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병덕, 이동걸, 임영록, 최기의 출사표
[뉴스핌=노희준 기자]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3일 차기 회장후보 최종 인터뷰 대상자 4명을 선정하면서 'KB대권' 레이스가 9부 능선을 넘고 있다.
KB금융 회추위는 이날 4차 회추위를 열고 최종 인터뷰 대상자로 민병덕 KB국민은행장과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임영록 KB금융지주 사장,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가나다순)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회추위는 이르면 오는 5일 후보별 90분 내외의 심층 면접을 통해 이사회에 추천할 회장후보 1인을 내정한다. 이어 내주 중 이사회를 개최해 회장후보로 확정, 오는 7월 12일 주주총회에 추천할 예정이다.
뉴스핌은 최종 인터뷰 대상자에 이름을 올린 4명의 출사표를 들어봤다. 후보자 가운데 민 행장을 제외한 3명이 출사표를 뉴스핌에 밝혔다. 민 행장은 이날에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최 사장은 지난달 31일 전화 인터뷰 내용으로 갈음했다.
왼쪽부터) 민병덕 KB국민은행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임영록 KB금융지주 사장,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 |
◆ 임영록 KB지주 사장, 드디어 입을 열다
우선 1955년 강원도 영월 출생인 임 사장은 민관을 두루 거친 경험이 전략적 사고를 요하는 금융지주 회장의 요건에 적합하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행시 20회로 관료 생활을 시작했다. 옛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 자금시장과장,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 국고과장, 경제협력국장, 금융정책국장 등 정책금융의 요직을 거쳐 정부와의 스킨십이 좋다. 2010년부터 KB지주 사장을 맡아 내부 사정에 밝고 사외이사들과도 원만하다는 평이다.
임 사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금융지주는 각 계열사가 영업을 잘 할 수 있도록 정확하게 지원하고 금융그룹이 전체적으로 나가야 할 비전을 전략적 사고를 통해 제시하는 역할이 필요하다"며 "금융정책에서의 경험과 KB금융 사장으로서의 3년간 실무 경험이 KB금융지주 발전에 상당히 공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내부 직원과의 소통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임 사장은 "소통은 충분히 하고 있다"며 "기회 닿는 대로 직원들에게 생일 같은 때 책을 보내주기도 하면서 끝임없이 소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에서 차기 회장 후보로 반발하고 있는 것에 관해서는 "충분히 대화로 풀 수 있다고 본다"며 "노조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대표성 있는 전체 의견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노조에서도 의견을 모아주면 된다"고 말했다.
이날 KB국민은행 노조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지난 1일 '관료 출신도 KB금융 회장을 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 "신 금융위원장의 관치금융 기도를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임 사장을 차기 회장후보로 사실상 반대하는 성명을 내놓았다.
◆ 여전히 침묵하는 민병덕 행장
민병덕 행장은 1954년 충남 천안 출생으로 1981년 국민은행에 입사해 30년 넘게 국민은행에서 일하면서 말단 행원에서 시작해 행장까지 올랐다. 그 만큼 내부 신망이 두텁고 내부 장악력이 좋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은행에서 경기 송탄지점장과 충무로역지점장·영동지점장, 경서지역본부장을 거쳐 개인영업그룹 부행장, 행장에 올랐다. 영업 현장에서 잔뼈가 굵어 전형적인 영업통으로 통한다.
특히 노조는 민 행장에게 든든한 우군이다. 최근 노조는 내부적으로 임 사장과 이 전 부회장을 차기 회장감으로 사실상 반대하고 민 행장을 지지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박근혜 새 정부 들어 이른바 금융권의 '내부 인사 중용론'이 탄력을 받고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임종룡 전 국무총리실장, 전광우 전 국민연금 이사장,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 등 유력한 정관계 후보들이 'KB대권' 꿈을 접은 것도 그에게는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KB금융 내부에서는 노조에서 민 행장을 지지하는 논리가 '내부 출신'이라는 것 외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시각도 있다. 여기에 은행 외에서 쌓은 경력이 눈에 띄지 않아 그룹 전체를 아우르고 전략적 사고를 하는 데 약점이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뉴스핌은 민 행장의 출사표와 약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에 대한 그의 의견을 들으려 수차례 전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 외부에서 거세게 위협하는 이동걸 전 부회장
외부 출신으로 일찌감치 도전 의사를 분명히 한 이 전 부회장도 강력한 도전자 중의 한명이다. 1948년 대구 출생인 그는 한일은행을 시작으로 신한은행과 신한캐피탈, 신한증권 등 신한금융그룹에서 40여년을 금융인으로 살았다. 글로벌 금융과 CIB(기업투자은행), 인사 분야 등을 두루 경험한 정통 금융인이다.
다만, 경쟁사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어 노조에서 반발하고 있는 것은 부담이다. 하지만 이 전 부회장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경쟁사 출신인 것이 외려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내부 인재 중용론'에 대해서는 "내부에서 내부인재 중용론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지만, 국내 초유의 리딩뱅크가 너무 내부 인사만을 고집하는 것은 설득력이 있을까 한다"며 KB금융의 좀더 넓은 시야와 문호 개방 필요성을 부탁했다.
이 전 부회장은 자신의 강점으로 "근무 기간의 3분의 1 가량을 외국 선진금융기관에서 보내 KB금융의 글로벌 프로젝트에 강점이 있을 것"이라며 "7년 동안은 인사 분야에 종사해 성과보상과 인사 투명성, 공정성에도 자신이 있다"고 언급했다.
◆ 내부의 두터운 신망을 받는 최기의 사장
최 사장은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은행 내부에서의 다양한 경험과 내부 조직원에 대한 공감 능력, 장기적인 경영 철학 등을 강점으로 제시한 바 있다. 최 사장은 1956년 경남 진주 출생으로 주택은행 출신의 대표주자로 내부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다.
그는 지난달 31일 통화에서 "은행에서 본부장과 부행장을 거칠 때까지 전략, 여신, 영업본부장, 인사부장 등을 거쳤다, 이만큼 다양한 은행업무를 접한 이는 아무도 없다"면서 "행원에서부터 출발해 조직원들의 밑바닥 정서도 제일 잘 알고 있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최 사장은 또 "30년 동안 직장 생활을 했기 때문에 단기적인 시각이 아니라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 선배로 남고 싶은 마음으로 경영하고 싶은 게 철학"이라는 뚜렷한 소신도 밝혔다.
다만, KB국민카드를 제외하면 큰 조직을 이끈 경험이 없다는 것은 최 사장의 약점으로 평가된다.
한편, KB금융 회추위는 이날 최종 인터뷰 대상자를 압축하는 과정에서 평판조회 등의 결과를 토대로 일종의 등급제를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사외이사는 회추위원당 3명의 선호 후보 이름을 써 내고 선호 순서에 따라 후보당 차등화된 점수를 배정하는 식의 등급제로 후보들을 평가했다고 밝혔다.
앞서 KB금융은 지난 23일 3차 회추위를 열고 CEO 승계프로그램에 의한 후보군과 외부 헤드헌트업체로부터 추천 받은 후보군을 합친 50명 내외의 후보군을 10명 내외로 압축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