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동호 기자] 최초의 백악관 출입 여성 기자로 지난 50여년간 10명의 미국 대통령을 취재한 헬런 토마스(92세, 사진)씨가 세상을 떠났다.
백악관 내 전설의 여기자 혹은 '명물 기자'로 잘 알려진 토마스는 지난 20일 워싱턴DC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날 미 중견언론인 모임인 '그리다이언 클럽(Gridiron Club)'은 "토마스가 다음 달 4일 93번째 생일을 앞두고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토마스는 그리다이언 클럽의 첫 번째 여성 회원으로 가입해 회장을 맡은 바 있으며, 백악관 출입 기자단의 첫 여성 간사를 맡았다.
레바논 이민 2세였던 토마스는 1920년 8월 4일 켄터키주 윈체스터시에서 가난한 야채상의 딸로 태어나 주유소와 도서관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대학을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고등학생 시절 학보사 기자를 하며 언론인의 길을 선택한 토마스는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웨인주립대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했으며, 1943년 UPI통신에 입사해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기자 시절 토마스는 존 F 케네디를 시작으로 린든 존슨, 리처드 닉슨, 제럴드 포드, 지미 카터, 로널드 레이건,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빌 클린턴, 조시 W 부시 대통령을 비롯해 현재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10명의 미국 대통령을 취재했다.
항상 백악관 기자실 맨 앞자리에 앉아 공격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유명했던 토마스에 대해 한 백악관 대변인은 "그의 질문은 고문(torture)"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토마스는 과거 닉슨 대통령에게 "베트남 전쟁을 끝낼 비책이 무엇인가", 레이건 대통령에겐 "미국이 그라나다를 침략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가" 등 직설적인 질문을 던진 것으로 유명하다.
토마스는 지난 2000년까지 UPI의 백악관 출입기자로 근무했으며, UPI에서 57년간 재직한 이후 히스토리 채널과 휴스턴크로니클 등을 소유하고 있는 허스트 언론그룹의 칼럼니스트로 변신했다
토마스의 별세 소식을 접한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토마스는 여성 언론인의 벽을 허문 진정한 개척자"라고 칭송하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한편, 레바논계 이민 가정에서 자란 토마스는 미국이 레바논에서 이스라엘 전투작전을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한 데 이어 2010년에는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서 나가라. 폴란드나 독일 아니면 미주지역 어디로든 가면 될 것"이라고 발언한 뒤 며칠 뒤 이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허스트지에서 은퇴했다.
[뉴스핌 Newspim] 김동호 기자 (good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