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Anda 이슈

속보

더보기

[김미화의 느리게 걷기] 달인들의 훈수

기사입력 : 2013년06월10일 10:26

최종수정 : 2014년06월23일 10:48

인간의 욕구 중에 ‘남 일에 참견하고 싶은 욕구’는 정말 어쩔 수 없는 건가보다.
나 역시 길을 지나가다가 끼어들고 싶은 상황을 눈으로 보면 벌써 콧구멍이 벌렁 거리면서 가슴속에서 스멀스멀 꼭 한마디라도 참견하고 싶어 안 해도 될 말들이 목구멍까지 올라온다.
그때 상대방과 눈이 마주쳤다거나 약간의 참견할 빈틈이 보이면 바로 말이 나간다.

‘초면에 실례합니다만, 그거 얼마에 사셨다구요?..어 휴.. 우리 동네에서 3천원이면 사는데 만원이나 줬다구요??’
이런 식이다. 아니 멀쩡히 가다가 염장을 질러도 유분수지 우리 동네서 3천원이면 3천원이지 지나가다 왕소금은 왜 뿌려서 이 더위에 맘 쓰리고 눈 따갑게 만드느냐 말이다. 

내가 사는 시골 동네는 그야말로 강남서 한 시간 거리지만 농사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지나다니는 아줌마, 아저씨 모두 농사의 달인들이시다.
그러니 나처럼 초면에도 참견하고 싶어 입이 들썩거리는데 달인들 입장에선 초보농사꾼이 어떻겠는가?

내가 농사를 짓는 밭은 2차선 도로 바로 옆이다.
온 동네 어르신들이 그 길을 지나다니며 어설프고 한심한 초보농부에게 한 마디가 아니라 열마디를 보태고 간다. 그 밭은 그 농작물은 안 되는데 왜 그걸 심었느냐, 그걸 앞에 심고 뒤에 이걸 심어야지 그게 뭐냐, 고춧대를 이렇게 묶어줘야 되는데 저렇게 묶어놨으니..쯧쯧.. 누구라도 당연히 훈수가 바로 나와 버릴 상황이다.

그런데 그 달인들의 훈수라는 것이 각각 당신들 경험에 의한 것으로 그야말로 제 각각이다.
감자를 심고 어느덧 싹이 나고 꽃이 핀 시점에 밭에 나가 보니 하얀 감자꽃이 만발한 모습이 장관이었다. 남의 밭에 난 감자꽃은 그냥 대강 지나다니면서 흘끗 봐서 그런지 감자꽃이 이렇게 예쁠 줄 몰랐는데 찬찬히 보니 소박한 우리 언니처럼 예쁘다.

흐믓한 모습으로 밭고랑을 돌며 풀을 뽑아주고 있었는데 면에서 식당을 하는 주인이 배달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한마디 하신다. ‘그거 감자줄기를  굵은 걸로 한두대만 두고 다 따내버려야 알이 실해요.’ 한다. 또 어느 날은 수도를 고치러 오신 동네 어른이 밭을 보고 한마디 하신다. ‘꽃을 따주고 순치기를 해줘야 되는데... 저러면 감자가 실하게 달리지 않는데...’ 하시며 밭으로 내려오시더니 감자꽃을  뚝 꺽어 버리신다. 

이 달인 말씀은 그렇게 해 줘야 꽃으로 갈 영양분이 뿌리로 내려가서 감자가 커진다는거다.
나는 부랴 부랴 큰감자를 먹을 욕심에 사로잡혀 감자꽃을 열심히 꺽어서 더러는 버리고 더러는 버리기 아까운 마음에 물병에 꽂았다. 

한참을 감자꽃순 꺽어주는 일에 몰두하고 있는데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던 옆집 농부가 또 참견이다. ‘아니 왜 그 감자꽃을 다 따내요? 그냥 꽃두보고 감자도 웬만큼 크면 먹고 그러지.. 꽃이 예쁜데.. 그냥 둬도 감자 잘 커요. 난 한번도 감자순 따내 버린적 없는데도 농사만 잘 짓고 있네..’한다.  

나는 즉시로 감자꽃 따는걸 멈췄다. 그래서 우리 집 감자밭에 감자들은 어떤 감자는 실한 줄기가 두 세개 남아있는 감자이고 반은 꽃이 없고 반은 꽃이 있고 그렇다. 

옥수수도 어떤 사람은 밭 고랑에 심으라하고, 어떤 사람은 거기 심는게 맞다하고, 고구마도 너무 가깝게 심었다는 사람 너무 띄엄띄엄 심었다는 사람 등등.. 거기 밭에 있으면 지나가는 사람들 훈수에 춤추다가 내가 쓰러지고 만다.

인터넷을 보다가 반가운 후배 사진이 보이기에 뉴스를 눌러 보았다.
더 뮤지컬 어워즈' 시상식에서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 역을 맡은 정성화씨가 남우주연상을 받은거다.
나는 왈칵 기쁘고 자랑스러워 눈물이 났다.
성화가 해냈구나!... 

정성화씨는 오래전 코미디로 시작한 내 후배이기도 하다.
웃기는 것도 천연덕 스럽게 참 잘하는 친구인데 연극무대에서 그렇게 열심히 하더니 드디어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남의 밥그릇에 숟가락 넣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아는 나로서는 그의 성취가 더 대단하게 생각된다.

그는 아마도 남의 말을 잘 들어서 성공한 것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남의 말 이라는게 어떤 때에는 자기도 판단이 안설 정도로 솔깃한 유혹 일 때도 많아서  내 분야가 아닌 남의 분야에서는 훈수 잘못 들었다가 이도 저도 아니게 세월만 까먹는 경우도 종종 있기에 그가 새로운 낮선 세계에서 자기와의 전쟁을 얼마나 치러내며 노력했을 것인지 그야말로 안 봐도 비디오다. 내가 모르는  다른 세계 남 말을 잘 듣고 마음에 새기면서 요령 없이 한발 한발 묵묵하게 걸었기에 정성화라는 발자욱이 새로운 길을 낸 것 아니겠는가.

나 역시 시사프로그램이라는 다른 영역에서 10년 세월을 보내면서 부단히 노력했고 성취감도 더 컸기에 후배 정성화씨가 느끼는 기쁨은 남들의 배가 되겠구나 싶은 거다.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우리는 절대로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지금 잘 나가고 지금 높은 위치에 있다고 영원히 그 자리에 있으란 보장은 없다.
혹, 부모님이나 조상님 잘 만나 늙어 죽을 때 까지 확실한 믿는 구석이 없는 이상, 믿는 구석, 그것도 사실은 확실한 믿을 구석이 될 수 없는 것이, 어떤 사람은 조상님께서 물려주신 어마어마한 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똥지게를 지고 과수원에 뿌리며 살아가고 있는데 소주 한병 사먹을 현찰이 없어 구멍가게에서 매일 외상 한다고 욕을 욕을 들어가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과연 그가 똥지게를 던져버리고 조상님 덕으로 떵떵거리며 살아 볼 날이 올것인지.. 어마어마한 산이 팔려야 할것인데.. 어쨌든 우린 어쩔 수 없이 남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물론 부부도 따지고 보면 남이고 자식들 있어봐야 커서 자기 갈길 찾아 나서면 그것도 기댈 구석이 없고 인생을 어차피 혼자이니 외로운 건 마찬가지이지만 살아가는 동안 좋든 싫든 사람들과 부딪기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 우리 운명이다.
이왕이면 남 만났을 때 남 말도 좋은 말만 하고 남 말이라도 잘 골라 들어 서로윈윈하자.

이제 나이서열 순으로 성공하는 시대도 아니다.
어느 날 보니 나보다 새까만 후배가 부장자리에 와 앉게 되는 경우도 있고, 잘나가던 내가 어느 날 집 나가서 갈 곳이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

어느 곳에 있던 남 말을 잘 듣고 마음에 새기는 사람.  그런 사람이 인생을 성공한다. 나처럼 감자밭에서 우왕좌왕 하지 말고 중심을 딱 잡아서 사는 게 최고란 이야기다.

그런 의미에서 정성화씨는 사회적으로 코미디언을 바라보는 편견들, 어라! 코미디언이 남우주연상을? 웃기네.. 그래 봤자 코미디언이 코미디언이지 뭐.. 코미디나 해라.. 이런 비수들을 하나 하나 상처 안나게 잘 뽑고 갈고 닦아 명검으로 만들었다.
남말 잘 새겨 들은 자랑스런 내 후배 정성화씨에게 무조건 박수를 보낸다.

프로필

-KBS 2기 공채 개그맨
-성균관대학교사회복지학 학사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동양철학 박사과정
-희망서울 홍보대사
-CBS 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 진행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尹 지지율, 2.6%p 오른 32.7% …김건희 논란 사과 긍정 영향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소폭 상승해 30%대 초반을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6일 발표됐다.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여사 논란에 대해 사과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업체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13~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5명에게 물은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는 32.7%로 집계됐다. 부정평가는 65.0%로 나타났다. '잘 모름'에 답한 비율은 2.3%다. 윤 대통령이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처음으로 사과하는 등 자세를 낮췄지만, 지지율은 2.6%p 상승하는 데 그쳤다. 부정평가는 1.7%p 하락했다. 긍정평가와 부정평가 간 격차는 32.3%포인트(p)다. 연령별로 보면 40대에서 긍·부정 평가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만 18세~29세에서 '잘함'은 29.3% '잘 못함' 68.7%였고, 30대에서는 '잘함' 31.5% '잘 못함' 65.9%였다. 40대는 '잘함' 25.6% '잘 못함' 73.2%, 50대는 '잘함' 26.9% '잘 못함' 71.8%로 집계됐다. 60대는 '잘함' 34.9% '잘 못함' 62.5%였고, 70대 이상에서는 '잘함'이 51.8%로 '잘 못함'(43.7%)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 '잘함' 27.8%, '잘 못함'은 70.8%로 집계됐다. 경기·인천 '잘함' 32.6% '잘 못함' 65.9%, 대전·충청·세종 '잘함' 36.0% '잘 못함' 61.0%, 부산·울산·경남 '잘함' 40.3% '잘 못함' 58.0%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은 '잘함' 43.8% '잘 못함' 51.7%, 전남·광주·전북 '잘함' 16.0% '잘 못함' 82.2%로 나타났다. 강원·제주는 '잘함' 31.6% '잘 못함' 60.1%로 집계됐다. 성별로도 남녀 모두 부정평가가 우세했다. 남성은 '잘함' 28.8% '잘 못함' 68.9%, 여성은 '잘함' 36.5% '잘 못함' 61.3%였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윤 대통령 지지율 상승 배경에 대해 "취임 2주년 기자회견과 김건희 여사 의혹 사과 이후 소폭 반등 했다"면서도 "향후 채상병 및 김 여사 특검, 의대정원 문제, 민생경제 등 현안에 대해 어떻게 풀어갈지에 따라 지지율이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영수회담, 기자회견, 김 여사 논란 사과 등으로 지지율이 소폭 상승했다"면서도 "보여주기식 소통이 아니라 국정운영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지지율은 상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여론조사는 성·연령·지역별 인구비례 할당 추출 방식으로 추출된 표본을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100%) ARS 전화조사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응답률은 2.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통계보정은 2024년 1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 값을 부여(셀가중)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parksj@newspim.com 2024-05-16 06:00
사진
이란 대통령 탄 헬기 추락…'악천후' 탓 수색 난항으로 생사 불명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일행을 태운 헬기가 19일(현지시간) 추락했지만 기상 악화로 수색 활동이 난항을 겪으면서 아직까지 생사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날 이란 내무부는 라이시 대통령이 탑승한 헬기가 북서부 동아제르바이잔주(州) 중부 바르즈건 인근의 디즈마르 산악 지대에 추락했다고 밝혔다. 라이시 대통령은 이날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국경 인근에 건설한 아라스강의 댐 준공식에 참석했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사고 헬기에는 라이시 대통령과 함께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장관, 말리크 라흐마티 동아제르바이잔 주지사, 타브리즈 지역 종교지도자 아야톨라 모하마드 알하셰미, 경호원 등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은 앞서 사고 헬기가 비상착륙 했다고 보도했다가 내무부 확인을 거친 뒤 추락으로 표현을 바꿨다. 아흐마드 바히디 이란 내무장관은 "사고 접수 후 구조대 40개 팀을 급파했으나 악천후와 험한 산악 지형 때문에 수시간이 지났지만 구조대가 사고 현장에 아직 도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헬기 추락 인근 지역에 구조대가 급파됐으나 안개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모습이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4.05.20 kwonjiun@newspim.com 이란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헬기 추락으로 라이시 대통령과 압돌라히안 외무장관의 생사가 위기"라며 "우리는 여전히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지만 현장에서 나오는 정보는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사고 헬기에 타고 있던 승무원 한 명과 또 다른 탑승자 한 명이 구조대원들과 접촉했다는 증언도 나왔고, 헬리콥터 위치를 파악했다는 보도도 나왔으나 국제적십자사 조직인 이란 적신월사는 보도를 부인했다. 이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헬리콥터가 추락한 이후 라이시의 안전을 기원한다면서도 이번 사태로 국정 혼란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신께서 존경하는 라이시 대통령과 그의 동료들을 국가의 품으로 돌려주시기를 바란다. 우리 모두는 이들의 안전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이라크, 튀르키예 등 인근 국가와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은 구조와 수색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헬기 사고 소식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수색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러시아에서는 마리아 자하로바 외교부 대변인이 "실종 헬기 수색과 사고 원인 조사에 필요한 모든 도움을 건넬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외무부는 성명에서 "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란 이슬람 공화국을 지지하고 있으며 이란이 필요로 하는 모든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도 이번 사고를 예의주시 중이다. 백악관은 조지아주를 방문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고를 보고받았다고 밝혔고 미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라이시 대통령이 탄 헬기 사고 보도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소셜미디어 엑스에 글을 올려 "이란 대통령과 외무장관을 태운 헬기가 예기치 않게 비상 착륙했다는 뉴스를 보고 있다"며 "EU 회원국 및 파트너들과 함께 상황을 긴밀히 주시 중"이라고 전했다. kwonjiun@newspim.com 2024-05-20 05:35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