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중국 신시왕(新希望)그룹 창업주가 80년대생 2세에게 경영권을 대물림 하면서 중국 재계에 민영기업 경영권 승계가 화두로 떠올랐다. 중국 재계에는 혈연 승계와 전문경영인 CEO승계중 과연 어떤 쪽이 더 합당하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부상한 대형 농식품 기업 신시왕(新希望)그룹 총수 류융하오(劉永好)회장은 지난 22일 주총을 열어 33세의 딸 류창(劉暢)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통과의례를 치렀다. 중국사회가 신시왕그룹의 경영권 승계에 보이는 관심은 나이 어린 류창이 기업 경영을 잘해낼 수 있을까하는 단순한 호기심 차원이 아니다.
중국이 개혁개방에 나선지 30년이 넘어가면서 민영기업 창업세대중 나이가 많은 일부 민영기업 오너들은 이미 70세가 훌쩍 넘었다. 2세 가족승계든 친족이 아닌 CEO 승계든 기업에 따라 경영권 이양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식 시장경제가 개혁개방과 함께 시작됐음을 감안할때 중국 민경기업에 있어 경영권 승계는 아직 경험한 바 없는 미증유의 세계나 마찬가지다.
중국 속설에 '기업 부자 3대를 못간다(富不過三代)' 는 말이 있다. 어떤 이들은 서방의 경험으로 볼때 많은 기업들이 '1대 창업, 2대 수성, 3대 폐업' 의 흥망성쇄를 겪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국제조사기구 연구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족벌기업의 평균수명은 24년으로 나타났다. 그중 30%의 가족기업이 2세 친족에게 경영권을 대물림했다. 가족 승계가 3대째로 이어진 기업은 13%에 불과했으며 3대이후에도 주주권이 유지된 사례는 5%에 그쳤다.
국가경제와 함께 짧은시간 압축성장을 해온 중국 민영 가족 기업들은 바로 지금 2, 3대 경영체제로의 전환을 앞두고 경영권승계와 관련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이는 기업의 영속 발전과 가족 이익 가운데 무엇을 우선시 해야할지와 연관되는 문제 여서 선택을 내리기가 쉽지않다.
2012년 중국 재벌 기업가 리스트에 의하면 민영기업 책임자의 절반 이상이 50세의 연령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첫 자녀의 평균 나이는 35세이다. 이에 미뤄볼때 앞으로 5~10년이면 중국 가족 경영체제의 재벌 기업들은 대대적인 경영권 승계의 시기를 맞게될 것으로 보여진다.
중국 재계 인사는 "중국 재벌기업 창업 1세대들에게 있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때 소중하게 일궈온 회사 경영권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지는 어떤 경영행위보다 중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여기에서 당장 맞닥뜨리는 문제가 가족 세습으로 갈것인가, 아니면 전문 경영인 CEO의 손에 경영권을 쥐어줄 것인가하는 문제다.
신시왕 그룹은 창업주의 딸인 류창을 후계자로 결정한데 대해 그녀가 충분히 자격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류창의 경우 비록 33세의 어린 나이라는 우려는 있지만 해외 유학을 통해 선진기업 경영을 배웠고 회사의 주요직책을 거치며 경영수업도 충분히 받았다는게 측근들의 주장이다. 자질과 능력으로 문제 삼을 바 아니라는 주장이다.
혈연승계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수성이 창업보다 어렵다고 하는데 창업주의 혈연이라면 누구보다 기업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고 번영을 위한 장기 전략과 비전, 핵심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경영권 승계의 최적자일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 민영기업 2세들은 준비된 경영인으로서 이들과 부자 3대 못간다는 중국사회의 속설은 무관한 얘기라는 주장이다.
신시왕 그룹의 류융하오 회장이 혈연 승계의 용단을 내린것과 달리 중국재계에는 화웨이의 회장 처럼 가족 승계에 분명히 선을 긋는 사람도 있다. 또한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아직 한창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IT기업 책임자는 젊어야한다며 전문경영인에게 회사 경영의 바톤을 넘겼다.
인민대 한 교수는 이와 관련해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똑 부러지는 기준은 없다며 공개적이고 투명하며 합리적으로 정해지는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영 후계자를 결정하는 일은 각 기업이 처한 현실과 창업주의 철학에 따라 순리대로 정해지면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무엇보다 누가 기업의 영속 번영을 담보하고 주주및 회사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극대화할지를 판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혈연승계냐 CEO 전승이냐의 논란을 벗어나 중국 재계에는 재벌 2세를 상대로 한 조사에서 상당수가 경영승계에 관심이 없다는 응답을 해 흥미를 끌고 있다. 중국 전국공상연합회가 발간한 '중국가족기업 발전조사보고'에 따르면 재벌 2세로서 부모기업의 경영권을 승계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응답자는 20%에도 못미쳤다. 대부분 재벌 2세들은 전통 제조경제와 회계, 관리 등의 업무 보다는 인터넷 전자쇼핑몰 벤처및 사모펀드 등에 많은 관심을 표시했다.
[뉴스핌 Newspim]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