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채권시장의 투자자들은 지난달 22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자산 매입 축소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이른바 출구전략을 기정사실화하는 움직임이다.
채권 펀드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자금이 썰물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이 당장 양적완화(QE)를 축소할 가능성이 낮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자금 유출 규모는 오히려 확대되는 양상이다.
19일(현지시간) 시장 데이터 조사 업체 EPFR에 따르면 지난 12일을 기준으로 한 주 동안 채권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144억5000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5일 기준 한 주간 125억달러의 자금이 이탈한 데 이어 유출 규모가 늘어난 셈이다. 지난달 22일 버냉키 의장의 발언이 전해진 시점을 기준으로 한 주간 채권 펀드에는 45억달러가 유입됐고, 5월 초 주간 유입 규모는 100억달러를 웃돌았던 점을 감안할 때 현격한 기류 변화다.
사정은 ETF 시장도 마찬가지다. 시장조사 업체 XTF에 따르면 같은 기간 채권 관련 ETF에서는 67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완만한 경제 성장률과 여전히 위기 이전의 두 배에 이르는 실업률 등 경기 하강 리스크가 없지 않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공통된 의견이다. 연준이 경제지표를 예의주시하는 만큼 QE를 단시일 안에 과격한 형태로 축소할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경계를 대폭 강화하는 움직임이다. 간신히 2%를 웃도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하락할 가능성보다 상승할 여지가 높다는 계산이다.
EPFR의 캐머론 브랜트 디렉터는 “초기 금리 상승 폭이 클 것”이라며 “이후 급등 양상이 진정되면서 연준의 구체적인 행보에 따라 금리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액션 이코노믹스의 킴 루퍼트 매니징 디렉터는 “투자자들 사이에 연준이 연내 혹은 내년 초 자산 매입을 종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지난달 22일 버냉키 의장 발언 이후 채권 시장의 움직임은 다소 과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5월 중순까지 1.6% 내외에서 거래됐던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2.2% 선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이는 금융위기 직후 4% 내외에서 형성됐던 것과 비교할 때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시장 전문가는 연말까지 국채 수익률이 상승 추이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올해 말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2.5~3.0%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