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현경 기자] 출생의 순간은 가족의 탄생과 함께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인연을 넘어 운명적인 관계인 가족.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가족'이란 존재는 장르 불문, 시대 불문, 국적 불문하고 대중에게 익숙한 코드다.
영화 '콩가네'는 도발적인 접근으로 가족과 세태를 풍자한다. '콩가네'는 독립영화다. 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이야기와 제작자의 의도를 충분히 담는다. 할리우드 영화가 주는 화려한 볼거리는 기대할 수 없어도 관객과 소통에 힘을 싣는다. 표현 방식이 다소 난해하거나 잔인하지만 메시지만큼은 명쾌하게 전달된다.
2년 동안 감옥에서 형을 살고 나온 아버지 장백호(김병옥)는 평생의 꿈인 국숫집을 차리기 위해 모은 500만원이 없어지자 가족들을 용의자로 몰아 의심하기 시작한다. 모르쇠로 일관하던 아내와 세 남매. 이번 사건을 통해 그간 가족에게 숨겨왔던 비밀과 실체가 밝혀지게 된다. 과연 500만원을 훔친 범인은 누굴까?
영화는 사라진 500만원과 가족 간의 불신을 뼈대로 독특한 가족사를 풀어간다. 아버지 장백호가 출소하는 날에도 가족 중 어느 누구도 그를 마중 나가지 않는다. 게다가 집으로 돌아온 장백호는 아내 오정숙(윤다경)을 화장실에 가두고 자물쇠까지 걸어 놓는다. 밥을 먹을 때마저도 '식구'의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 화목하고 단란한 이상적인 가정이 아니라 아무리 애써도 뭉쳐지지 않는 콩가루 가족들의 비범한 스토리가 펼쳐진다.
'콩가네'의 이야기를 이끄는 축은 독특한 시나리오보다는 살아있는 캐릭터다. 다섯 가지 다른 색깔이 모인 가족의 조합은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장백호는 감옥을 집처럼 드나드는 책임감 없는 무능력한 가장이며 가족에게도 살갑지 못하다. 아내 오정숙은 별난 남편 뒷바라지하다 불륜을 저지른다. 삼남매도 만만치 않다.
맏딸 장숙희(심은진)는 낮에는 정숙한 아나운서지만 밤에는 립스틱 짙게 바르는 팜므파탈로 변신한다. 극과 극을 달리는 그의 연기에 특히 주목할 만하다. 양다리로도 부족해 요일별로 일곱 다리를 자랑하는 연애 재벌 둘째 딸 애란(서효명), 학교를 밥 먹듯 빠지는 막내아들 장영덕(김동범) 등 삼남매는 제대로 된 콩가루 집안의 구성으로 안성맞춤이다.
영화 '콩가네'는 이전 개봉했던 가족 코미디 '고령화 가족'만큼의 웃음을 유발하지 않는다. 극장에서 큰 웃음을 기대하고 가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가족의 탄생'을 넘어서는 긴장감을 갖고 있다. 그중 아빠가 가족들에게 무자비하게 행하는 폭력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상업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독립영화의 새로움을 맛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