를 굳이 SK그룹이 나선 배경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것도 수조원의 자금이 투입되는 리스크가 큰 상황에서 말이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자칫 그룹 전체에 리스크를 줄 수 있는 사안이었다.
그럼에도 SK하이닉스 인수가 가능했던 것은 최태원 회장의 추진력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해 3월 출범식에서 "SK하이닉스를 키우기 위해 어떤 역할이든 하겠다"며 과감한 투자를 진행해왔다.
지난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을 때 누구보다 기뻐했던 이도 최 회장이었다.
당시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은 1분기 기업설명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최 회장이 SK하이닉스 실적을 듣고 무척이나 기뻐하고 격려했다”며 “지난해 최 회장이 과감한 투자 결정을 한 효과가 올해부터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의 던진 승부수가 SK그룹의 체질개선에 이어 주력 성장엔진으로 자리잡고 있는 모양새다.
[뉴스핌 Newspim] 양창균 기자 (yang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