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만에 최고치, '아베호' 순항의 1차 분수령
[뉴스핌=김선엽 기자] '잃어버린 20년'을 되찾겠다는 아베노믹스가 첫 시험대에 올랐다. 최근 상승세가 주춤했던 일본 국채금리가 지난 21일 다시 급등하며 불안한 행보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지난 15일 일본은행(BOJ)은 시중 금융기관에 "0.1%의 저리로 2조엔을 1년간 대출하겠다"고 통지하며 장기금리의 상승세를 진정시켰지만 다시 일주일만에 오름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달 초만해도 0.5%대에서 움직이던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일 0.87%까지 올라선데 이어 22일 현재 0.89%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5월 이후 최고치다.
국채금리의 상승은 단순히 아베노믹스의 부작용으로 치부할 수 없는 문제다. 전문가들은 아베노믹스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 할 1차 분수령으로 일찌감치 국채금리의 급등 여부를 꼽아 왔다.
시장금리가 현재 수준에서 안정세를 찾을 경우 '아베호'가 당분간 순항을 이어가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국채시장이 붕괴되면서 아베의 실험이 조기에 실패로 끝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당국으로서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 최근 1년간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 추이 |
◆ 日 경제 '중박'은 없다, '성공과 실패의 이분법'
최근 일본 국채금리가 상승한 이유는 아베노믹스가 기대와 달리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 때문이다. 일본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지속될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인 일본의 국가채무 비중 문제가 불거지게 되고 이 경우 만기도래하는 국채를 상환하기 위해 요구되는 국채 발행금리가 폭등하면서 일본 국채가격이 추가로 하락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일본 국채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일본 금융권의 부실 문제까지 겹쳐지면 국가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일본 경제가 깊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시나리오다.
반면, 아베노믹스가 의도대로 성공 가도를 이어갈 경우 경제규모가 확대되면서 일본의 국가채무는 감내할 수준으로 인식되게 된다. 엔저 효과로 수출이 개선되고, 인플레이션을 기대한 자국민의 국내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면 GDP 규모 자체가 증가하게 된다.
이 경우 세입도 함께 느는 만큼 국가채무 문제의 위험성은 감소한다. 일본 국채의 상환 리스크는 감소하게 되고 일본 국채금리는 안정세를 보이는 선순환이 전개된다. 일본은행 역시 이를 위해 연간 50조엔의 장기채 매입을 발표했다.
이처럼 아베노믹스의 미래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도 성공과 실패로 양분되고 있다. 소위 '중박'이란 없다는 것이다.
◆ 日 당국자들의 엇갈린 화법
현재로서는 일본 채권금리가 추가적으로 상승할지 아니면 하락 반전할지를 가늠하기는 어렵다. 일본 정책 당국도 엇갈린 멘트를 내놓으며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아마리 아키라 일본 경제재정·재생상은 지난 19일 NHK에 출연해 "장기금리 급등을 막으려면 일본 국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구로다 일은 총재는 20일 "물가 전망의 개선에 따라 금리가 서서히 상승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를 내비쳤다.
한편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부총리 자문 기관인 '재정제도등심의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국채 금리 급등 리스크가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을 끌어올려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면서 동시에 강한 정책적 처방의 명분을 쌓아야 하는 만큼 국채금리의 상승에 대한 당국의 평가도 각양각색인 것으로 풀이된다.
◆ 아베노믹스, 2차 분수령은…고용률과 임금 반등
경제전문가들은 다음 아베노믹스의 2차 분수령으로 실업률 하락과 임금 상승을 지적하고 있다.
올해 3월 일본 실업률은 전월 대비 0.2%p 낮아진 4.1%를 기록하며 2008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하지만 2%의 물가상승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실업률이 더욱 낮아지고 임금수준이 올라갈 필요가 있다.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신관호 교수는 "아베노믹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고비가 많을 것"이라며 "2년이란 시간을 약속한 만큼 2%의 인플레이션율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가뜩이나 좋지 않은 경제주체들의 기대가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인플레이션이 오를 때 임금이 함께 오르지 않으면 물가가 계속 오르기 어렵다"며 "양적완화가 금융권에만 머무는 일본의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되고 화폐가 (실물경제로까지) 순환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시장 전문가들의 관심은 21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BOJ의 금융정책 결정회의에 쏠려 있다. 구로다 일은 총재가 최근 급격한 시중금리 상승에 대해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또한 경제주체들의 기대를 어떻게 개선시킬 것인가에 집중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