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긴축 방안 갖고는 '역부족'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아시아와 유럽 이머징마켓의 중앙은행이 통화 가치 급락에 제동을 걸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통상 금리 인상과 긴축이 통화 가치 방어에 교과서적인 해법으로 통하지만 글로벌 자본 이동의 구조적인 추세를 돌려 놓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 5월 자산 매입 축소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이머징마켓에서 자금이 급속하게 이탈, 해당 국가의 통화 가치가 가파르게 내리꽂히고 있다.
이전까지 통화 가치 급등으로 골머리를 앓았던 이머징마켓의 상황이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 움직임에 크게 뒤집힌 셈이다.
터키의 리라화와 인도의 루피와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전반적인 자산시장의 자금 유출 뿐 아니라 이들 통화에 대한 직접적인 ‘팔자’가 강한 하락 압박을 가하는 상황이다.
해당 국가의 중앙은행은 적극적인 시장 개입으로 통화 가치 방어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터키 중앙은행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표명, 내주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인도 중앙은행이 금리를 2%포인트 대폭 인상, 10.25%로 결정한 것도 최근 루피화의 급락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인도네시아도 인플레이션이 골칫거리로 자리잡은 가운데 이달 초 금리를 인상, 루피아화의 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이머징마켓 중앙은행의 움직임은 일시적인 효과를 가져왔을 뿐 환율 방어에 성공을 거두지 못한 상황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표정이다. 이들 통화의 하락은 글로벌 자본 순환이라는 구조적인 추세에서 빚어진 것이며, 교과서적인 해법으로 이를 돌려놓을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씨티그룹의 시다르드 마투르 아시아 외환 전략가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시장 개입은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으며, 향후 전망도 흐리다”고 말했다.
그는 “이머징마켓에 밀물을 이뤘던 선진국 자금이 본국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며 “최근 이머징마켓의 통화 약세는 구조적인 추세”라고 강조했다.
UBS의 바누 바웨자 외환 애널리스트 역시 “물론 통화 매도 비용을 높일 때 ‘팔자’가 다소 주춤해 질 수 있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풀 수는 없다”며 “특히 인도의 경우 글로벌 자금 이동 이외에 인플레이션 상승과 성장 부진이 투자자들을 떠나게 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HSBC의 무라트 토프락 외환 전략가는 “최근 2개월 사이 이머징마켓 중앙은행이 동원한 카드로는 통화 가치 하락을 되돌리는 데 역부족”이라며 “가파르게 치솟는 미국 국채 수익률과 직접적으로 힘겨루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